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운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찾아온다.
프로야구 LG의 ‘무주공산’ 2루수를 실력으로 쟁취한 신민재(27)의 이야기다. 대권에 도전하는 LG의 가장 큰 고민 2루수, 그 난제를 해결하려 수많은 도전자가 명함을 내밀었다. 그 시험에서 ‘대주자’ 출신 신민재가 당당히 최종 합격자가 됐다.
인천고를 나온 그의 야구 인생은 굴곡졌다. 2015년 두산의 육성선수로 시작해 퓨처스리그만 누볐다. 이후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에 2018년 2차 드래프트로 LG 줄무늬 유니폼을 입게 됐다. 소집 해제 후 2019년이 돼서야 처음 정식 선수로 등록됐다.
2019시즌 대부분을 1군에서 보내긴 했지만 주어진 역할은 대주자, 대수비에 불과했다. 설상가상 설 자리도 없어졌다. 2019시즌 81경기 출전이 그의 종전 최다 출전이었을 정도. 그렇게 신민재는 잊히는 듯했다.
반전이 시작됐다. 그의 빠른 발이 적극적인 주루를 즐기는 염경엽 신임 감독의 구미를 당겼다. 그렇게 다시 전문 대주자가 됐고, 클러치 상황에 루상에 나서 몇 번의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해 존재감을 높였다. 거기에 기대하지 않던 타석마저 좋은 결과가 나오자 염 감독의 시나리오가 수정되기에 이르렀다.
팀의 악재가 신민재의 기회가 된 것도 맞다. 염 감독이 부활 가능성을 봤던 서건창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1군을 떠났고, 그 자리를 대체하던 전천후 내야수 김민성이 부상을 당했다. 백업으로 2루에 투입되던 신민재는 사실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스타팅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겨자가 아니었다. 공수주 모두 흠잡을 데 없다. 88경기(44선발)서 타율 0.327(171타수 56안타) 21타점 29도루를 기록 중이다. 규정 타석을 채우지 못했지만 타율만 보면 팀 내 1위, 도루는 리그 전체 1위다. 2루수로 409⅓이닝을 책임지며 실책은 6개로 제어했다. 수치에서 드러나지 않는 숱한 호수비들은 팬들의 뇌리에 박혀있다.
누가 뭐래도 주전 2루수다. 선발 출전 횟수에서 김민성(33회), 서건창(23회)을 뒤에 둔다. 비단 올해만이 아니다. 최근 몇 년으로 확장해도 그보다 나은 LG 2루수는 찾기 힘들다. 외국인 타자를 교체하면서까지 2루를 맡겼던 지난해를 떠올리면 신민재의 등장은 반갑기 그지없다.
2루수 골든글러브 후보까지 언급될 정도로 위상이 상승했다. 물론 김혜성(키움)이라는 국가대표 2루수가 건재하고 박민우(NC), 안치홍(롯데) 등 경쟁자들이 즐비한 격전지라 수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 하지만 감동의 자수성가를 보여준 신민재는 올해 LG의 최고 히트 상품임이 분명하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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