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마실’ ‘다담’ 등 프로그램
여행플랫폼 ‘놀루와’로 예약
덖음기술·수작업 거친 茶 일품
‘의신마을’ 지리산 반달가슴곰
학습장에 곰 모녀 두 마리 반겨
하루 30명만 2회 40분씩 개방
해설사와 간식 주며 관찰 가능
‘최참판댁’, ‘화개장터’로 대표되던 하동이 ‘감성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서울에서 진주역까지 KTX로 약 3시간 반, 이후 차로 약 1시간 정도 달려야 닿는 곳. 여행길이 만만치 않지만 도착하면 그만큼 감탄이 나온다. 아름다운 지리산, 남해를 향해 흐르는 섬진강이 서정적인 느낌을 더한다. 초록빛이 가득 깔린 지금, 바로 하동을 찾기 좋은 시기다. 경남관광재단과 함께 하동의 매력을 만나기 좋은 작은 마을 두곳을 찾았다.

◆깊은 차향 느끼기 ‘모암마을’
하동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차(茶)’다. 하동은 신라 흥덕왕 때부터 야생 차나무를 길러온 무려 ‘1200년 역사’를 가진 야생차의 고장이다. 일제강점기 개량종이 퍼져 나갈 때에도 하동은 토종 야생차를 보존했다. 이와 관련 하동 야생차는 2017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이름을 올렸다.
하동 야생차를 좀더 깊이 즐기려면 모암마을로 향해보자. 마을 입구에서부터 야생차밭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기존의 ‘차밭’ 하면 떠오르는 정갈한 모양새가 아니다. 경사가 가파른 산등성이에 오밀조밀 둥글고 넓게 형성돼 있다. 멀리서 보면 마치 커다란 브로콜리들이 모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곳에서는 지역 여행 플랫폼과 함께 하동의 차를 활용한 콘텐츠를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하동 지역의 여행 플랫폼 ‘놀루와’는 야생차밭에서 소풍하며 티타임을 갖는 ‘하동 차마실’과 차 명인들과 담소하는 ‘다담 in 다실’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이다.
차마실에는 2가지 하동 차와 다기세트, 돗자리·보온물통, 간단한 다식이 제공돼 감성을 더한다. 차밭을 천천히 산책하다가 맘에 드는 장소에 돗자리를 깔고 차를 내려 마신다.
차마실 프로그램이 ‘셀프’라면 다담 프로그램에는 차를 내려주는 ‘팽주’가 있어 전문가의 손길을 느껴볼 수 있다. 하동의 다섯 농가에서 직접 생산한 3가지 차와 이에 어울리는 다식을 만나볼 수 있다. 차 농가의 바쁜 시기가 지난 6월부터 예약 가능하다. 우수한 품질의 하동 차와 ‘인스타그래머블’한 사진으로 젊은층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이번 여행에서는 제다원 ‘붓당골’을 찾았다. 하동 지역은 수많은 농가에서 야생차를 재배한다. 붓당골 앞에 펼쳐진 차밭도 눈길을 끈다. 방문할 무렵인 오후에는 그날의 찻잎을 수확해온 지역 어머님들이 좋은 잎을 고르고 있었다. 여행 당시인 4월 말은 녹차 중에서도 가장 순하고 우수한 ‘우전’을 수확하는 시기였다. 갓 따온 찻잎의 향은 어떤 니치향수도 따라하지 못할 정도로 싱그러운 자연 그 자체다.
이날 김종열 대표가 내준 ‘특 우전’ 차는 쓰지 않고 구수하다. 은은한 단맛이 느껴진다. 깊은 찻잎의 향도 힐링이다.

김 대표는 하동 차 품질의 비결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덖음기술’과 수작업을 꼽는다. 김 대표에 따르면 찻잎은 오전 중에 따고, 수확한 찻잎은 밤에 가마솥에 넣어 덖는다. 그는 “조금만 늦어도 맛이 변해 철저하게 시간을 지킨다”고 말했다. 이때 기계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모두 하나하나 손으로 작업하는 것도 ‘맛의 비결’이라는 것.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감성 숙소’도 기다린다. 모암마을 주민들과 놀루와가 지역 자원을 활용해 만든 ‘모암차차’가 대표적이다. 한옥 스타일의 숙소부터 스튜디오(원룸) 타입까지 취향껏 선택할 수 있다. ‘차밭 뷰’가 멋진 공간이다. 이곳을 베이스캠프로 차마실, 다담, 섬진강 달마중 등 하동을 느낄 수 있는 프로그램을 경험하기 좋다.
놀루와 측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하동을 찾는 여행객은 50~60대가 주였지만, 최근 들어 20~30대 방문이 크게 늘었다. 특히 서울·경기 수도권과 부산에서 찾는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젊은층이 좋아하는 한국적 분위기가 더해진 ‘감성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의미다.
하동을 둘러보니 곳곳에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다음달 4일부터‘자연의 향기, 건강한 미래, 차’를 주제로 한 달간 엑스포가 열린다. 하동스포츠파크와 하동야생차박물관을 중심으로 ‘차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는 게 하동군의 설명이다. 다구 등 차 관련 도구와 공예품도 기다린다. 차를 주제로 한 힐링 프로그램도 운영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례, 녹차 요가, 차 캠핑 프로그램 등이 준비돼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동을 찾을 또 다른 이유가 된다.

◆귀염둥이 반달곰과 가까이 ‘의신마을’
자연 속에서 귀여운 동물들을 만나고 싶다면 마을 주민들이 함께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돌보는 ‘의신마을’로 향해보자.
지리산 화개동천 골짜기 깊은 곳 의신마을은 하동군 북쪽 끝에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하늘 아래 첫 마을이다. 마을이 산속에 폭 싸여 중심에는 계곡이 흐르고 거친 산세가 웅장하다.
이곳의 명물 중 하나는 반달가슴곰을 안전하게, 전국에서 가장 가까이 볼 수 있는 ‘베어빌리지’다. 반달가슴곰 학습장에 가면 커다래서 더 귀여운 곰 모녀 두 마리가 방문객을 반긴다. 엄마곰 강이는 21살이고, 딸곰 산이는 17살이다. 사람 나이로 치면 각각 154살과 110살이다.
베어빌리지 관계자는 “자연에서 사는 곰의 수명은 15~20년 사이이지만, 먹이 급여가 잘 되고 영양균형이 잘 맞는 아이들은 25~35년, 최장 45년까지도 산다”고 소개했다.

현재 베어빌리지의 강이, 산이 모녀는 마을 주민들이 함께 돌보고 있다. 곰들이 어떻게 이곳으로 오게 됐을까. 멸종위기종인 지리산 반달가슴곰은 복원작업을 거쳐 2001년부터 방사를 시작했다. 반달곰은 이후 79마리에서 86마리까지 늘어나 복원사업의 성공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힌다.
방사에 앞서 곰들은 ‘야생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실패 사례도 있다. ‘사람을 너무 좋아하는 것’이 문제다. 베어빌리지의 엄마곰 ‘강이’다. 강이는 복원사업으로 야생으로 돌아갔지만, 밖에서도 사람들을 만나만 보면 반가워했다. 아팠을 때 잠깐 만났던 수의사를 보고 인간을 ‘좋은 존재’로 인식하게 된 게 이유였다. 이후 딸 산이와 함께 베어빌리지로 들어왔다. 지금은 ‘비건’에 가까운 식사를 하고 있다. 주식은 밤을 바짝 말려 사료처럼 마는 ‘밤쌀’이다.
방문객들은 다정한 곰 모녀들을 관찰할 수 있다. 간식도 줄 수 있다. 이날은 달고 아삭한 배를 던져줬다. 곰들의 재롱을 보면 곰인지, 강아지인지 알 수 없을 정도다. 특히 간식을 갈구할 때 일어서서 재롱을 부리는데, 가슴의 반달 무늬가 멋지다. 배를 5개 정도 실컷 먹고는 가슴의 반달 무늬를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사육장은 깨끗하고 쾌적하게 관리되고 있다. 경사진 바위 지대에 통나무집, 동굴, 연못 등이 잘 마련돼 있다. 관람객들은 마을 해설사와 공중 통로에서 간식을 주며 곰을 관찰할 수 있다.
베어빌리지는 하루 2회 40분씩 개방한다. 출입 인원은 예약자 30명으로 한정되며 입장료는 3000원이다. 단, 큰소리를 내는 것은 곰들에게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지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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