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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행운의 굿럭항저우] 눈물의 銀도, 역사적 2연패도 볼 수 없었다… 씁쓸한 ‘비인기 종목’의 뒷맛

입력 : 2023-09-25 15:00:00 수정 : 2023-09-25 15: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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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 근대5종 대표팀의 전웅태가 레이저 런 종목 결승선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사진=허행운 기자

 

감격의 순간이 온전히 전해지지 못했다.

 

한국 근대5종이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선봉장에는 전웅태(광주광역시청)가 있다.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구면서 AG 최초 2연패 업적을 달성해 냈다. 연패가 아닌 2회 우승도 전례가 없다. 그만큼 힘든 일을 만들다. 13년 만의 단체전 우승으로 흥을 더해준 개인전 은메달의 이지훈, 4위 정진화(이상 LH), 8위 서창완(전남도청)이 흘린 피와 땀도 값졌다.

 

여자 근대5종에서도 김선우(경기도청)가 전한 낭보가 있었다. 여자 개인전에서 한끗 차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단체전 동메달까지 보태 한국의 대회 1·2호 메달을 신고했다. 대한근대5종연맹 홈페이지에 등록된 여자 선수가 29명밖에 되지 않는 척박한 환경 속에서 피어난 꽃이었다.

 

현장 열기는 뜨거웠다.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경기지만, 기자가 직접 눈으로 담은 종목의 긴장감과 재미는 여느 ‘인기 종목’에 비해도 손색없었다. 특히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레이저 런(사격+육상)은 습하고 더운 항저우 날씨 속에서도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는 선수들을 ‘직관’할 특별한 기회기도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왼쪽) 등 주요 인사들이 한국 남자 근대5종 국가대표팀을 찾아 금메달 획득을 축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남자 개인전이 펼쳐진 오후에는 특별한 손님들도 있었다. 대회 참관을 위해 항저우를 찾은 한덕수 국무총리, 장미란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을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경기장을 찾았다. 빈 일정을 활용해 응원을 자처한 타 종목 선수들도 관중석 한 켠을 가득 메웠다. 그들은 선수들의 열정적인 레이스가 펼쳐지는 순간 목 놓아 ‘대~한민국’을 외쳐줬다.

 

조금이라도 힘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함께 손뼉을 치고 그들의 이름을 연호했다. 하지만 마음 한 켠에는 공허함이 있었다. “짜요!(‘힘내!’의 중국어)”를 외치는 중국 홈 팬들을 침묵시키는 태극전사들의 압도적인 경기력을 정작 고국에서 지켜보는 국민들이 눈에 담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항저우아시안게임 조직위원회가 근대5종 종목의 중계를 아예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던 까닭이다. 정식 종목 수가 적은 올림픽과 달리 수많은 종목이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는 AG에서는 미중계 종목이 나오는 것도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지울 수 없다. 한국의 대회 첫 메달, 한국의 첫 2관왕 심지어 종목 역사상 최초의 대회 2연패라는 묵직한 발자국이 남았지만, 그게 찍히는 순간을 국민들이 지켜볼 수 없었다. ‘비인기 종목’의 설움이라는 표현이 이럴 때 쓰이는 법이지만, 언제까지 그 종목들을 ‘비인기’로만 둘 것인지에 대한 안타까움이 남는다.

 

‘아시아의 강호’로 떠오른 한국이라도 달라져야 한다. 전웅태는 과거 2018 자카르타·팔렘방 AG 금메달, 2020 도쿄 올림픽서 한국 최초 메달(3위) 업적을 쓴 후 ‘종목의 인기’를 위해 방송 출연, 인터뷰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앞으로도 그의 행보는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결같은 그를 보며 국민들이 응답해줄 때다. 이들을 향한 따뜻한 한마디가 국제 대회로 끓어오른 ‘순간의 끌림’이 아닌 오랫동안 지속될 ‘찐사랑’이길 바라본다.

 

항저우=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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