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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희의 눈] 아시안컵 대한민국 국가대표팀 감동입니다

입력 : 2024-02-06 17:00:00 수정 : 2024-02-06 14:4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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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거기다 패스하면 어떻게 해. 뭐하는 거야. 쟤 누구야? 쟤 빼라고 쟤. 슛, 아유... 그걸 못 넣냐? 왼쪽에다 패스를 주고 들어가야지 주고 바로 받고 돌아서 나가고 뛰어가는 사람한테 찔러주고 그게 안 되니? 그래 진작 저 선수로 바꿨어야지. 쟤 잘하네. 아니 이건 강인이가 차야지. 그래 승부차기 1번 키커는 손흥민이지.”

 

 며칠 전 새벽의 내 모습이다. 난 요즘 2023 AFC 카타르 아시안컵 한국팀 경기가 있는 날이면 히딩크 감독으로 빙의한다. 가족이 모두 잠든 새벽에 혼자 명장 놀이에 빠져 스트레스를 날리는 중이다.

 

 살면서 감정을 도저히 숨길 수 없는 때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국가대표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다. 그래서 난 요즘 내 감정을 마음껏 발산 중이다. 소리도 질러보고 혼자서 선수를 혼내보기도 하고 상대방을 마음껏 비난도 하며 “왼쪽에 패스, 왼쪽.”을 외치며 “슛, 골인.”을 무한대로 반복하고 있다. “애 자니깐 조용히 보라”는 한마디도 듣기도 하지만 도저히 감정을 숨길 수가 없다.

 

 매일 밤 ‘좀비 축구’라 불리며, 지고 있지만 질 것 같지 않은 새벽을 선물해 주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감사하는 중이다. 그 어느 경기보다도 즐겁고 넘치는 박진감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어이없게 먹은 골을 만회하려 마지막까지 죽을힘을 다해 뛰는 대표 선수들. 그리고 마지막 추가시간을 얼마 남기지 않고 결국엔 동점을 만들어내는 모습에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중이다. 카타르에서 하는 경기라 더욱더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인가.

 

 이번 아시안컵은 남은 준결승, 결승의 결과에 상관없이 만족한다. 국가를 위해 끝까지 뛰는 선수들의 모습에 감동하기도 했고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무엇보다도 즐거웠다. 결국 스포츠란 이런 것 아니겠는가.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원 없이 감정표현을 하며 날려 보내버리는 것 말이다.

 

 가끔 나오는 기사에 선수들의 비난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는 말도 하지만 사실 언제든지 마음이 바뀔 수 있는 게 축구팬의 마음일 것이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도 맞는 것 같다. 그만큼 국가를 대표하는 자리가 쉬운 자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비난을 안 받으려면 그 자리에 안 가면 그만이다. 그런 비난 역시도 팬들의 사랑이다. 축구는 그러라고 보는 것이니 말이다. 선수들이 어느 정도 이해해줬으면 한다. 비난의 마음보다는 애정의 마음이 더 크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원색적인 비난만 피해줬으면 한다. “밥만 먹고 축구만 하는 놈들이.” 이런 말들 말이다. 주어가 나 자신으로 바뀌면 난 예전에 밥만 먹고 개그만 했을 때 계속 웃겼을까? 아니면 밥만 먹고 투자만 했는데 계속 수익률이 높았을까? 이렇게 생각해 보면 답이 나오지 않는가.

 

 각자의 방식에 맞게 축구를 즐기고 있을 팬들을 위해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줬으면 한다. 그걸 낙으로 여기고 사는 팬들도 많으니 말이다. 사실 요즘 즐길 거리가 별로 없었는데 축구로 모두의 마음이 모이니 이 또한 얼마나 즐거운가 말이다. 앞으로 있을 두 번의 새벽, 내 소중한 시간과 잠을 축구를 위해 당신들에게 바꾸고 기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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