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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계일주’ 김지우 PD “기안84와 남미行…거창하지만 대책 없는 여행” [SW인터뷰]

입력 : 2023-01-03 06:50:00 수정 : 2023-01-02 21:2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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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가 남미로 여행을 떠났다. 지구 반대편을 향하면서도 크로스백 하나만 달랑 멨다. 그런 기안84에게 ‘세계일주’의 기회를 준 김지우 PD를 만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의 전말을 들어봤다.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는 가방 하나 달랑 메고 무작정 남미로 떠난 웹툰 작가 기안84와 그를 위해 지구 반대편으로 달려온 배우 이시언,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의 현지 밀착 여행기다. ‘태계일주’는 지난달 11일 .2%(닐슨코리아, 전국기준)로 시작해 지난 1일(4회) 5.6%의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주말 예능 일요일 오후 4시 45분이라는 낯선 시간대를 선택했지만, 기대보다 큰 성과를 거뒀다.

 

2회 방송을 마치고 상암동에서 만난 김 PD는 “마음 졸이며 한 주, 한 주 보내고 있다. 많이 봐주신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출연진들도 방송을 보고 다시금 추억을 되새겼다. MBC 측은 좋은 반응에 힘입어 예정된 6화에서 1화를 추가해 7주간 방송을 확정했다. 

‘태계일주’는 김지우 PD의 입봉작이다. ‘나 혼자 산다’에서 기안84와 인연을 쌓은 김 PD는 오로지 ‘기안84와 무언가 같이 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태계일주’를 기획했다. 뭘 하면 즐겁고 행복한 기안84를 담으면서, 시청자도 좋아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주한 여행 콘텐츠다. 

 

왜 기안84인가. ‘태계일주’의 시청자라면 누구라고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이다. 제목부터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나 혼자 산다’의 담당 연출로 시작해 친분을 쌓았다. 김 PD는 “내가 선택했다기보다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눴다. 둘이서 보내는 일상의 시간이 많았고,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알게 됐다”고 했다. 

 

“아마존에 가고 싶다는 말에 당황했어요. ‘지구 반대편에 가서,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고 얘기했고 고민이 많았죠. 기안84는 방송과 실생활의 차이가 없는 사람이에요. 지켜보는 게 재밌는 사람이고 사석에서 항상 혼자 보기 아깝다고 생각하죠. 늘 찍고 싶은 사람이에요.”

 

김 PD는 친구이자 제작진으로 기안84를 바라봤다. 먼저 낯선 문화에 대한 편견이 적다.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한다. 아마존 투어 가이드의 집에 머물게 된 에피소드에서 마사토 발효 음료를 먹는 장면이 그러했다. 입으로 씹고 뱉어 발효시키는 모습이 충격적이었지만 기안84는 이를 존중했다. 악어고기를 먹고, 피라냐가 사는 아마존 강물에도 거침없이 뛰어들었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기안84였지만, 놀라움의 순간은 있었다. 가방 하나에 두 벌의 옷만 넣어온 기안84의 여행 가방 때문이었다. 현지에서 살 법도 했지만, 그조차 사지 않았다. 티셔츠 한장이 추가됐을 뿐이다. 김 PD는 “나도 여행스타일이 자유로운 편이라 생각했는데, 기안84를 보면서 ‘나는 한정된 자유였구나, 꽤 계획적인 사람이구나’ 생각했다”며 웃었다. 

철저히 출연진의 결정에 여행의 방향이 정해졌다. 다만 여행의 시작과 끝은 제작진이 지정했다. 경유 네 번, 비행기만 다섯 번을 타고 돌아올 만큼 남미의 교통 상황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이 중요했다. 소소하게 기획하고 출발한 탓에 인원도 최소로 맞췄다. 정해진 예산 안에서 움직여야 했다. 시행착오도 있고 어려운 경험도 많았다. 김 PD는 “고산지대에서 장비를 들고 이동하는 스태프의 고생이 많았다. 함께 고생하며 버텼다”고 했다.

 

‘태계일주’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기안TV’다. ‘기안TV’는 “(기안84를) 스태프로 넣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알찬 콘텐츠가 됐다. 공항에서 또 홀로 남겨진 방 안에서 기안84는 셀프캠을 켜 여행을 공유했다. 김 PD는 “출연자가 직접 자신을 찍으니 거리감이 줄어들더라. 거칠기도 하지만 날것의 느낌도 난다”고 설명했다. 편집하다 보면 의외로 재밌는 영상도 나온다. 김 PD는 조연출의 말을 빌려 “필요한 장면이 있는 경우도 있고 많은 순간에 기안TV를 들어주셔서 방송에 잘 활용할 수 있었다”고 답했다.  

기안84 혼자 떠난 여행에 배우 이시언이 합류했다. 두 사람은 ‘나 혼자 산다’로 만나 우정을 쌓았다. 이시언은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뺄 수 없는 일정이었지만, 드라마 측의 배려로 극적인 합류가 가능했다. 이시언은 두 가지 이유로 ‘태계일주’에 올라탔다. 기안84와 함께 여행하고자 하는 첫 번째 이유와 해외에서 모터사이클로 달리고자 하는 의지가 그 두 번째였다.

여행 전문 유튜버 빠니보틀이 마지막 여행메이트다. 세계여행 경력자로서의 장점이 특화된 인물. 김 PD는 “남미가 초행자에게 쉽지 않은 길이라 도움을 줄 분이 필요했다. 그리고 빠니보틀이 이제 함께하는 여행을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 합류 과정을 소개했다. 빠니보틀과 기안84의 케미스트로도 있다. 그래서 이시언의 고통이 더해지기도 했다고. 기안84와 이시언 모두를 배려해주는 모습에 ‘빠니보필’이라고 불릴 정도였다.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남미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기안84. 이시언은 이런 친구를 위해 여벌의 여행필수품을 챙겼다. 이시언은 놀랍도록 ‘도시 남자’였다. 낯선 음식은 바라보는 것조차 힘들어했다. 김PD는 이시언에 대해 “털털한 모습에 비해 생각보다 도시 남자더라. 그것도 여행의 한 부분이었다”고 했다. 

 

‘태계일주’에서도 소소한 다툼은 있었다. 이 또한 제작진의 고려사항에 있었다. 김PD는 “아무리 친한 친구라 해도 여행을 가면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조차 여행의 일부라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안84와 이시안의 찐 우정은 한국으로 돌아와 더 돈독해졌다. “여행 갔다 와서 더 많이 친해지셨다. 최근엔 둘이 에버랜드를 갔다 왔다고 하더라. 추운데 거길 왜 갔느냐고 했더니 ‘요샌 둘이 있는 게 재밌다’는 답을 들었다”고 했다.

 

가수 쌈디, 송민호, 개그우먼 장도연이 코멘터리 멤버로 합류했다. 기안84와의 관계성을 고민해 옮겨 온 ‘나 혼자 산다’의 인연들이다. 김PD는 “쌈디는 기안을 잘 이해해 준다. 이해 안 되는 생각에도 기안84의 감정을 공감해준다. 장도연은 쌈디와 송민호를 중재하며 시청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전달한다”고 소개했다.

 

‘태계일주’의 최종 목적지는 우유니 사막이다. “처음엔 다 좋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더니 의견을 모았다. 말 그대로 압도적이었다. 낮에서 밤으로 넘어갈 때의 석양은 죽기 전에 꼭 봐야 하는 풍경이었다”고 극찬했다. 

 

제목처럼 ‘태어난 김에’ 훌쩍 떠날 때의 해방감을 담고자 했다. 김 PD는 “어떻게 보면 거창하지만 또 어떻게 보면 대책 없는 프로그램이다. ‘세계일주’라고 하면 거창하지만 ‘태어난 김에’ 하면 대책 없어 보인다”며 “막상 갈 때는 가방 하나 들고 가지만,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유우니 사막에 가는 그런 여행을 담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시청자가 ‘망하는 여행’의 재미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연인이나 부모님과 떠난 정제된 여행이 아니라 친한 친구랑 가서 숙소도 음식도 별로지만 ‘네 얼굴을 보니 재밌고 편하다’라고 생각하는 그런 여행처럼요. 예능적인 재미보다는 원하는 걸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했어요. 기안84가 말한 ‘지구 반대편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줄까 고민했죠.”

 

‘같이 고생해도 재밌는 예능’이 김 PD가 지향하는 바다. “힘들고 아슬아슬해도 사람의 진짜 모습이 나오는 순간을 보고 싶다”는 게 그의 바람이다. 첫 여행이 성공적으로 마침표를 찍게 된다면 시즌제를 기대할 수 있을까. “기회가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답한 김 PD는 향후 행보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이제 막 시작한 첫 연출작을 무사히 마무리 짓는 것이 그의 가장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회까지 완성도를 갖춰 재미를 드리고 싶다. 시청자와 여정을 함께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우유니 사막이라는 목표 지점에 도달하는 것에 포커스를 두고 싶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M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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