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월드

검색

[이슈스타] 조문식, ‘당신 덕분에’ 꿈꾸게 된 ‘제 2의 전성기’

입력 : 2019-08-21 14:00:32 수정 : 2019-08-21 14:00:30

인쇄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방송인 조문식이 ‘웃음’을 잠시 내려놓고 ‘음악’을 꺼내 들었다. 이제 새로 잡은 마이크로 ‘제 2의 전성기’를 꿈꾼다.

 

 조문식은 전문 리포터로 무려 24년동안 KBS1 ‘6시 내고향’을 지킨 터줏대감이다. 그런데 지난 5월 프로그램이 개편되면서 출연이 중단됐다. 아쉬움도 크지만 그렇다고 ‘6시 내 고향’과 그를 구분지어 이야기 할 수는 없었다. 자연스레 ‘6시 내고향’의 이야기로 그와의 대화를 시작했다.

 

 길고 긴 시간 동안 ‘장터 지킴이’로 활약한 그는 안 가본 시장이 없을 정도다. ‘수요일은 수산물’이라는 코너로 9년 간 배를 타고 바다를 오갔던 경력도 무시할 수 없다. “원양어선 빼고 다 타봤다”는 그의 말엔 힘이 느껴졌다. 열혈 시청자들이 그의 해양 활동 경력을 모두 지켜봤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처음엔 프로그램에서 자리잡기 위해 배를 타겠다고 공언했다. 멀미도 났지만 ‘그림’이 너무 좋았다. 시청률도 2%가 넘게 뛰어 올랐다”며 포기할 수 없었다고 되짚었다. 

 그러다보니 한동안은 ‘해양 전문 리포터’라는 닉네임도 따라 다녔다. 전복, 광어, 대게 문어 등등 홍보대사를 거치면서 수도 없이 감사패를 받았다. 수산물 뿐이겠는가. 농산물과의 인연도 때놓을 수 없다. 전국 팔도의 재래시장을 이야기하던 중 지갑에서 꺼내든 명함에는 ‘경기도 전통시장 홍보대사’라는 문구가 크게 박혀 있었다. 공영 홈쇼핑에 출연하면서 연이 닿았던 지역의 농산물의 판매를 도울 수 있는 기회도 많았다. 

 

 그렇게 이 시장, 저 시장을 오가면서 어르신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노래도 많이 불렀고, 그 시간들이 앨범 발매에 밑거름이 됐다. 조문식은 “남의 노래를 많이 불렀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작곡가분들이 곡을 많이 주셨다. 설운도 선배님도 곡을 주실 정도였다. 그 중에서도 가수 박상철의 노래로 유명한 ‘트로트계 호랑이 작곡가’ 박현진 선생님의 곡을 받게 됐다”고 준비 과정을 소개했다. 

 코미디언으로 활동했지만 ‘가수’의 꿈을 잃은 적은 없다. 1984년도엔 그룹사운드로 ‘강변가요제’에 도전하기도 했다. 그는 20년이 훌쩍 넘은 그 해의 ‘강변가요제’를 “이선희가 나왔던 연도”라고 기억하며 웃음을 보였다. 이처럼 노래와 조문식은 뗄래야 뗄 수 없는 사이다. 혼자 있을 때도 언제나 ‘중얼중얼’ 노랫말을 읊조린다. 그렇게 노래와 친한 그가 방송을 쉬면서 ‘기회’를 찾아 앨범을 준비할 수 있었다. 

 

 그의 첫 앨범에는 ‘당신 덕분에’와 ‘젖은 눈동자’ 두 곡이 수록됐다. ‘당신 덕분에’는 ‘당신 덕분에 여기까지 왔네요/울고 웃다가 여기까지 왔네요/오늘도 내 모든것은 당신 덕분에’라는 가사말이 인상적이다. 애틋하면서도 훈훈하고 눈물 짓게 할 만큼 감동적이다. 조문식도 이 ‘덕분에’라는 말에 끌렸다고 고백했다. “제목이 참 좋았다”는 그는 곡을 듣지도 않았는데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곡을 택했다고 했다.  

 요즘은 ‘너 때문에’ ‘나 때문에’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현대 사회에는 타인의 핑계를 대는 게 딱히 어색하지 않아졌다. 그런데 이 노래는 ‘때문에’가 아닌 ‘덕분에’라는 단어가 들어갔다. 그것도 ‘당신’ 덕분에였다. 그는 “나는 그렇다. 대한민국의 동네, 나의 부모 그리고 형제 ‘덕분에’ 여기까지 왔다. 제목만큼 가사도 좋았다”고 앨범을 낼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았다. 

 

 노래가 정해졌다고 해서 쉽게 접근하고 싶지는 않았다. ‘트로트’ 혹은 ‘코미디언’ 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반짝이 의상’을 벗어나고 싶었고, 장난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다. “코미디언들 중에 재주꾼이 정말 많다. 다 할 줄 알지만 ‘웃긴 이미지’가 진지함으로 넘어오지 못한다”고 뼈있는 발언을 하면서 “흔히 트로트를 장난식으로 도전하는 분들도 있다. 그러니까 음악도 대충 만들어진다. 뻔한 멜로디에 민망한 가사.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고 굳게 말했다. “‘조문식’을 코미디언이라 생각지 말고 먼저 ‘음악’을 들어주셨으면 좋겠다. 정말 열심히 만든 앨범”이라고 줄곧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진지한 접근 때문일까. 앨범을 준비하면서 기존의 음반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입됐다. “제대로 잘 만들어보자”는 의도가 반영된 결과였다. 첫 가요프로그램 녹화에서도 AR없이 무대에 섰다. 신인 가수의 마음가짐으로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트로트 황제’ 나훈아가 작업하는 녹음실을 사용했다. 악기 녹음에도 때마다 얼굴을 비추며 의견을 조율해나갔다. 서로 관심을 보이고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나올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컴퓨터로 작업한 곡을 들었을 땐 어딘가 부족한 것 같았는데, 현악기가 들어가고 브라스가 들어가니까 확실히 다르더라”고 말했다. 기계음이 아닌 진짜 악기음으로 연주한 것도 ‘신의 한 수’였다. 

 

 서울예대 연극과를 졸업해 1986년 KBS 코미디언 4기로 데뷔했다. 영화 ‘영구와 우주괴물 불괴리’(1994), ‘할매캅’(1994), ‘티라노의 발톱’(1994), KBS ‘코미디 파일’, ‘유머 1번지’ 등 대한민국 대표 희극인으로서 이름을 날린 시절도 있었다. 코미디계의 대 선배로서 요즘 코미디계의 주춤한 현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흐름이라고 생각한다”고 짧고 굵은 답변을 내놨다. “동그란 원이 돌고 도는 것처럼 옷도 다시 유행이 돌아온다. 코미디도 그렇다. 나는 지금 후배들이 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예전에는 슬랩스틱으로 웃음을 줬다면 지금은 잘 안먹힌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해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웃음은 사람이 살아있는 한 없어질 수 없는 존재다. 그저 이쪽으로 관심을 가졌다가, 말았다가 하는 차이일 뿐이다. 웃음은 계속될 거고, 사람들은 지금도 웃고 싶을 거다. 웃으면 병도 낫는다고 하지 않나. 모두가 웃음을 원하는데 원하는 웃음을 맞춰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현실을 내다봤다. 쓴소리도 거침 없었다. 그는 “어른을 위한 웃음 코드, 또 젊은 사람을 위한 웃음 코드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 어르신들이 보며 웃을 수 있는 방송이 없다. 그래서 ‘가요무대’나 ‘전국노래자랑’ 밖에 안보시는 거다. ‘웃겨 줘야 한다’고 이야기하지만, ‘웃겨 줘야 할’ 무대 자체가 없다”고 요즘 방송계의 안타까운 현실을 언급하기도 했다. 

 

 잠시 방송을 쉬고 가수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6시 내 고향’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다. 이유는 다름아닌 ‘어머니’ 때문이다. “어머니가 (‘6시 내 고향’을) 정말 좋아하신다. 돈을 벌고자 하는 목적보다 ‘효도’의 목적이 크다”면서 그의 집안 이야기를 이어갔다. 

 

 종손 집안의 막내로 태어나 방송 일을 시작하면서 부모님의 반대도 심했다. 그러던 중 ‘6시 내 고향’에 출연하게 됐고, 극심히 반대하던 아버지 조차 그의 활동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방송을 쉬고 있는 요즘은 어머니가 ‘병이 나신’ 상태다. 평소대로라면 경로당에서 아들이 나오는 방송을 보고 저녁을 드시고 귀가하시지만, 지금은 아들이 나오지 않는 방송을 보지 않고 끼니도 거른 채 집으로 향하신다고. 조문식은 “‘6시 내 고향’에 나오는 것이 효도다. 너무 안타깝다”고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코미디언에서 전문 리포터, 그리고 마침내 ‘가수’의 꿈을 현실로 만든 조문식. 소중한 꿈을 지켜온 것처럼 앞으로도 노력하는 마음으로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노래를 내고 바로 성공하면 좋겠지만, 익어가는 데 5년은 걸리는 것 같아요. 지금은 천천히 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번 앨범이 조문식의 ‘제 2의 전성기’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6시 내 고향’에서 노래를 많이 불러봤으니 진짜 내 곡으로 노래를 하고 ‘잘 하는 구나’ 인정 받고 싶은 마음입니다.”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조문식 제공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

연예
스포츠
라이프
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