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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엽의 새벽편지] 영원한 축구 영웅에게 전하는 마지막 편지

입력 : 2021-06-08 04:59:00 수정 : 2021-06-08 18:3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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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김진엽 기자] ‘축구 영웅, 유상철 전 감독님께.’

 

 지난 7일, 감독님이 돌아가셨다는 듣고 싶지 않았던 소식을 들었습니다. 다시 그라운드에서 보자던 유 감독님의 말이 더는 실현될 수 없다는 비통한 마음에 마지막 편지를 씁니다.

 

 저는 2002 국제축구연맹(FIFA) 한일 월드컵 키드입니다. 많은 경기가 인상 깊었지만 특히 폴란드전이 기억에 남습니다. 1-0으로 앞선 한국에 추가골이 필요했던 시점, 유 감독님의 시원한 슈팅이 폴란드의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환히 웃으며 관중석을 향해 팔을 휘젓는 세리머니는 지금도 눈에 아른거립니다. 그렇게 사상 첫 월드컵 첫 승을 거둔 한국은 월드컵 4강 신화라는 대업을 이뤘습니다.

 

 이전까지 제게 축구란 그저 어린 시절 공 하나로 동네에서 친구들과 노는 것 이상에 지나지 않았지만 한일 월드컵 이후로 꿈이 됐습니다. 한없이 커 보였던 부모님의 눈물을 당시 처음 봤습니다. 축구라는 종목이 주는 울림은 신선한 충격이었고 관련 일을 하겠다는 장래희망을 가졌습니다.

 

 이후 시간이 흘러 스포츠 기자가 됐고 프로축구 K리그1 인천유나이티드 담당으로 유 감독님을 처음 뵀습니다. 오랜 시간, 많은 대화를 사적으로 나눌 기회는 없었지만 축구에 대한 특별한 애정을 항상 보여주셨던 게 생각납니다.

 

 부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감독 사무실에서 대면 인터뷰를 했을 때 한일 월드컵 에피소드를 이야기하자 “한일 월드컵처럼 모두가 어렵다고 말하는 인천 잔류라는 기적도 기사로 전해달라”며 어린 시절의 영웅을 만나 긴장했던 분위기를 풀어줬던 것이 생각납니다.

 

 췌장암 판정을 받고도 팬들과 했던 잔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그라운드에서 싸웠던 ‘축구인’ 유상철의 모습도 눈에 선합니다. 2020시즌 개막 전 인천 선수단을 찾아 “나 없이도 인천의 축구를 계속해달라”며 자신의 건강보다 감독 없이 새 시즌을 치러야 하는 제자들을 걱정했던 것 역시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는 항상 축구만을 생각했던 유 감독님을 더는 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물론, 감독님과 관련해 좋은 추억들을 가진 많은 한국 축구 팬들의 가슴 속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그곳에서는 더 건강한 모습으로 감독님이 하고 싶으셨던 축구를 마음껏 펼치실 수 있기를 응원하고 기도하겠습니다.

 

 한국 축구의 영웅이시여, 정말 감사했습니다.

 

 

wlsduq123@sportsworldi.com 사진=스포츠월드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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