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와 주주의 우려를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맞춰나갈 수 있도록 하겠다.”
윤경림 KT 대표이사 후보가 이달 말로 예정된 KT 주주총회까지 약 3주의 시간 동안 비판 의견을 무너트릴 수 있을지 시선이 쏠린다. 현 KT그룹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사장)인 윤 후보는 하마평에 올랐을때부터 ‘구현모 아바타’, ‘이권 카르텔’이라 불릴만큼 정부와 여권의 반대가 심했던 인물로 주총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KT 규정에 따르면 주총에서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가결되기 위해서는 출석한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와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윤 후보 안건이 주총에서 부결된다면 KT 이사회는 다시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내외 공모 절차를 거쳐 후보자 선정 작업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여당도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KT가 조기에 안정을 찾고 성장세를 지속하기 위해서라도 해결책 및 대안 마련에 같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윤 KT 대표이사 후보는 주주총회 전까지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다. ‘스튜어드십 강화’를 명목으로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대대적으로 반대했던 최대주주 국민연금을 포함해 2,3대 주주인 현대자동차와 신한은행 측과의 소통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으며, 여기에 직접 나서 경영 방향과 계획을 발표할 전망이다.
실제 윤 후보는 최종 후보 결정 하루 만인 이날 ‘지배구조개선TF’(가칭)를 구성하고 본격적인 지배구조개선에 돌입한다. 지배구조개선TF는 대표이사 선임절차, 사외 이사 등 이사회 구성, ESG 모범규준 등 최근 주요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지적 받은 사항을 중심으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도출하게 된다.
우선 객관성을 확보하고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외부 전문기관을 통해 현황을 분석하고 개선 방안 마련하기로 했다. 대표이사 선임 절차, 사외 이사 구성 등의 현황을 점검하고, 국내·외 우수사례도 분석할 예정이다. 또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과 ESG 모범규준 등을 고려하여 ESG 경영을 위한 지배구조 강화 방안을 마련한다.
윤 후보는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유분산 기업의 지배구조 이슈와 과거 관행으로 인한 문제들을 과감하게 혁신하겠다”고 강조하며 “KT가 국민기업으로서 국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모범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여권에서는 윤 후보을 특정해 구현모 현 대표이사의 ‘아바타’라고 지칭하며 날을 세워왔다. 지난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KT이사회가 전·현직 KT 출신 인사 4명을 면접심사 대상자로 선정하며 ‘그들만의 리그’, ‘이권 카르텔’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한 여당 의원 5인이 낸 성명에서도 “윤경림 사장은 이사회 현직 멤버인 만큼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격으로 출마 자격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최대주주 국민연금(10.6%)은 정부, 여권의 기조와 궤를 같이할 가능성이 크다. 김태현 국민연금 이사장은 소유 분산 기업에 대한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방침을 밝힌바 있다.
2,3대 주주 현대차그룹(현대차+모비스, 7.8%)와 신한은행(5.6%)이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관건이다. 이들이 보유한 지분을 모두 합치면 20%가 넘고 일각에서는 우호지분으로 분류하고 있지만 변수가 크다. 국민연금이 신한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이자, 현대차의 2대 주주이기 때문이다.
윤 후보의 희망은 외국인, 소액주주다. 2022년말 기준으로 KT 지분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것은 외국인(43%)이다. 나머지 57%를 국내 기관과 개인이 보유하고 있다.
신임 대표 선정에 실적을 가장 큰 기준으로 삼게 되면 윤 대표의 경력과 역량에 힘이 실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KT이사회가 윤 후보를 선택한 이유는 구 대표가 지난 3년동안 쌓은 디지털 전환을 통한 신사업 확대를 가장 잘 이어받은 인물이기 때문이다. ‘주주가치를 확대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라고 표현한 이유도 이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윤석열 정부를 포함해 여권과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의 날 선 시선을 어떻게 풀어내느냐가 대표이사에 오르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영준 기자 young070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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