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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 황톳길 맨발로 꾹…몸 구석구석 에너지 충전

입력 : 2023-11-05 20:00:49 수정 : 2023-11-05 20: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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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족 성지' 계족산 탐방로

건강 관리법 '맨발 걷기' 인기
조웅래 맥키스컴퍼니 회장 조성
전라도 황토 공수해 수시 관리
봄부터 늦가을까지 체험 가능해

‘맨발 걷기’ 열풍이 뜨겁다. 과거 일부 노인이나 기인들이 하던 맨발 걷기가 동네 아파트 공원부터 주요 등산로, 전국 주요 관광지 주변까지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후부터 맨발 걷기 인구가 크게 늘었다.

예찬론자들은 맨발 걷기를 발바닥이 땅과 직접 마주하는 ‘접지(接地)’, 또는 ‘지구와 나를 연결한다’는 의미의 ‘어싱(Earthing)’이라고도 부른다. 맨발걷기가 활성산소를 제거해 주는 효과가 있어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계족산 황톳길의 가을.

지자체들은 맨발 걷기 코스 정비와 함께 관련 조례 제정에 나서고 있다.

국내 맨발 걷기 코스 중 군계일학은 대전 계족산이다. ‘맨발족의 성지’와 같은 이 산에는 지역 소주 회사 맥키스 컴퍼니(구 선양) 조웅래 회장이 직접 조성한 14.5㎞ 황톳길이 여행객을 반긴다.

지난 2006년 조 회장은 이 산을 오르던 중 하이힐을 신고 힘들게 걷는 여성에게 신발을 선뜻 벗어줬고 자신은 맨발로 남은 산길을 내려오게 됐다. 조 회장은 그날 저녁 오랜만에 ‘꿀잠’을 잤고 아침이 되자 피로감이 싹 없어지는 신기한 체험을 했다. 이후 그는 맨발 걷기 코스 조성에 나선다.

계족산 맨발 코스는 처음부터 황톳길은 아니었다. 조 회장은 마사토부터 시작해 온갖 흙을 시험해 보다 황토가 가장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발에 닿는 촉감, 자연과 이질적이지 않은 색감 때문이다.

조웅래 맥키스 회장이 황톳길 코스를 설명하고 있다.

황톳길은 조성보다 관리가 어렵다. 계족산 황톳길은 연간 관리비용이 10억원에 달한다. 계족산 황톳길이 이름을 날린 이후 여러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통해 코스 조성에 나섰지만 관리에는 신경을 쓰지 않아 유명무실해진 곳이 대부문이다.

계족산 탐방로에 깔린 황토는 전라도에서 가져 온다. 길이 찰흙처럼 촉촉하고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는 것은 맥키스컴퍼니에서 수시로 물을 뿌리고 길을 갈아 엎는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탐방로 대부분 구간이 울창한 숲 속에 있는 것이 계족산의 장점. 이는 황토가 마르지 않는 그늘을 만들어 준다. 관리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비가 오면 쓸려 내려가는 황토를 계속 쌓아 올리는 것이다. 코스 중간마다 비축해 놓은 황토를 이용해 계속 보수하는 것 외에 답이 없다.

대전은 대구와 마찬가지로 분지에 들어선 도시다. 보문산·식장산·구봉산·장태산 등이 병풍처럼 도시를 감싸고 있는 형상이다.

비오는 날 황톳길을 걷는 등산객들.

계족산은 대전의 북동쪽, 대청호를 내려다 보는 자리에 있다. 해발 429m인 계족산은 봉황산으로 불리는데 산의 모습이 봉황처럼 생겼다고 해서 유래 되었다. 또한 계룡산은 닭의 머리요, 계족산은 발이라 하여 산줄기가 닭발처럼 퍼져 나갔기 때문에 붙여졌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뭄이 심할 때 이 산이 울면 비가 온다고 해서 비수리 또는 백달산이라고도 불린다. 아름다운 숲과 골짜기, 역사적인 문화재가 있고 봉황정의 노을이 아름다워 오래전부터 ‘대전 8경’에 이름을 올렸다.

탐방객들 대부분은 장동휴양림 관리사무소~다목적광장~숲속음악회장~에코힐링 포토존~임도삼거리~계족산성~갈림길(대청호길)~갈림길(거리: 14.5㎞, 소요시간: 3시간 30분) 정코스를 따라 걷는다. 입구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그림같이 아름다운 저수지가 있다. 대청호가 손에 잡힐 듯 내려다 보이는 탁 트인 뷰 포인트도 숨어 있다.

코스 대부분 구간에서 폭의 3분의 1은 황톳길이고 나머지는 일반 임도와 목재 데크길이다. 일정 구간 황톳길을 걷다가 다시 신발을 신고 싶다면 코스 중간 마련된 세족장을 이용하면 된다. 잘 관리되고 있는 깨끗한 화장실도 곳곳에 마련돼 있다. 황톳길은 봄부터 늦가을까지 체험할 수 있다. 낙엽이 떨어져 나무 그늘이 사라지는 가을에는 황토가 마른다. 딱딱하게 굳은 바닥이 싫다면 황토가 촉촉해 지는 비오는 날을 골라 산행에 도전해 보자.

정상에는 백제 때 돌로 쌓은 계족산성이 있는데 올라가는 길이 가파르다. 대전에 있는 30여개 백제성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원형이 잘 보존된 산성이다.

황톳길 주변으로 문화행사도 풍성하다. 2007년부터 매년 5월 ‘계족산 맨발축제’가 열리고 있고, 계족산 숲속음악회장에서는 숲속 음악회 '뻔뻔한 클래식'이 낭만을 더해준다.

 

대전=정희원 기자 happy1@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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