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일 만에 맛본 시원한 홈런포다.
프로야구 LG의 주전 포수 박동원(33)이 긴 홈런 침묵을 깼다. 그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9차전 맞대결에 6번 포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1홈런) 1타점을 기록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그의 결정적인 홈런은 6회말에 나왔다. LG는 3회말과 5회말 각각 1점씩을 내면서 2-0으로 미세한 리드를 잡고 있었다. 상대 선발 숀 앤더슨을 흔들긴 했지만 시원한 점수가 나오지 않으면서 찜찜함이 남아있던 상황. 바로 그때 LG가 자랑하는 거포 박동원이 움직였다.
2회말 좌익수 키를 넘는 큼지막한 2루타로 방망이를 한 차례 조율했던 그는 주자 없이 맞이한 세 번째 타석에서 시원한 결과를 냈다. 앤더슨과 2B1S로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펼쳤다. 그리고는 4구째 136.9㎞ 슬라이더를 제대로 공략했다. 빨랫줄처럼 뻗은 타구는 순식간에 좌측 관중석에 꽂혔다.
구단 트랙맨 기준 발사각은 20.3도, 타구속도는 무려 177.2㎞를 찍었다. 비거리는 120.5m가 나왔다. 잊고 있었던 박동원의 파워를 실감할 수 있는 총알 같은 타구였다. 영양가는 말할 것도 없다. 그의 시원한 솔로 홈런으로 LG가 3점의 리드를 안았다. 답답했던 공격 흐름을 단숨에 해소하는 벼락 같은 득점이었다.

개인적으로도 지난달 7일 고척 키움전에서 기록한 시즌 14호포 이후 이어진 25일간의 침묵을 깼기에 더 뜻깊다. 아울러 처지는 듯했던 홈런왕 레이스에도 다시 명함을 내민다. 15호포로 단독 3위에 오른 그는 최정(19홈런), 노시환(17홈런)의 뒤를 바짝 쫓는다. 구단 최초 홈런왕, KBO리그 역대 3번째 포수 홈런왕이라는 굵직한 목표가 그의 강력한 동기부여다.
친정팀 KIA를 상대로 쏜 홈런이라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지난 5월26일 광주에서 김유신을 상대로 솔로포를 터뜨렸던 그는 다시 한 번 KIA의 심장에 비수를 꽂는 한방을 작렬시켰다.
이번 시리즈 전까지 KIA는 LG 상대로 4승2패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 기세를 살려 위닝시리즈를 꿈꿨지만 박동원의 대포에 결국 무릎 꿇고 말았다. 이날 7회초 뒤늦은 추격을 알렸지만, 박동원이 벌려둔 격차가 사실상 KIA의 의지를 꺾어버렸다. 떠나간 박동원의 모습이 더욱 눈에 아른거렸을 친정팀이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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