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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원의 쇼비즈워치] 왜 카라에 열광할까

입력 : 2022-12-25 12:00:00 수정 : 2022-12-25 11: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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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여 만에 컴백한 걸그룹 카라가 23일 일본 TV아사히 음악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 연말특집 ‘울트라 수퍼 라이브 2022’에 출연, 신곡 ‘When I Move’와 대표곡 ‘미스터’ 일본어 버전을 피로했다. 그런데 그에 대한 일본 측 반응이 대단하다. 방송 즉시 일본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 1위로 “Kara”가 올라섰다. 스포츠호치, 스포니치, 오리콘 등 일본 대중문화 언론미디어들도 한꺼번에 관련 기사들을 내보냈고, “전설의 아이돌” “눈물샘 붕괴” 등 격한 표현들을 쏟아냈다.

 

더 주목할 만한 건 각 기사 댓글란이다. K컬쳐 관련 기사들엔 일부라도 혐한 유저들의 악성 댓글들이 따라붙게 마련인데, 카라 관련 기사들엔 그런 것도 찾아보기 힘들다. 온통 응원 내용들뿐이고, “컴백이 좀 더 빨랐더라면 홍백가합전에서도 볼 수 있었을 것”이란 내용도 간간히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광경은 언급한 일본 NHK 연말 음악프로그램 ‘홍백가합전’ 출연가수 발표 이후 끝없이 쏟아진 일본 측 비난 반응과 큰 대조를 이룬다.

 

한국선 당시 상황이 하루짜리 기삿거리로 끝났지만, 방송 당사자 일본 측에선 꽤나 장기 이슈로 자리매김했다. 어느 수준이냐면, 11월16일 발표 후 꼬박 한 달 내내 ‘홍백가합전’ 출연가수 선정 논란이 언론미디어에서 매일매일 다뤄졌을 정도다. 논란 핵심은 역시 이번 출연자 중 트와이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K팝 걸그룹 3팀과 일본을 무대로 활동하는 걸그룹 니쥬, 보이그룹 JO1까지 한국기획사발(發) 그룹이 5팀이나 포함돼있단 점이었다.

 

기사 제목들도 상당히 노골적이다. ‘“홍백 보지 않는다”가 트렌드 들어가, “한국계 5팀은 이상하다” “쟈니스도 6팀” “쿠도 시즈카에 시노하라 료코” 애매한 전형기준에 모이는 불만’(플래시 11월18일자), ‘쟈니스와 한국계가 석권...홍백가합전 궁지에 몰린 한 수의 배경’(프라이데이 11월22일자), ‘NHK ‘홍백가합전’에 커지는 원한의 목소리...그러고 보면 ‘갓텐!’ 중단될 때도’(데일리 신초 11월24일자), ‘홍백가합전이 안고 있는 ‘모든 세대에 공유되는 음악’이란 무리한 게임’(주간 스파 12월4일자) 등등. 그런데 막상 기사 내용을 보면 초점이 예상과는 좀 다르단 점을 알 수 있다.

 

한 마디로, ‘죄다 모르는 가수들밖에 없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만 알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대거 초청되다보니 정작 ‘홍백가합전’ 주 시청층인 중․노년층은 소외되고 있단 것. 그 대표 격이 1020세대 고정 트렌드로 자리 잡은 K팝 팀들이고, 극장판 애니메이션 ‘원피스 필름 레드’에 등장하는 여성캐릭터 ‘우타’의 출연도 불만 사항으로 종종 거론된다. 우타의 노래는 보컬로이드 출신 가수 아도가 맡았지만, 그 뒤 실제 가수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캐릭터 명의로만 ‘홍백가합전’ 출연이 명시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중․노년층이 접근하기 힘든 서브컬쳐 편중이 상당하단 불만.

 

앞선 카라와의 반응 차이도 이 지점에서 돌아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번 ‘홍백가합전’에 초청된 아이브나 르세라핌 등 신예 팀들 인지도와 일본서 수년 이상 활동한 카라의 그것을 같이 놓고 볼 순 없겠지만, 차이점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카라는 일본서 ‘현지화’ 얘기까지 나올 정도로 일본방송 친화적인 팀이었다. 수많은 예능프로그램들에 출연하며 다양한 연령층에 존재를 알렸다. 그러나 4세대로 분류되는 K팝 팀들은 그와 전혀 다르다. 인터넷 기반으로 글로벌 전략을 구축하기에 압점 논리로써 타깃층만 정확히 공략하는 패턴이다.

 

10여 년 전의 ‘현지화’ 전략은 이미 깨진지 오래다. 일본음반 발표 시 일본 예능프로그램 출연도 대폭 줄었다. 한국방송 영상들에 각국 언어로 자막이 달려 유포되니 타깃층 입장에선 굳이 필요가 없는 셈이다. 심지어 근래 일본 K팝 팬층 사이에선 “굳이 일본음반을 낼 필요도 없다”는 반응까지 나오는 실정. 한국 노래들을 실시간으로 듣고 음반도 사들이며 한국 음악방송이나 예능프로그램도 하루 이틀 차이로 보고 있으니 현지 공연이나 팬 이벤트 등 외엔 굳이 ‘현지화’ 행보를 걷지 않아도 된단 뜻이다. 여기엔 일본용으로 맞춰진 일본어 노래들에 대한 만족도가 크게 떨어지는 탓도 한 몫 한다.

 

처음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게 2017년 인터넷발(發) 방탄소년단과 트와이스 열풍이었다. 올해는 그보다도 상황이 심화됐다. 예컨대 르세라핌은 ‘홍백가합전’ 출연가수 발표 당시 데뷔 6개월여에 불과한 데다 일본 데뷔조차 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인터넷을 통해 실시간으로 팀의 데뷔와 활동을 함께 즐기다보니 그 체감인기도 한국과 거의 동일하게 일어났다. 그러다보니 ‘‘홍백가합전 출연 이후 일본 데뷔’란 희한한 광경도 낳게 된 것.

 

이러니 ‘홍백가합전’을 비롯한 일본 올드미디어의 K컬쳐 반영이 일본 기성세대들에겐 뜬금없게 여겨지는 것도 당연하다. 그리고 그건 딱히 우려할 만한 일도 아니란 점이 중요하다. 큰 차원에서 올드미디어 위력이 급감하고 게이트키핑이 불가능한 뉴미디어가 득세하는 분위기는, 비록 다른 나라들보다 늦긴 했지만, 일본 역시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시 카라로 돌아가 보자. 이번 카라 컴백에 대한 일본 올드미디어 측 관심과 다양한 연령대 일본대중의 열광은 당연히 긍정적인 일이다. 그런데 카라는 아마도 ‘그런 팀’의 마지막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시는 그런 종류 광범위한 동의를 얻는 ‘누구에게나 친근한 K팝 팀’이 일본서 나올 수도 없고, 엄밀히 나올 필요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한편 일본방송계 입장에서도 카라 같은 경우는 다시 나오기 힘들 수 있다. 이번 ‘홍백가합전’ 출연 K팝 팀 명단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인 멤버가 한 명이라도 소속된 팀들만 입성하고 있다. 올드미디어 주 시청층이 고령화됨에 따라 올드미디어 성향도 한층 보수화되고 방어적으로 옮아간 탓이다. 그러니 카라처럼 일본인 멤버 없는 K팝 팀이 그토록 일본 올드미디어로부터 열렬하게 사랑받는 경우도 다시 보기 힘들어질 수 있단 얘기다. 이처럼 이번 카라의 컴백은 카라가 한국은 물론 K팝 해외 최대 소비국 일본서도 마찬가지로 재현되기 힘든 존재, 툭 불거진 현상이었단 점을 새삼 일깨워주고 있다. 그야말로 ‘시대의 상징’이다.

 

/이문원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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