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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스타] 류경수 “최승권의 서사, ‘결핍’에 관해 고민했죠”

입력 : 2020-04-12 20:16:48 수정 : 2020-04-12 20: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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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이태원 클라쓰’를 마친 배우 류경수가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온 것 같다”며 아쉬움을 전했다.

 

최근 종영한 ‘이태원 클라쓰’는 불합리한 세상 속, 고집과 객기로 뭉친 청춘들의 ‘힙’한 반란을 그린 작품이다. 세계를 압축해 놓은 듯한 이태원의 작은 거리에서 각자의 가치관으로 자유를 쫓는 그들의 창업 신화가 다이내믹하게 펼쳤다. 극 중 류경수는 새로이(박서준)의 새로운 꿈과 함께 오픈할 ‘단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되는 최승권으로 분해 호연을 펼쳤다.

 

스포츠월드와 만난 류경스는 ‘이태원 클라쓰’ 후속작 ‘부부의 세계’를 보면서 종영을 실감했다며 머쓱한 웃음을 보였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이태원 클라쓰’ 식구들의 부재에 허전함을 느끼는 나날의 연속이다. 크게 달라진 건 없는 하루하루지만 작품을 통해 받은 관심에 더 좋은 모습으로 보답하고자 고민하고 준비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또래 배우들이 한데 모여 자연스레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점차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이태원 클라쓰’는 류경수에게는 처음으로 가장 긴 호흡을 가져다준 작품이다. 그래서 더 행복하고 뜻깊은 시간들이었다. 자신 뿐 아니라 다들 촬영 현장을 그리워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긴 여행을 끝내고 집에 돌아올 때의 아쉬운 마음’에 비유했다.

종영 이후 류경수는 자신의 SNS에 친구들을 향한 장문의 고백(?)을 남겼다. 인터뷰를 다니면서 곰곰히 질문에 답을 생각하다 보니 지금껏 버티고, 이제껏 연기할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의 응원과 지지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글을 통해 그는 ‘긴 시간동안 희망을 가지고 나를 붙잡아 준 동료들에게’ 고맙고, 보답하겠다고 진심을 담아 이야기했다. 인터뷰 내내 친구들을 향한 애정이 엿보였다. 나아가 ‘함께 살아가는 것’에 대한 소중함을 힘주어 말했다. 서로 당겨주고 의지하고 힘 낼 수 있는 관계. 그래서 가족도, 친구도 그에게 가장 큰 버팀목이다.

 

캐스팅에 앞서 진행된 감독, 작가와의 만남에서 류경수는 딱 집어 “최승권 역을 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이유를 묻자 그는 “원작에서 본 최승권은 히어로물로 따지면 사이트킥 같은 역할이었다. 누군가를 지지하고 응원하는 모습이 현실적이고 또 매력적이었다”고 답했다. 원작에서는 긴 묶음 머리였지만 드라마를 준비하며 최승권에 대해 하나씩 다시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감독은 류경수에게 양면적인 모습을 기대했다. 무거울 수도 있는 흐름에 활력을 불어일으킬 수 있는 캐릭터. 무거운 톤의 연기도, 희극적인 톤의 연기도 둘 다 해낼 수 있는 그를 믿었다. 

“원작에서는 안경도 끼고, 어둠의 세계에 있던 거친 모습을 가리기 위해 외형적 변화를 꾀해요. 하지만 굳이 그 방식이 아니더라도 변화를 표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어요. 비니를 쓴 건 조금 귀여워보이지 않을까 해서죠. 작가님이 원작대로 안 해도 된다고 미리 말해주셔서 창의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었죠. 본부장이 되고 나서는 또 다른 변화가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른바 ‘어둠의 세계’의 최승권에서 ‘단밤’의 최승권으로 변화할 수도 있지만, 후자의 모습이 원래 최승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고. 빈틈도 있고 엉뚱한 구석도 있는 최승권도 사실 놀고 싶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20대 어린 친구일 뿐이란 생각으로 차곡차곡 서사를 쌓아나갔다. 그 중에서도 ‘결핍’에 대해 생각했다. “승권이가 새로이에게 빠지게 된 이유는 그런 어른을 처음 만났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한 그는 ‘알에서 처음 깨어난 새가 처음 본 걸 엄마로 생각하고 쫓아다니는 것처럼’ 박새로이가 최승권의 삶의 방향을 바꿨으리라 점쳤다. 

류경수에게 평소 ‘이태원’은 어떤 장소였을까. 대학로 근방에서 주로 학창시절을 보낸 그에게 이태원은 조금 먼 곳으로 느껴졌다. 시끄러운 공간을 선호하지 않는 그에게 이태원은 젊은 사람들이 재밌게 놀 수 있는 공간, 클럽이 많은 지역 쯤이었다. 그리고 ‘이태원 클라쓰’ 이후의 이태원은 ‘정말 괜찮은 지역’이 됐다. 여러가지 독특한 식당도 많다면서 “전보단 자주 방문 할 것 같다”고 웃어보였다. 

 

어린 시절 가족들과 자주 영화관을 찾으면서 배우를 향한 의지가 쌓이고 쌓였다. 이후 중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짧게 시작한 단역을 시작으로 고등학생 때부턴 본격적으로 독립 영화에 문을 두드렸다. 주어진 배역에 최선을 다했고, 1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차곡차곡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류경수는 여전히 ‘신인의 마음’을 강조했다. 지금도 시작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한다. 새로운 사람, 성격,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이처럼 ‘연기’란 새로움의 연속이다. “직업은 한 가지여도 계속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잖아요. 작품마다 다 다른 인물이 되죠. 그럴 때마다 책임감도 생기고 직업에 대한 가치도 느끼게 돼요.”

 

그에게 ‘배우 류경수’의 매력을 물었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조곤조곤 떠오르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 잘 모르겠어요. 저는 제 얼굴이 마음에 안 들 때도 있었거든요. 외모에 대한 우려, 혹은 무시의 말도 많이 들었어요. ‘잘 생겨야만 배우를 한다’는 투였죠. 그렇지만 이제 평범한 느낌이 더 괜찮다는 말도 듣고 있어요. 배역의 폭도 넓어지고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얼굴이잖아요.(웃음)”

 

‘이태원 클라쓰’ 종영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그동안 못 봤던 영화를 보는 것. 그는 “영화의 매력은 감독이 생각하는 세계를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거다”라고 답하면서 “더 많은 감독님들을 만나고 그 세계에 존재해 보고 싶다”고 소망했다. 박찬욱 감독을 예로들며 그만의 세계, 색깔이 확실한 게 좋다고 이유를 찾았다. 최근 가장 관심있는 건 ‘철원기행’의 김대환 감독. “그 분의 이야기는 엄청나다”라고 상기된 목소리로 “함께 작업해보면 재밌을 것 같다”고 말했다. 

 

류경수는 올해 영화 ‘대무가: 한과 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독립 단편작 ‘대무가’의 플롯을 발신 이 영화는 20대, 30대, 40대 무속인의 삶을 그린다. 류경수는 청춘을 견뎌내는 20대 무속인을 연기한다. 우연치 않게 무속인의 길을 접하고 비밀스러운 선택을 맞이하는 인물이다. 

 

안방극장에 ‘이태원’ 열풍을 몰고 온 히트작의 일원이지만 그는 “굳이 대단한 걸 바라지 않고 이렇게 하루하루 평소처럼 보낼 것 같다”고 했다. 특히 시간과 노력을 들여서 드라마를 보고 영화 관람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더 많은 연구를 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는 여느 사람들처럼. 묵묵하게, 지금까지의 모습처럼 변하지 않고 연기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놨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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