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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로리’ 안소요 “자유롭게 노닐듯 ‘소요’할래요” [이슈스타]

입력 : 2023-04-03 11:09:30 수정 : 2023-04-03 11: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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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이름보다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이 더 유명해지는 경우가 있다. ‘더 글로리’의 경란이도 그중 하나. 치열한 복수극 속에 묵직한 한 방을 터트린 배우 안소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가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로 지난해 공개된 파트1에 이어 지난달 10일 파트2가 공개됐다.

 

‘더 글로리’를 본 시청자라면 누구든 ‘경란이’를 떠올릴 것이다. 안소요가 남긴 여운은 컸다. 안소요가 연기한 김경란은 문동은(송혜교)가 있기 전 동은5적(문동은에게 폭력을 가한 5인방)의 괴롭힘을 당했다. 학창시절부터 이어진 가해는 성인이 되어서까지 이어졌다. 경란은 전재준(박성훈)이 운영하는 편집숍 시에스타의 매니저로, 그리고 박연진(임지연)의 스타일리스트로 일했다. 

 

지난달 27일, 많은 궁금증을 안고 안소요를 만났다. 그는 “파트2가 나오고 뜸 들이다가 시청했다. 아직 내가 나오는 작품을 보기 부끄럽다”며 작게 미소 지었다. 부끄러움도 잠시, 팬의 한 사람이 되어 몰입했다. 동은이 울면 같이 울었고, 경란을 보며 묵혀뒀던 감정이 되살아났다. 

안소요가 경란을 만나게 된 과정도 흥미로웠다. 사라와 혜정의 대사를 준비해갔지만 30대 중반의 그에게 안길호 감독은 “17살 같아 보인다”고 말했다고. 두 번째 오디션에서는 화장도 진하게, 성숙하게 도전했다. 동은의 공장 동료 서희를 준비했지만 “역할에 비해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지난번엔 17살 같고, 나중엔 나이가 많아 보인다고 하시더라. 그래서 ‘어떤 역할을 맡든 그 나이로 보인다’고 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는 애 엄마도 하고, 고등학생 역할도 해봤다. 그 말을 했더니 고심하시더라. 그리고 경란이 캐스팅 연락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숨죽여 살아가던 경란이의 한방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알고 보면’ 손명오(김건우)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결정적인 한 방, 죄수복을 입고 눈물 흘리는 박연진(임지연)의 처절한 결말을 있게 한 숨은 공신이었다. 

 

대본을 받고 경란의 인생에 대해 상상하고 메웠다. 가족 관계나 경제적 상황 등은 열어 놓고 상상했다. 경란이도 동은이처럼 주변에 도움을 청할 수 없었으리라, 기대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으리라 생각했다. 

 

“감독님이 요구한 부분이 있어요. 시청자가 보기에 이쪽인지, 저쪽인지 헷갈렸으면 좋겠다는 거였죠. 뭔가 할 것 같은 긴장감이 있으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 점을 염두하고 경란의 일상을 머릿속에 상상하며 감정선을 만들어갔어요. 특히 가해자 무리와 대면할 때, 고개를 돌리면 감정이 새어 나올 거라 생각했죠. 미묘한 느낌을 주려고 했어요.”

 

경란은 학교 폭력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했다. 가해자 무리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했다. 안소요는 “그게 시작이었을 거다. 그때부터 계속 실패하고 좌절한 나날이 쌓였을 것 같다. 지금의 경란은 본래 모습을 잃어버리고 감정을 회피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면서 “그러다 동은을 만나면서 자신의 감정을 직면하게 되지 않았을까”라고 짐작했다. 

 

만일 동은을 만나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잠시 생각에 잠긴 안소요는 “그런 변화가 일어나기 쉽지는 않았을 거다. 동은이 큰 역할을 해줬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절대 변하지 않았을 거라 말하고 싶진 않다. 세상엔 많은 경란이가 있으니까. 어떤 식으로든 계기는 있었으리라 생각한다”고 힘을 실었다. 

 

시청자들은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한 마음을 담아 경란을 바라봤다. 어른이 되어서도 왜 가해자 무리를 벗어나지 못했을까에 대한 답답함이 컸다. 

 

안소요 역시 시청자의 반응을 인지하고 있었다. “수면 위로 드러난 건 일부일 거다. 처음엔 노력해봤겠지만 실패와 좌절이 쌓여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무기력한 상황이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많은 사람이 동은을 보며 위로를 얻었겠지만, 모두가 동은 같을 수는 없으니 경란을 보면서도 얻는 위로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안소요도 경란을 연기하며 위로를 얻었다. 경란의 서사를 알게 된 후 가장 먼저 생각한 건 ‘경란이는 실제로도 있다’는 것이었다. 미리 가진 생각과 경험의 틀 안에서 경란을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경란의 일상을 천천히 받아들였다. 안소요는 “애정에서 비롯해 서로 위로한 것 같다. 오랜 시간 그런 생활 속에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를 만들어냈다는 자체로 희망적인 것 같다”고 답한 안소요는 “나도 경란이도 변화하고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더 글로리’의 경란이에게 남기고 싶은 메시지를 묻자 안소요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마음이 조심스럽다”고 운을 뗀 그는 “나와 함께해줘서 고맙다. 그동안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해주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이내 “너무 고맙고 사랑해. 계속 함께할게”라는 말로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소요. 한 번 들으면 쉽사리 잊히지 않는 이름이다. 10대의 끝자락, 책에서 본 ‘소요’라는 단어가 마음에 꽂혔다. ‘자유롭게 노닐다’는 의미의 이 단어를 모토로 살아가는 배우다. 안소요는 “‘소요’라는 단어에 마음을 둔다. 가끔 헤맬 때도 있지만, 내 안에 있던 좋은 마음을 상기에 다시 방향을 찾는다”고 했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해 묵묵히 배우의 길을 걸어오고 있다. 독립 영화와 뮤직비디오 등에 출연했고, JTBC ‘아름다운 세상’을 시작으로 드라마 출연을 시작했다. 데뷔 9년 차, 좌절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결국엔 더 나아지리라’ 믿으며 연기하고 있다. 차분한 얼굴에 그렇지 못한 몸짓에 연극 무대에선 주로 슬랩스틱을 담당했다고 추억하며 웃었다. 

 

“좋았던 순간들이 기억에 남아요. 만나온 작품들이 내게 위로를 주고 응원을 해줬던 것 같아요. 앞으로도 똑같을 거예요. 내게 온 작품과 인연에 감사하며 소중하게, 열심히 연기할래요. 그럼 또 한 발 나아갈 테니까요.”

 

안소요는 연기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고 있다. 스무살부터 지금까지 식당, 텔레마케터, 행사 아르바이트 등 다양한 직종을 경험했다. “일단은 돈을 벌어야 했다. 시간이 많이 남기도 하고 할 수 있는 한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그는 “일하며 만난 사람들과 좋은 추억, 좋은 자산을 쌓았다. 연기하면서 도움을 받기도 한다”고 답했다. ‘더 글로리’가 공개된 이후 일터에서 인연을 쌓은 지인들의 연락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감사한 마음을 전한 그는 “내가 한 캐릭터가 가장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 받는 순간이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안소요는 자신을 ‘새싹’이라고 표현하며 “앞으로도 연기로 보여드리고 싶다. 내겐 너무 많은 재료가 쌓여있다”고 자신했다. 이어 “다 말할 수 없을 만큼 하고 싶은 게 많다. 요즘에 생각한 건 사랑이다. 마음 안에 사랑이 가득 찬 인물을 하고 싶다.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며 “꼭 로맨스가 아니더라 뒤틀린 사랑일 수도 있다. 심리적으로 뒤틀어지고, 의외의 면이 있는 역할에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차기작 ‘남남’ 촬영을 마쳤다. ‘남남’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남이 되고 싶지만 남이 될 수 없는 모녀관계를 그린다. 안소요는 전재준 역의 박성훈과 한 작품에서 다시 만난다. 안소요는 “파출소에서 일하는 경찰관이다. 경란이와 비슷한 면이 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점도 많다. 화도 많고 정도 많은 깐깐한 경찰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틀에 갇히고 싶지 않아요. 마음을 열고, 순수한 마음으로. 새롭게 마음을 씻어내고 연기하고 싶어요. ‘소요’하듯 말이죠. 자유롭게 열어 놓고 작품이나 인물 맞이하면서 계속 성장하고 싶어요. 머물러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품의 흥행으로 안소요라는 이름보다 ‘경란이’라는 극 중의 이름이 더 유명해졌다. 경란을 향한 응원은 안소요 자신에게도 큰 힘이 된다. “함께 마음 아파한 모든 분에게 감사하다”는 안소요는 “그 응원이 너무 소중하다. 마음에 담아 다음 작품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테니 그때도 반가워 해주시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킹콩by스타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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