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서머 이후 첫 정상 쾌거

KT 롤스터가 16연승을 내달리면서 2023 LCK 서머 정규 리그를 1위로 마감했다. 개막 후 두 번째 경기에서 젠지에 세트 스코어 1대2로 진 뒤 한 차례도 패하지 않았다. 시즌이 반환점을 돌아 2라운드 들어서는 젠지에 2대0으로 완승하면서 설욕도 끝냈다. 오히려 질적인 면에서 젠지에 한 수 위가 됐다.
젠지 역시 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KT 롤스터와 동률을 이루면서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였지만 지난 7월 22일 KT 롤스터에 0대2로 완패를 당한 이후 득실차에서 밀리기 시작했고, 급기야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이달 5일 최약체 OK저축은행 브리온을 맞아 0대2로 무릎을 꿇었다. 결국 정규 리그 1위 자리와는 작별을 고했다.
물론 플레이오프가 있기에 정규 리그 1위에 적용되는 혜택은 크지 않다. 플레이오프 2라운드에 직행해 대적할 상대를 고를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주된 이익이다. 하지만 정규 리그와 플레이오프가 갖는 심리적 그리고 현실적 긴장감은 다르기 십상이어서 KT 롤스터와 젠지의 싸움은 플레이오프 결과로 방점을 찍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시즌 우승팀을 거론할 때도 정규 리그 1위가 아닌, 플레이오프를 통한 성적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실질적인 현실과는 별개로 KT 롤스터가 정규 리그 1위를 차지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KT 롤스터는 2018년 LCK 서머 이후 무려 5년만에 정규 리그 1위에 올랐다. 어깨를 나란히 하던 T1과 젠지가 맹주를 펼칠 동안 KT 롤스터는 후순위였고, 어느새 우승과는 동떨어진 인상만 남겨왔다.
이번 시즌에도 초반부터 젠지에 덜미를 잡히면서 불안한 출발을 알렸지만, 오히려 스스로 각성하는 촉매제가 됐다. 이미 포문을 터트린 연승 경쟁에서 젠지가 어찌 보면 자극제가 된 셈이고, 주력 페이커 이상혁이 부상으로 빠진 T1의 자진 몰락은 KT 롤스터에는 또 다시 오지 않을 기회나 마찬가지였다.
앞서 KT 롤스터는 2018년 서머 시즌에서도 비슷한 일화를 만들었다. 당시 그리핀과 13승5패, 세트 득실 +15로 타이를 이뤘지만 상대 전적에서 매치 기준 2전 전승을 기록하면서 1위에 오른 바 있다.
한편, KT 롤스터는 2021년 LCK에 프랜차이즈 제도가 도입된 후 진기한 결실도 일궈냈다. 6일 리브 샌드박스와의 최종 경기에서 첫 세트를 가져간 후 2세트 들어서는 2군 격인 챌린저스 리그에서 뛰던 5명으로 라인업을 전원 교체하고도 승리했다. 장기 집권을 담보할 수 있는 유망주를 제대로 육성하고 있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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