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드라마, 영화 촬영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가 다시 한번 화두가 되고 있다.
지난달 tvN 새 토일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촬영 스태프들은 환경 개선을 위해 제작사를 고발하기에 이르면서 열악한 드라마 촬영 현장에 대한 공론의 장이 열리고 있다. 반면, 스태프들의 처우 개선으로 눈길을 끈 인물도 있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 봉준호 감독은 표준근로계약을 맺고 영화 제작을 했다고 알려져 주목을 받았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 스태프들과 ‘표준근로 계약서’를 작성했음을 밝혔다. 영화 ‘설국열차(2013)’, ‘옥자(2017)’를 거치며 미국식 규정을 배웠고, 표준근로 계약에 맞춰 ‘기생충’을 완성했다는 것. 상대적인 근로시간 감축으로 촬영 횟수가 늘었고, 제작비는 상승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봉 감독은 “좋은 의미의 상승”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스태프들의 처우 문제로 대립점에 선 두 작품이 같은 날 제작발표회와 시사회를 진행했다.
28일 ‘기생충’ 시사회에 참석한 봉 감독은 “내가 한국 영화계 표준근로에 있어서 선구자적으로 특별히 노력한 건 아니다. 2013년부터 영화산업 노조 위주로 이야기가 진행됐다. 2017년께부터 확실히 근로시간이 이미 잘 정착돼 잘 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기생충’도 그를 지키며 작업한 것뿐이라는 겸손한 답변이었다. “TV 드라마 쪽도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들었다. 빨리 협의가 이뤄져 표준근로가 정착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덧붙였다.

그러나 ‘아스달 연대기’의 김원석 감독은 자리를 피하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당초 김 감독의 제작발표회 불참이 예고됐다. 두 작가가 자리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힌 ‘아스달 연대기’의 연출자 불참은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이날 사회자는 “김 감독은 후반 작업 일정상 참석이 어려웠지만 인사차 현장을 방문했다”며 김원석 감독의 깜짝 등장을 알렸다.
무대에 오른 김원석 감독은 “기대는 조금 낮추고 응원해달라”고 당부했다. “열심히 만들었지만,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 칭찬을 기대하진 않는다”면서 “우리나라에 이런 드라마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많은 스태프와 연기자들이 노력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 감독은 이처럼 “열심히 만들었다. 응원해달라”는 짧은 인사말을 남겼고, 취재진의 질문을 받지 않은 채 무대를 내려갔다. 대부분의 연출자가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작품을 소개하고 질문에 답한다. 촬영이 급박한 배우도, 연출자에게도 해당되는 사안이다. 공동 인터뷰 시간에 작가와 배우들에게 논란에 관한 질문이 나왔지만, 사회자는 “작품에 관련된 질문만 해달라”고 말했다.
김원석 감독은 전작 ‘미생’과 ‘나의 아저씨’ 등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 받았다. ‘아스달 연대기’ 역시 회당 제작비만 30억 원에 가까운 ‘대작’이다. 압도적인 영상미와 연출이 예고된 만큼 ‘우리나라에 하나쯤 있어야 할 작품’이 탄생할 것이 분명하다. 다만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한 현장 스태프들의 ‘피땀눈물’은 언급되지 않았다는 점은 씁쓸함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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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J ENM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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