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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노트①]KT 배제성이 LG 이정용에게 “전화 좀 제발 그만”

입력 : 2022-01-01 17:10:00 수정 : 2022-01-01 23:4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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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면 정말 짜증이 나는 친구예요.”

 

 첫 만남은 성남중 야구부였다. 한 명은 신장이 작아 ‘꼬맹이’라 불렸고, 다른 한 명은 교과서에 실린 <배추벌레의 꿈>에서 비롯된 ‘배추’라는 별칭을 얻었다. 6년의 추억을 쌓아 만든 ‘절친노트’는 프로 무대를 밟고도 이상 무다. 임인년 새해를 맞아 덕담을 부탁하자 프로야구 KT 투수 배제성(26)은 “(이)정용아, 새해에는 제발 전화 좀 그만하자”고 웃었다.

 

 배제성은 LG 투수 이정용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다. 배제성은 “만나면 ‘안녕’이라는 인사보다 욕하는 게 편한 사이”라고 정리했다. 매일 24시간을 붙어 다닌 탓에 학창 시절의 모든 기억이 교집합이다. 또래 중 신장이 가장 작아 투수를 하지 못했던 이정용이 내야에서 펑고훈련을 하는 모습도, 고등학교 진학과 동시에 이정용이 투수를 시작한 일도 머릿속에 또렷하다. 배제성은 “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정용이는 ‘꼬맹이’나 앞잡이로 통했다.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작았는데 지금은 키가 너무 커서 징그럽게 느껴질 정도”라고 말했다.

 

 지금도 둘 사이 오작교는 그대로다. 배제성은 원정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도착하면 자신의 세부기록을 찾은 다음 이정용 등판일지를 검색한다. 친구의 활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지 못하는 대신 기록으로 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자정이 되면 여지없이 휴대폰이 울린다. 원하지 않아도 마주해야만 하는 시간이다. 배제성은 “내가 1번 할 때 정용이가 10번은 전화를 건다고 보면 된다. 일주일에 30분 정도, 3~4번씩 통화하다 보면 ‘내가 도대체 뭐하는 거지’ 싶을 때도 있다”며 “자기 전화를 왜 귀찮아하냐며 서운해하는데 달래주려다가 피로가 더 쌓인다”고 했다.

 

 툴툴대는 듯 보이지만 친구를 향한 진심은 남부럽지 않다. 이정용이 재활을 하는 동안 배제성은 매일 긍정적인 메시지를 건넸다. 2019시즌 처음 10승을 달성했을 때에도 가장 먼저 축하받고 싶던 친구다. 이정용 역시 배제성이 선발 등판한 한국시리즈 4차전(11월18일 두산전)에 직접 표를 구매해 관중석을 찾았다. 배제성은 “둘 다 잘 돼서 조금 더 높은 위치에서 만나면, 시상식도 같이 다니면 어떠냐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한국시리즈에서 마주하는 장면도 꿈꾸고 있다”고 했다.

 

 훈훈한 마무리가 어색했던 것일까. 마지막 덕담을 부탁하자 한참을 고민하던 배제성은 “정용이가 같은 질문을 받고 어떤 대답을 했을지 예상이 된다”며 “사실 나도 막상 정용이를 만나면 짜증이 난다”고 강조했다. 배제성과 이정용은 지금도 티격태격하면서 절친노트를 채우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정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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