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이혜진 기자] 확대되는 메이저리그 사인 훔치기 논란, 야구 위상이 추락한다.
특정 팀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일까. 메이저리그(ML)가 사인 훔치기 논란으로 시끄럽다. 2017시즌 휴스턴 애스트로스에 이어 2018시즌 보스턴 레드삭스도 의혹에 휩싸였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디애슬레틱’은 8일(이하 한국시간) 익명의 관계자 3명의 말을 인용해 “2018년 보스턴이 리플레이룸에서 상대의 사인을 훔쳐 이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공교롭게도 두 팀 모두 사인 훔치기를 자행한 그 해에 월드시리즈 정상을 밟았던 터라 충격은 더 크다.
이번 사인 훔치기는 비디오 판독실을 통해 행해졌다. 메이저리그 각 구장엔 비디오 판독실이 설치돼 있다. 감독이 비디오 판독 요청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서다. 보도에 따르면 보스턴은 상대팀 투수와 포수의 사인을 훔치는 공간으로 사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알렉스 코라 보스턴 감독은 두 번의 사인 훔치기 스캔들에 모두 연루돼 비난의 중심에 섰다. 다만, 포스트시즌에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각 구장에 모니터 요원을 배치했기 때문에 이러한 방식을 활용할 수 없었을 거란 분석도 전해졌다. 그렇다 해도 좌시할 수 없는 문제다.

사인 훔치기는 국내 프로야구 리그에서도 꾸준히 언급됐던 사안이다. 이번처럼 결정적인 증언이나 증거가 포착된 경우는 많지 않지만, 종종 도마 위에 오르곤 했다. 이와 관련된 가장 최근 사례는 2018년 LG가 KIA전에서 사인 훔치기로 의심되는 내용을 담은 인쇄물을 더그아웃 뒤편 복도에 붙여놓았다가 적발된 사건이다. 증거가 나온 것은 KBO리그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엄연히 규정을 위반한 사례며, 스포츠의 기본이 되는 ‘공정성’을 저버린 행위였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계속되는 악재는 야구의 근간을 송두리째 흔들 수 있다. 야구계엔 이미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근 몇 년간 관중 감소와 월드시리즈 시청률 하락 등을 보였다. 프로야구 역시 지난 시즌 4년 만에 800만 관중이 무너지는 등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 12년 만에 올림픽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이후의 전망은 여전히 어둡다. 페어플레이조차 의심받는다면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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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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