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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Scene] ‘대만 축제가 된 믹스트존’ 침울했던 사오싱의 밤

입력 : 2023-10-02 23:13:27 수정 : 2023-10-03 09: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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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0-4로 패배한 한국 야구대표팀이 씁쓸한 표정으로 팬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일 중국 저장성 항저우 인근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대만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4로 패했다.

 

처참했던 ‘영봉패’다. 마무리 고우석이 8회말 충격의 2실점을 하기 전까지, 마운드는 최소 실점으로 잘 버텼다. 하지만 잠잠했던 타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이날 한국은 33타수 6안타(타율 0.182)에 그쳤다. 

 

일본 국적의 후카자와 슌이치 주심의 스트라이크 존 문제를 비롯해 심판진의 몇몇 판정이 눈에 걸리긴 했다. 하지만 참사의 변명으로 삼기에는 다소 부끄러움이 느껴진다. 만 25세 이하로 선수단 선발이 제한됐다지만, KBO리그 톱급 타자들이 대표팀에 들어왔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급 활약을 펼치는 노시환은 타율 0.298-31홈런-99타점에 빛나는 최고 타자다. 꿈의 3할-30홈런-100타점을 목전에 뒀다. 여기에 리그 타율 3걸에 드는 김혜성, ‘천재 타자’ 강백호 등 수준급 야수들이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든든해보였던 한국 타선은 대만을 상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리드오프 김혜성이 4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떨궜다. 이닝 선두타자로 3번을 나섰지만 모두 아웃돼 공격의 활로가 뚫리지 못했다. 또다른 테이블세터 최지훈이 멀티히트로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강백호가 내야땅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노시환-강백호-문보경으로 꾸린 클린업 트리오도 무기력했다. 팽팽한 싸움에서 한방이 필요했지만, 기다리던 해결사는 나타나지 않았다. 3명의 타자들이 생산한 안타는 단 1개였다. 노시환이 볼넷과 2루타로 2개의 출루를 만들엇을 뿐, 강백호와 문보경은 도합 8개의 아웃을 당했다. 셋 합쳐 11타수 1안타에 머물렀다.

 

6번으로 나선 윤동희만 3안타로 제몫을 다했다. 시원한 2루타도 덤이었다. 하지만 이어진 7~9번 하위타선이 역시나 침묵했다. 9이닝 내내 이렇다 할 찬스조차 없었던 것은 기분 탓이 아니었다.

 

미국 마이너리그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산하팀에서 재능을 키우고 있는 유망주 린위민에게 6이닝 무실점으로 묶였다. 이어 등판한 구린뤼양이 2이닝 무실점, 류즈롱이 1이닝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대만’이라고 해서 마냥 얕볼 수 없는 구위를 자랑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무력하게 무너진 것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시나리오다.

 

상대에게 만점짜리 성적표를 안겨준 한국은 반대로 ‘0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을 일렬로 지나가던 선수들의 표정은 심각했다. ‘유구무언’이 딱 들어맞았다. 선수 대표 노시환과 류중일 감독만이 반성과 사과의 메시지를 건네고 들어갔다.

 

침울해진 선수단이 더그아웃으로 돌아간 그곳은 대만 선수단의 축제가 됐다. 경기장을 찾은 중국 및 대만 팬들은 뜨거운 환호성으로 승자를 반겼다. 태극전사들을 비롯해 한국을 응원하려 현장을 찾은 국민들은 그 잔치를 허망하게 바라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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