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대급 실패작으로 남을 트레이드다.
지난해 4월 24일, 프로야구 KIA가 KBO리그를 달구는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키움에 김태진, 2023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 지명권, 현금 10억원까지 얹어서 포수 박동원을 받아오는 대형 맞교환이었다.
난리가 났다. KIA가 오랜 시간 갈망해왔던 공격형 포수였다. 기존 김민식, 한승택으로는 아쉬웠던 무게감을 더하면서 팬들이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잦은 주전 출전을 원하며 유니폼을 갈아입은 박동원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다만 동행은 해피엔딩을 맞지 못했다. 2022시즌을 마치고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는 박동원을 상대로 다년 계약을 협상하던 장정석 전 KIA 단장이 뒷돈을 요구하는 파행을 저지르면서 모든 게 꼬였다. 결국 박동원은 FA시장으로 나가 LG의 손을 잡았다.
모든 걸 잃은 KIA에 남은 건 LG에서 지명한 보상선수, 좌완 불펜 김대유였다. 좌타 상대 스페셜리스트로 이름을 떨친 그는 기대를 걸어볼만 했다. LG 필승조로 거듭난 2021시즌부터 2022시즌까지 123경기를 소화해 6승2패 37홀드를 챙겼다. 90⅓이닝 21자책점을 남기며 평균자책점 2.09로 순항했다.

지난 시즌 KIA의 유일한 좌완 불펜 이준영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 일명 ‘JJJ 트리오’로 불리는 장현식, 전상현, 정해영과 시너지 효과까지 기대했다. 약해진 공격력을 높아진 불펜 마운드의 힘으로 견딘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바랐던 시나리오는 없었다.
김대유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7경기 1홀드에 그친다. 평균자책점은 14.73(3.2이닝 6자책점),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은 1.91까지 치솟았다. 중요한 순간에 믿고 낼 투수로는 보기 힘든 처참한 성적이다.
16일 키움전에는 연장 10회말 이정후에게 끝내기 투런포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18일 롯데전에서는 타선이 20이닝 무득점을 깨고 5-4로 앞서있던 7회말 마운드에 올랐지만 볼넷 2개와 몸 맞는 공 1개로 1사 만루를 만들어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그의 책임 주자 3명이 모두 홈을 밟아 KIA는 5-7로 졌다.
김대유가 제몫을 한다 해도 박동원을 잊을 수 없는 판국에 그나마 기대를 건 ‘보상선수 신화’마저 없다. KIA의 지난해 트레이드는 잊을 수 없는 깊은 상처만 남겼다.
허행운 기자 lucky77@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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