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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부 혹평, 2부 시나리오 재구성”…최동훈 감독의 와신상담

입력 : 2024-01-31 15:33:07 수정 : 2024-01-31 15:3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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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의 실패가 뼈 아프다. 하지만 인터뷰로 만난 최동훈 감독은 곤란한 질문도 피하는 법이 없다. 책임을 전가하지도 않고, 담담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답변을 내놓는다. 2부에 대한 자신감이기도, 최선을 다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계+인’의 각본을 쓰기 시작한 게 2018년이다. 1, 2부를 합쳐 한국 영화 사상 최장의 촬영 기간인 387일, 2부 후반 작업만 1년 반 이상이 걸린 외계+인. 최 감독의 상상력이 정점을 찍은 외계+인 세계관이 드디어 마침표를 찍었다.

 

영화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극명히 갈린 것은 ‘쌍 천만’ 최 감독 영화 인생 사상 처음 겪는 일이다.

 

1부는 2부를 위한 떡밥과 고려 말과 현대를 잇는 세계관, 캐릭터 소개에 힘을 쏟았다. 때문일까. 좋게 말하면 ‘실험적’인 1부는 대중의 입맛을 맞추지 못했다. ‘소재가 난해하다’, ‘이야기가 복잡하다’는 혹평이 난무했다. 그렇다면 2부는 어떨까. 1부의 ‘떡밥 회수’가 완벽하게 이뤄진다. 캐릭터들의 매력도, 반전도 빛난다. 덕분에 1부도 넷플릭스에서 흥행 역주행 그래프를 그리며 작품성에 대한 재평가를 받고 있다. 

 

1부 공개 이후 1년 반 동안 마음고생 제대로 한 최 감독을 만났다. 진솔하게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쏟아낸 그다. 절치부심, 와신상담이란 말이 떠오른다. 

 

-이번 영화를 준비하며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웠다고 들었다.

 

“소설가 헤밍웨이가 담배를 100번 끊었다고 하더라. 후반 작업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피우기 시작했는데 다시 끊을 생각이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부터 탄탄대로였다. 지난 1부 흥행 부진 후 어떤 심경이었나.

 

“처음엔 정말 힘들었다. 집 밖으로 안 나갔다. ‘2부를 잘 만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러다 ‘나 진짜 영화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 만드는 게 너무 즐거운 일이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됐다. 집과 편집실만 오가다 6개월쯤 지나니 마음이 편해지고 작업이 좋아졌다. 영화감독의 운명이 이런 거구나, 받아들이면서 앞으로도 영화를 즐겁게 하고 싶어졌다. 예전에는 속된 말로, 3일 빡세게 일하고 이틀 쉬는 어부의 방식으로 일했는데 점차 매일같이 일하는 농부의 방식으로 바뀌더라. 도사가 나오는 영화를 찍으니 제가 도 닦는 기분도 들었다.”

 

-무려 52번의 편집을 거쳤다. 52가지 버전의 영화를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1부가 개봉됐을 때 이미 2부의 작업을 90% 마친 상태였다. 그런데 당시 1부 반응이 안 좋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처음부터 재구성했다. 더욱 몰입감 있는 이야기로 만들고 싶었다. 새로운 구조를 뽑아낼 때마다 ‘이제 완성이다. 진짜 끝이야’라고 했는데, 하도 여러 번 편집하니까 나중에는 아무도 끝이라는 걸 믿지 않는 지경까지 갔다. 마지막으로 편집했을 때 편집기사가 어깨를 토닥이며 ‘다신 오지 마’라고 하더라(웃음). 음악은 거의 100곡 정도를 들었다.”

 

-1부를 요약한 4분 30초 분량의 내레이션 덕분에 2부 몰입이 빠르다.

 

“내레이션 편집만 6개월이 걸렸다. 뮤직비디오처럼 멋있는 버전도 있었다. 하지만 우리 영화의 정서와 어울리지 않더라. 1부의 모든 사건을 아는 인물은 이안(김태리)와 썬더(김우빈) 뿐이라 두 사람에게 부탁하고 각 캐릭터에 맞는 내레이션을 전달했다. 편집이 바뀌니 내레이션이 바뀌고, 또 음악이 바뀌더라. 그러다 서사적 주인공은 이안이라 판단하고 김태리 배우에게 최종 내레이션을 부탁했다.”

 

-처음부터 1, 2부로 나누지 말고 3시간 분량의 영화 또는 6부작 분량의 시리즈로 만들었으면 어땠겠냐는 반응도 있는데.

 

“대중에게 OTT가 스며드는 것을 보며 작품 공개 방법에 대한 여러 가능성을 생각했다. ‘저렇게 시즌제로 드라마를 나눠 볼 수 있다면, 영화도 나눠서 개봉을 해도 되겠다. 재밌는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딱 4시간 30분 정도의 분량이었고 지금의 1, 2부 형식을 띠게 됐다. 외계+인 1부와 2부는 연결돼있으면서도 전개 방식이 다르다. 1부는 확장되고 2부는 모이는 이야기라 구분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지금 저로서는 2부가 개봉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주연만 류준열·김태리·김우빈·이하늬·염정아·조우진·김의성·진선규 등 8명이다. 주요 캐릭터가 너무 많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서사에 따라 생각한 주인공들이 나오는 거다. 멀티 캐스팅을 의도한 것은 아니다. 다 각자의 삶의 주인공이잖나. 능파가 나오는 장면은 능파가 주인공이고, 무륵(류준열)이 조연이다. 장면마다 그 장면의 주인공이 있는 거다. 멀티 캐스팅을 선호하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멀티 캐스팅은 제가 영화를 만드는 요건에서 까마득한 후순위다. 무조건 재밌는 스토리를 쓸 것, 매혹적인 캐릭터를 만들 것, 관객들이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 그게 제가 영화를 만드는 목표다.”

 

-그렇다면 가장 좋았던 반응은 무엇인가.

 

“‘떡밥을 다 회수했다’는 말이 좋았다. 여기(인터뷰 자리) 오기 전에 봉준호 감독님을 만났는데, ‘최동훈은 다 계획이 있구나’라서 말해줘서 고마웠다(웃음).”

 

최정아 기자 cccjjjaaa@sportsworldi.com 사진=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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