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보는 이조차 설렐 만큼 원 없이 ‘사랑’했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서로 다른 사랑의 색깔을 비추면서 캐릭터의 감정에 집중했다. 그 안에서 배우 원진아가 그린 윤송아의 감정선을 따라 함께 고민하고 또 함께 벅차오를 수 있었다.
9일 종영한 JTBC 월화드라마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나도 모르게 시작된 하나의 로맨스를 그렸다. 직장에서 펼쳐지는 일과 사랑의 밀당기를 통해 사랑에 대한 각기 다른 희로애락을 촘촘하게 채워갔다. 마지막 회에서는 윤송아(원진아)와 채현승(로운)이 꽉 닫힌 해피엔딩을 마주했다.
원진아는 JTBC 드라마 ‘그냥 사랑하는 사이’(2017), ‘라이프’(2018), tvN ‘날 녹여주오’(2019)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라피를 채웠다. 2021년 첫 작품으로 택한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에서 원진아는 화장품 브랜드 ‘끌라르’의 3년 차 마케터 윤송아를 연기했다.
서면 인터뷰로 스포츠월드와 만난 원진아는 “모두에게 힘든 상황 속에서 무사히 촬영을 마치게 된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하루빨리 이 시기가 지나가고 모두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촬영에 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종영소감을 전했다. 특히 이동윤 감독에게 감사를 전하며 “동료들과 함께 작품에 대해, 관계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과정이 정말 재밌고 신선했다. 무언가 가르쳐주고, 누군가를 끌어준다기보다 자유롭고 동등한 분위기 안에서 다 함께 방향을 찾아 나가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극 중 윤송아는 순한 외모와 달리 똑 부러지는 강단과 리더십을 갖춘 프로페셔널한 사수로 분했다. 상사 이재신(이현욱)과 2년여의 사내 비밀 연애는 그에게 아픔을 준 채 끝났고, 그 시간을 견디게 해준 부사수 채현승(로운)과 알콩달콩한 사내 연애를 시작했다. 후반부에는 일과 사랑을 두고 고민하는 직장 여성의 현실적인 고민과 갈등을 그렸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상황의 변화도 많았지만 송아를 연기하며 가장 집중한 건 ‘송아의 감정’이었다. 윤송아라는 인물의 성격을 토대로 그가 느끼는 감정의 변화만을 캐치하고자 했다. 원진아는 “배신감, 슬픔, 설렘, 어떤 한 단어로 명확히 표현할 수 있는 것 아닌, 상황에 얽힌 복잡하고 다양한 감정의 그라데이션을 조금 선명하게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답했다.
윤송아의 프로페셔널함은 외적인 이미지로 충분히 드러났다. 메이크업, 패션 등 윤송아의 스타일링은 매회 화제가 됐다. 원진아는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리스트에게 공을 돌리며 “너무 지나치지 않는 선에서 여러 가지 시도를 보여주고자 했다. 일반적인 오피스룩에 소재나 패턴보다는 '색감'으로 포인트를 주자는 스타일리스트팀의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메이크업 역시 립이나 쉐도우 컬러에 특히 신경을 썼다”고 소개했다. 그 결과 드라마가 가진 톤이나 감독의 연출과도 잘 맞아떨어지는 결과물이 나왔다.
방송에 앞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원진아는 “같은 경험이 없음에도 공감 가는 감정선들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 문장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 속 송아의 갈등과 선택에 궁금증이 들 법했다. 원진아는 송아의 어떤 상황, 대사들에 공감했던 걸까.
“실제의 저라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겠지만, 왠지 송아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어요. 예를 들어, 극 초반 웨딩샵에서 다른 여자와 결혼을 준비하는 재신을 목격했을 때 차마 보고도 믿지 못하며 돌아설 수밖에 없었던 순간들. 저는 그 자리에서 결판을 냈겠지만. (웃음) 송아의 성격과 그리고 송아와 재신이 함께한 2년의 시간을 이해하고자 했어요. 캐릭터와 저 사이 일종의 공감대를 만들고 나니 연기하기 어려웠던 부분은 없었어요.”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윤송아와 채현승의 로맨스. 모든 행동의 이유가 ‘윤송아’였던 채현승은 오매불망 바라만 보던 짝사랑을 쌍방 사랑으로 이뤄냈다. 가짜 연애는 진짜 연애가 됐고, 못 이기는 척 받아들인 현승의 사랑은 송아에게도 점차 진심이 되어갔다. 밀고 당기는 로맨스에 마지막 회까지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언제나 송아만을 바라볼 것 같던 현승이 돌아섰고, 송아는 사랑을 접지 못해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 한 번 꼬셔 봐”라는 현승의 대사가 의미하듯 둘의 관계는 180도 달라졌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시청자라면 누구라도 고민해봤을 질문이 있다. ‘일과 사랑’ 두 선택지 사이의 선택이다. 일을 선택해 유럽으로 떠났던 송아는 사랑을 잊지 못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만일 실제 원진아에게 일어나는 일이라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물었다.
그러자 원진아는 “사실 일과 사랑, 둘 중 무엇을 선택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잘 납득되진 않는다”며 솔직한 답변을 내놨다. 이어 “일과 사랑의 영역은 명확히 구분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극 중 송아 역시도 무엇을 선택하고 포기했는지 이분법적으로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진아의 설명처럼 극 중 송아는 일과 연애를 늘 병행해 온 인물이었다. 그 과정에서 시련도 상처도 있었지만, 어느 하나를 포기해야만 하는 이유가 필요하진 않았다.
조금 더 깊게 들어가 유럽행을 택한 송아의 속마음이 궁금해졌다. 원진아는 송아를 연기하며 어떤 감정을 공유했을까. 또 어떤 감정이 현승의 사랑을 받아들이게 한 걸까. 먼저 해외 지사에 나가기로 한 송아의 결정에 관해서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현승과의 관계가 더욱 강조되면서 이분법적으로 보였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라고 조심스레 짐작하며 “송아의 커리어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지극히 현실적인 선택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점쳤다. 무엇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보여준 ‘믿음’이 있어서 가능한 선택이라고 바라봤다.
송아와 현승의 관계가 진전된 건 전적으로 현승의 덕이었다. 원진아는 “(시작의) 계기가 어느 시점, 어떤 행동이라고 하기보다는 현승의 진실한 마음과 변함없는 애정 표현에 송아의 마음이 서서히 동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며 “‘나도 모르게 시작된 하나의 로맨스’라는 드라마 로그라인처럼 현승의 진심을 느끼면서 자신도 모르는 새 송아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고 송아의 마음을 대변했다.
이렇듯 원진아와 로운은 윤송아와 채현승을 통해 현실적이면서도 로맨틱한 남녀의 사랑을 완성했다. 로운과의 호흡에 관해 묻자 원진아는 “나도 로운 씨도 서로 상대가 무엇을 하든 받아주겠다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었다. 어떤 장면이든 일방적인 연기나 감정이 아니라 함께 ‘맞춰 나간다’라고 느낄 수 있었던 그 호흡이 특히 좋았던 것 같다”고 답했다.
원진아가 바라본 윤송아의 매력은 자신감과 자부심이다. “맡은 바를 해내는 모습은 그 누구라도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점 같다”고 돌아본 원진아는 “재신이나 현승이 역시 그러한 송아의 모습에 처음 반했다면,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도 연인에게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애정을 표현한다. 일과 사랑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매력 포인트를 갖췄기에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동명의 인기 웹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의 등장 인물들을 중심으로 세세한 설정들의 변화를 거쳐 극을 풍부하게 꾸몄다. 송아와 엄마의 관계, 해외 지사 발령 등 새로운 갈등도 등장하며 흥미를 더했다. 원진아는 원작을 찾아보지 않은 채 작품에 임했다. 감독 역시 배우들의 해석을 존중하고자 원작을 따로 권하지 않았다고. 원진아는 “로맨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송아를 둘러싼 상황들이 다루어지는 밸런스는 적당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엄마와의 갈등 해결에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요소가 반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가족이기 때문에 사소한 걸로 서운하고 또 쉽게 풀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짚었다.
엔딩은 온라인을 뜨겁게 달궜던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의 티저포스터의 순간을 옮겨 재탄생했다. 횡단보도에서 송아가 현승에게 프러포즈하는 장면이었다. 엔딩에 만족감을 드러낸 원진아는 “티저포스터의 비주얼이 마치 데자뷰처럼 떠올랐다. 드라마의 시작과 끝을 하나의 정서로 연결할 수 있어서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는 원진아의 드라마 데뷔작인 ‘그냥 사랑하는 사이’의 제작진이 의기투합한 작품. 여러모로 뜻깊은 의미를 안고 종영을 맞이했다. 원진아는 “작품을 끝마치고 나면 느끼는 감정은 늘 새롭고 다르다. 때로는 선배님들께 배웠던 점을 곱씹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제가 고쳐야 하는 점을 반성하기도 하고, 때로는 현장이 마냥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기도 한다”고 돌아봤다. 이어 “제작진의 이해와 배려 덕에 오롯이 촬영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를 시작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영화 ‘보이스’ 등 2021년을 꽉 채운 활약이 예상된다. ‘보이스’에서는 보이스피싱으로 모든 것을 잃은 가정의 아내로, ‘지옥’에서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마주하는 엄마로 분해 인간으로서 무너져 내리는 과정과 극한의 감정을 그릴 예정이다.
“여러 작품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활동 각오를 전한 원진아는 “‘선배, 그 립스틱 바르지 마요’와는 또 다른 면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 같아 나 역시도 기대가 된다. 지금껏 해왔던 것처럼 작품을 통해 꾸준히 새로운 모습 보여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고민하고 공부하겠다. 앞으로도 쭉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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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유본컴퍼니,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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