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의정부 최원영 기자] KB손해보험 권순찬(45) 감독과 김정호(23)가 마주 앉았다. 함께 해답을 찾아냈다.
김정호는 KB손해보험의 주축 레프트다. 지난 2017년 삼성화재 입단 후 이듬해 11월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었다. 주전으로 발돋움한 그는 공수 겸장 플레이어로 맹활약했고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최근 한 가지 트라우마가 생겼다. 1세트에 아무리 잘해도 2세트부터 흔들리는 것이었다. 이를 눈치챈 권순찬 감독은 김정호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권 감독은 김정호와 함께 경기 영상을 돌려봤다. 대부분 경기에서 2세트부터 서브와 리시브가 급격히 불안해지는 게 눈에 띄었다. 권 감독은 “네가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심리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게 네 숙제다. 너라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호는 처음엔 심리적인 요인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면담을 통해 차츰 자신의 내면을 보게 됐다. 그는 “2세트부터 경기력이 풀어지고, 잘 안 돼서 표정이 어두워지는 경우가 많더라. 내가 무너지니 팀도 흐름을 내주고 뒤처지곤 했다”며 “감독님과 대화를 나눈 뒤 최대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 했다. 코치님들과 팀원들도 옆에서 다 같이 도와줬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불안해하는 제자에게 권 감독은 “경기 도중 플레이가 잘 안 풀리면 그날 네가 가장 자신 있는 것 하나에만 집중해라. 공격, 수비, 서브 중 한 가지만 해줘도 분명 팀에 보탬이 된다”고 조언했다.
그러자 김정호가 달라졌다. 지난 4일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홈경기에서 숙제를 해결했다. 이날 그는 리시브 효율 29.4%로 고전했다. 공격성공률도 46.67%로 낮은 편이었다. 대신 서브와 디그에 집중했다. 프로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인 서브에이스 4개를 터트렸다. 디그도 리베로 정민수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6개를 기록했다. 셧아웃 승리에 공헌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권 감독은 “잘해줄 줄 알았다.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만 해도 만족스럽다. 정호는 큰 선수가 될 듯하다”고 미소 지었다. 김정호도 “간절한 마음으로 한 발 더 움직였다. 기분 좋다”고 웃었다. 해피엔딩이었다.
yeong@sportsworldi.com 사진=KO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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