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구는 둥근 공 형태로 되어 있으며 내부는 젤리처럼 탄력이 있는 투명한 조직인 유리체와 안방수가 채우고 있다.
유리체는 콜라겐섬유를 주축으로 글라이코사미노글리칸, 히알루로난 등의 입자들이 모여 경계면과 내부 구조를 이룬다. 99%는 물로 채워져 있다.
눈으로 들어온 빛은 투명한 유리체를 통과하여 망막에 닿아 뇌에 전기적 신호로 전달된다. 사람이 나이가 들수록 유리체의 구조가 점차 풀어지면서 콜라겐 섬유가 얽혀 마치 눈앞에 벌레가 날아다니거나 실 같은 것이 떠다니는 듯한 착시 현상을 일으킨다. 이런 증상을 보통 ‘비문증’이라 부른다.

비문증의 가장 주된 원인은 노화다. 눈은 신체 그 어느 부위보다도 노화가 빠르게 찾아오는 부위 가운데 하나다.
박영주 SNU청안과의원 원장에 따르면 40대를 넘어서면 노화 현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하며 비문증 역시 이러한 시기에 생길 수 있다. 다만 근시가 심한 사람은 유리체가 더욱 빠르게 액화되기 때문에 비교적 젊은 나이라 하더라도 이러한 증상이 생기기 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박 원장은 “대부분의 비문증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시야에 녹아들며, 비문이 시야를 심하게 가리지 않는 한 굳이 치료를 하지 않아도 된다”며 “보통은 비문이 사라지지 않더라도 적응해 의식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비문증이 갑자기 심해지고 시야에 방해가 될 정도로 벌레나 먼지 같은 것이 많이 생겼다면 망막질환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며 “비문증은 망막열공 등 여러 망막질환의 대표적인 전조증상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비문증은 유리체가 변성되면서 발생하는데, 유리체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유리체의 뒷벽과 망막이 분리되는 후유리체박리라는 현상이 발생한다. 후유리체 박리시 유리체와 망막이 단단히 붙어 있는 부분이 있다면 그 부위에서 망막이 일부 찢어질 수 있는데, 이것이 망막열공이다.
유리체가 망막 열공 주변부를 당겨올리면서 망막 열공을 통해 안방수가 망막하부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렇게 열공성 망막박리가 발생할 수 있다. 열공성 망막박리는 실명을 초래할 수 있는 질환이며 빠른 치료를 요하는 급성 질환이다. 가급적 망막열공 단계에서 발견하여 미리 치료를 한다면 망막박리의 발생을 막을 수 있다.
박 원장은 “특히 고도근시나 초고도근시 환자의 경우, 눈의 길이가 일반인에 비해 긴 편이며 이렇다보니 인해 망막이 약해 젊은 나이에도 망막열공이나 망막박리의 위험이 높은 편”이라며 “따라서 근시가 심한 환자라면 망막질환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문증 외에도 눈앞에 번개가 치는 듯 빛이 번쩍거리는 광시증, 직선이나 사물이 휘어지고 일그러져 보이는 변시증, 시야의 일부가 까맣게 암전 되어 보이는 증상 등 다양한 증상이 망막질환의 전조가 될 수 있다.
망막 검진시 망막열공만 발견된다면 레이저광응고술을 이용하여 열공이 박리로 이어지지 않게끔 방벽을 만들 수가 있다. 만일 이미 망막박리가 상당히 진행되고 있는 상태라면, 수술을 통해 망막이 다시 안구 내벽에 유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공의 위치와 박리의 범위에 따라 유리체절제술이나 공막돌륭술, 가스주입술 등을 시행한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망막이 오랫동안 박리된 채로 치료 없이 방치될 경우, 시세포층이 손상되어 실명할 수 있다. 혹은, 제때 수술했다 하더라도, 최초 박리시 손상정도에 따라 시력이 회복되지 않거나 휘어보이는 증상이 남기도 한다.
박영주 원장은 “망막질환은 대부분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으며 뚜렷한 증상이 생길 때쯤에는 이미 악화된 경우가 많다”며 “결국, 시력을 온전히 보존하고 싶다면 평소 증상이 없더라도 검진을 시행하고, 망막질환 의심 증상이 생겼을 때는 바로 재검진에 나서야 한다. 정기적인 안과 검진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시력을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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