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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혈사제’ 고준 “황철범, 정 많은 악역이고 싶었죠”(인터뷰①)

입력 : 2019-05-05 18:30:00 수정 : 2019-05-05 17:5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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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고준 아닌 황철범을 상상할 수 있을까. 배우 고준이 ‘열혈사제’의 매력적인 악역으로 안방극장을 매료시켰다.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최근 인기리에 종영했다. 최종화에서 무려 20%의 시청률을 넘긴 ‘열혈사제’는 ‘권선징악’의 강렬한 메시지와 함께 “We Will be Back”이라는 통쾌한 자막으로 시즌2를 예고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열혈사제’는 사제와 형사가 노(老) 신부 살인 사건으로 만나 어영부영 공조수사를 시작하는 익스트림 코믹 수사극. 극 중 전직 조폭 보스이자 무역회사 대표 황철범을 연기한 고준은 겉으로는 사람 좋고 능글맞은 청년회장 같지만 사실 내면은 누구보다 잔인하고 잔혹한 인물이었다. 

 

2001년 영화 ‘와니와 준하’를 시작으로 그는 벌써 데뷔 19년 차 배우가 됐다. 영화 ‘과속스캔들’(2008) ‘타짜: 신의 손’(2014), 드라마 ‘굿 와이프(2016)’ ‘구해줘(2017)’ 등 다수의 작품 출연했고, 지난해 ‘미스티(2018)’ ‘변산’(2018) ‘바람 바람 바람’(2018)으로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 ‘열혈사제’와 만나 최고의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그는 걸죽한 사투리에 넉살 좋은 웃음을 보이다가도 카리스마를 폭발시켰다. 김해일(김남길), 박경선(이하늬), 정동자(정영주) 등 상대 배역에 따라 카멜레온처럼 변신하며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했다. 묘하게 볼수록 빠져드는 매력적인 악인(惡人). 고준이 연기한 황철범은 그런 인물이었다. 

 

최근 스포츠월드와 만난 고준은 아직 황철범과 작별하지 못한 듯 말투에 사투리가 묻어 나왔다. 호쾌한 웃음도 남자다운 카리스마도 여전했다. 황철범이라는 ‘인생 캐릭터’를 만난 고준과의 대화를 공개한다. 

 

-종영소감은.

 

“배우들과의 호흡이 좋았다. 긴 시간동안 함께 이어갈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끝낼 때는 더 오래 봤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까지 들더라. 다른 작품으로도 친해진 배우들이 있지만 이번 작품에서 동료 배우들과 가장 많이 친해진 것 같다. 또래 배우들이라 정서적으로 위안이 되고 서로 힘이 되는 관계가 유지됐던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사실 난 무모할 정도로 솔직하고 낯가림을 시작하면 한없이 낯을 가리는 성격이다. 반면 친해지면 장난을 굉장히 많이 친다. 그 간극이 많다보니 본의 아니게 오해를 받을 때가 많다. 그래도 ‘열혈사제’ 팀은 굉장히 빨리 친해졌다. 회식도 많이했고, 친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남길이가 굉장히 주도해줬다.(웃음)”

 

-모든 캐릭터가 빛난 작품이었다. 황철범 외에 욕심난 캐릭터는 없었나.

 

“사실 처음부터 제작진에게 구대영(김성균)을 하고 싶다고 어필했다. 일상 속 고준은 허당스럽고 나름 정의롭고 싶어하는 성격도 있다. 그래서 구대영에 대한 정서적 이해도가 컸다. 그런데 안된다고 하시더라.(웃음)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 나를 구대영의 이미지로 보진 않으신 것 같다.(웃음) 그리고 첫 대본리딩 날 성균이의 연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너무 잘하더라. 이 역은 저 사람이 해야하는 거구나. 내가 했다면 반의 반도 표현 못 했겠구나 싶었다.”

 

-감독이 특별하게 주문한 ‘황철범’의 모습이 있다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탈바꿈이 자유자재로 되는 인물’이 황철범에 대한 감독님의 첫번째 주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강자를 만날 땐 약하고 약자를 만날 땐 강하고. 필요에 의하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면 연기라도 서슴치 않고 해내길 바라셨다. 사투리는 영화 ‘타짜2’ ‘변산’, 드라마 ‘굿와이프’ 때 전라도 사투리를 썼던 경험이 있다. 똑같은 억양을 연기하긴 그래서 서울에 상경한지 오래돼서 고향말을 까먹은 상태의 인물을 연기했다. 나름대로 다른 작품의 사투리보다 편하게 느껴졌다.”

 

-캐릭터를 구상하며 특별히 공들인 부분은 없었나.

 

“추가로 신경쓴 부분은 ‘정(情)이다. 악역이지만 ‘정 많은 악역’, ‘의리있는 악역’이고 싶었다. 또 나쁜 악역의 외피를 가지고 있지만 악해질 수밖에 없는 사회에 있었기에 ‘그럴 수 밖에 없었던’ 한 사람으로 그려졌으면 했다. (황철범 같이) 살지 않으면 살아낼 수 없는 사회 속에서 결국엔 ‘생존’을 연기하고 싶었다. 황철범은 부모도 없고 배운 것도 없으니 그것밖엔 방법을 몰랐던 인물이다. 부모의 빈자리 때문에 구성원에 대한 염원이 있었고, 티내지 않으면서도 인물에게 내재돼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설정한 건 아버지에 대한 컴플렉스다. 아버지가 없었기에 아버지가 되고 싶었고, 그래서 피가 섞이지 않더라도 가족같은 동생들을 챙기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악역을 할 때마다 인물에 대한 안타까움이 다 있었다.”

 

-생각했던 인물이 구현된 것 같은가.

 

“이제 단순히 ‘선과 악’으로 구분지어 지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사람마다 각자의 목표와 목적이 있고, 그 목표를 향해 달려가다 보면 서로 다른 목적의 사람을 만나게 된다. 목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악인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단순히 ‘악한 마음’으로 출발 했다기 보다 의도가 있건 없건 남에게 피해를 준다면 ‘악’이 되어버리는 것이 현대 사회의 풍토인 것 같다. 화낼 일이 많아졌고, 그 기준도 복잡해졌다. 그래서인지 황철범을 조금 더 심화되게 보여주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이 있었다. 그것에 대한 아쉬움은 남는다.”

 

-캐릭터를 향한 호평이 이어졌다. 본인이 생각하는 ‘황철범’의 만족도는.

 

“나는 항상 내 연기가 한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자학하는 스타일’이랄까.(웃음) 연기에 만족해본 적이 없다. 끝나고 보면 항상 부족했다. 그래도 팬들이 많이 사랑해주셔서 정말 놀랐다. 나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다보니 안 좋은 점수를 주게 된다. 그러다 팬들이 칭찬을 해주면 ‘잘하고 있어 준아’하고 스스로를 격려하게 된다.”

 

-‘자학하는 스타일’이라니. 이유가 뭔지 궁금하다.

 

“한번도 만족을 느껴본 적이 없다. 스스로에게 박한 타입이다. 그래도 영화 ‘변산’ 이후 내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조금씩 배우고 있다. ‘열혈사제’도 압박감이 심하지 않게 소화할 수 있어서 고마운 작품이다. 행복함이 커지고 있다.(‘변산’의 어떤 부분 때문이었나?) 이준익 감독님과 작품을 하면 다 느낀다. 작품 전에 이준익 감독님을 한번 뵙고 싶었다. 연기를 하며 나 자신을 괴롭히는 스스로가 너무 힘들어서 인생의 멘토를 찾고 싶었다. 어떻게 하면 내 자신을 사랑하고 행복감을 느끼며 배우 생활을 할 수 있는지 여쭙고 싶었다. ‘변산’이 끝나고 어떻게 힐링 받을지, 살아갈 지 방향성이 생겼다.”

 

-그 ‘방향성’이란 무엇인가.

 

“기준을 없애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기준을 없애고자 하고 있다. 이 감독님은 현장에서 대놓고 놀게하는 스타일이시다. 그 연세에도 불구하고 호쾌하게 오케이를 내려주신다. 수정사항이 있으면 형장에서 모니터까지 바로 뛰어오신다. 그런 모습이 큰 가르침이 됐다. 말 없는 교훈이랄까.(웃음)”(인터뷰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비에스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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