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구미호뎐 1938’ 우현진 “애정신도 수중신도 처음…매 순간 치열했죠” [이슈스타]

입력 : 2023-07-02 19:10:00 수정 : 2023-07-04 10:14:28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사진=김용학 기자

‘구미호뎐 1938’의 여희가 현실에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종영 인터뷰를 위해 만난 우현진은 밝고, 유쾌하고, 똑부러졌다. 커다란 눈망울에 촬영하며 느꼈던 감정을 솔직히 전했고,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도 또렷하게 전했다. 

 

우현진은 지난달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구미호뎐1938’에서 낮에는 양품점 직원, 밤에는 이름 없는 가수로 활동하는 인어 장여희 역을 맡았다. 소속사를 만나 첫 오디션이 ‘구미호뎐 1938’이었다. 우현진은 2021년 하반기 오디션으로 시작해 지난해 촬영까지 온전히 장여희로 살았다.

 

종영 후 스포츠월드와 만난 우현진은 “여희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너무 많은 배우들이 원하겠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고 캐릭터의 첫인상을 전했다. 인고의 시간을 버티며 결국 여희 역을 따낸 우현진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여희가 인어니까, 오디션 결과를 기다리며 수영을 배우며 영상을 찍어뒀어요. 포털사이트에 프로필이 없던 상황이라 홍보를 하기 위해 여러 가지 특기도 준비했죠. 언젠가 보여드릴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열심히 운동도 하고 노래도 녹음했어요.(웃음)”

 

신인 배우로는 이례적일 만큼 큰 비중의 역할이었다. 우현진은 “부담이 안 됐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부담보단 누를 끼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부터 들었다”고 솔직히 답했다. 시즌1의 주요 인물과 제작진이 그대로 옮겨온 상황, 새로 합류한 그의 책임은 더 막중했기 때문이다. 

 

여희를 두고 생각한 키워드는 ‘외유내강’이다. “스무 살 소녀의 명랑함 끝이 아니라 한 남자를 지킬만한 강인한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다”는 우현진은 “인어로 뭍에서 200년을 살며 상처도 받고 많은 경험을 했을 거다. 그럼에도 밝은 에너지 있는 건 강인함 때문이라 생각했다. 이랑과의 신에서 그런 부분이 잘 드러나길 바랐다”고 주안점을 짚었다.

 

또 “여희는 끊임없이, 적극적으로 돌진하는 인물이다. 랑이를 꼬셔서 어떻게 해보려는 게 아니라 자신도 연애 경험이 없으니, (연애를) 잡지에서 배운 것 같은 엉뚱하고 순수한 모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극 중에서는 나이가 많지만, 인간으로 따지면 나와 비슷한 또래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돌아봤다. 

 

시대극, 더욱이 ‘인어’라는 판타지 속 설정은 어떻게 이해하고 준비했을까. 우현진은 “그 시대 옷을 입고 세트장에 있다고 캐릭터에 스며들진 않는다고 생각했다. 인어옷을 입어도 내 것처럼 자연스럽길 바랐다”며 “사전에 승마, 수영, 노래 등을 준비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무대에서 노래하는 장면을 위해 레코딩 연습에도 집중했다. 경성에 살아온 인어이자 노래하는 가수. 어찌 보면 여희에게 있어 당연한 것들을 체화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여희의 주제곡은 가수 케이가 부른 OST ‘연가’였다. 우현진은 “케이님의 목소리가 내 톤이랑 거의 흡사했다. 여희를 위해 준비된 OST였을테니 믿고 따랐다. 케이님의 목소리가 화룡점정을 찍어주신 것 같아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2020년 인기리에 방영된 ‘구미호뎐’ 시즌1의 주인공 이동욱(이연 역)과 김범(이랑 역) 등의 서사가 그대로 이어진 시즌제 작품이었다. 김소연(류홍주 역)과 우현진(장여희) 등 새롭게 합류한 인물들이 새 시대의 이야기를 채워나갔다.

사진=김용학 기자

시즌1 이연과 지아(조보아)의 로맨스가 주축이 됐다면, ‘구미호뎐 1938’에선 여희와 이랑이 로맨스 서사를 담당했다. 우현진은 상대역 이랑에 집중했다. 온라인상에 알려진 이랑이 프로필을 익혔고, 채널에서 공개한 메이킹 필름까지 모두 시청했다. 그는 “세계관은 이어지는데, 이랑에 대한 정보가 워낙 없었다. 지난 시즌의 팬이 많기 때문에 그분들보단 빠삭한 정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학구열을 올렸다”고 했다. 

 

촬영을 마치고 드라마가 종영하기까지. 후련한 감정이 들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우현진은 “현장은 새롭더라. 예상치 못한 순간이 많았고, 아직 순발력이 모자랐다”면서도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점, 두려움은 작아졌고 더 치열해졌다는 건 후련하다”고 돌아봤다. 

 

극의 로맨스를 담당한 만큼 진한 애정신도 많았다. 하지만 애정신이어서 부담이 되진 않았다. 우현진에겐 모든 신이 ‘처음’이자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첫 촬영 신은 인어답게 수중신이었다. 다이빙 입수 전 철봉에 매달려 있는 그를 향해 “여희의 첫 데뷔입니다”라고 말해준 감독의 말조차 감개무량했다. 우현진은 “오히려 다행이었다. 애정신도, 수중신도, 하다못해 인서트도 처음이었다”며 “어느 장면 하나 치열하지 않은 신이 없었다”고 웃어 보였다. 

사진=김용학 기자

이랑 역의 김범은 현장이 익숙하지 않은 우현진에게 카메라 동선부터 감정까지 하나씩 조언을 해줬다. 뿐만 아니라 낮에는 우렁각시가 운영하는 양품점 직원으로 일하며 최수진(우렁각시 역)과 길게 호흡을 맞췄다. 우현진은 “(최수진)선배님이 응원과 따듯한 말을 많이 해주셨다. 매체도 연극도 오래한 선배님이셔서 현장에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촬영이 끝나고도 개인적으로 식사를 함께했는데, 조언을 많이 해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다”고 인사했다.

 

화려한 스타일링의 시대극이었던 탓에 평소 우현진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도 드라마를 본 친구의 연락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누군가는 알아봐 줄 거라 생각한다. 세상에 드러나지 않더라도 나는 계속해서 연기를 준비해왔으니 ‘낭중지추’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는 그다. 

 

가족들에게도 발설(?)하지 않은 출연이었다. 작품도, 역할도 밝히지 않은 채 첫 방송을 기다렸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걱정도 됐다”는 우현진은 “설레고 기쁜 순간보다 정신 없이 지나간 기억이 더 많다. 부모님은 엑스트라인줄 아셨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전라도, 경상도 사투리가 모두 능한 배우다. 학창시절을 대구에서 보냈지만, 전라도 출신 할머니 손에서 자라 두 지역의 사투리가 모두 가능하다고. 배우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도 꽤나 흥미로웠다.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을 그저 ‘서울에 가고 싶은가 보다’, ‘연예인이 되고 싶나보다’로 단정 짓는 시선에 상처를 받았던 적도 많았다. 배우를 꿈꾸기 시작하고 부모님을 설득하기 위해 프리젠테이션까지 열었다. 왜 배우를 꿈꾸게 되었는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그리고 누구보다 연기에 진지하다는 걸 보여드리고 인정받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에 관한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장래희망을 고민했어요. 누군가 나로 인해 도움을 얻고 웃어주면 행복하더라고요. 대단한 사연이 있어서 선택한 길은 아니지만, 이제서야 비로소 강한 확신이 자리 잡은 것 같아요.”

 

그렇게 얻어낸 기회였다. 10대의 끝자락에 서울로 올라와 꿋꿋히 정진했고 ‘구미호뎐 1938’과 장여희를 만났다. 우현진은 “선택과 결정이 빠른 편이다. 수습은 온전히 내 몫이라고 생각하며 후회하지 않는다. 어떻게 항상 좋을 수만 있겠나. 선택을 책임지는 삶을 살고자 한다”고 말한다. 

 

촬영을 마치고 드라마가 종영하기까지. 후련한 감정이 들지만 만족스럽진 않다. 그럼에도 후회는 없다. 우현진은 “현장은 새롭더라. 예상치 못한 순간이 많았고, 아직 순발력이 모자랐다”면서도 “조금 더 용기를 낼 수 있었다는 점, 두려움은 작아졌고 더 치열해졌다는 건 후련하다”고 돌아봤다. 

 

여희로 인해 이랑이 알을 깨고 성장했듯, 여희를 연기한 우현진도 ‘구미호뎐 1938’을 통해 성장했다. ‘실전’을 마치고 나니 배운 것도, 느낀 점도 많다.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동료들, 멋진 선후배들이 그의 롤모델이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이 있지만 각자의 기술로, 자신만의 일을 해나간다고 생각한다.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후배로서 잘 배우고 흡수할 수 있는 나만의 길을 찾아 순리대로 가고 싶다”고 소신을 드러내는 말에는 힘이 느껴졌다.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만큼 하고 싶은 장르도, 캐릭터도 무궁무진하다. 우현진은 “스물넷 우현진이 여희였다면 스물다섯, 그리고 삼십 대의 우현진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중년의 우현진은 또 다른 모습이지 않을까”라고 상상했다. 그러면서 “그 순간 최선의 내 모습을 담을 수 있다면. 어디든지 발 벗고 나설 수 있다. 기회면 되면, 연기만 할 수 있다면 공연도 뮤지컬도 다 해보고 싶다”고 의욕을 보였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