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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된 남자' 여진구 "1인 2역, 1화 엔딩보고 확신 가졌죠" (인터뷰①)

입력 : 2019-03-15 18:52:18 수정 : 2019-03-15 18:5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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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정가영 기자] 그야말로 ‘천상 배우’다. 한동안 고민도 했지만 결국엔 ‘연기’를 떼어 놓고 자신의 삶을 떠올릴 수 없다고 말하는 배우 여진구. 그런 그의 노력과 진심은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다. 

 

이달 초 종영한 tvN 월화드라마 ‘왕이 된 남자’는 임금이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쌍둥이보다 더 닮은 광대를 궁에 들여놓으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여진구는 적들로부터 목숨을 위협받는 왕 이헌과 왕과 똑 닮은 쌍둥이 외모로 왕을 대신하는 광대 하선으로 1인 2역을 소화했다. ‘왕이 된 남자’는 영화 ‘광해’를 원작으로 리메이크해 우려와 기대를 동시에 불러일으켰지만, 훌륭한 연출과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 배우들의 호연에 힘입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대성공을 거뒀다.

 

여진구의 존재감은 첫 등장부터 강렬했다. 위태롭고 광기 어린 폭군 이헌의 서슬 퍼런 카리스마부터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광대 하선의 천진한 얼굴을 넘나들며 완벽한 1인 2역 연기를 펼쳤다. 진정한 성군을 꿈꾸며 순수함과 강인함을 진정성 있게 그려냈고, ‘역시 여진구’라는 찬사를 이끌어냈다. 중전 소운과의 애틋한 로맨스까지 빈틈없는 캐릭터를 완성했다.  

 

최근 ‘왕이 된 남자’ 종영인터뷰를 통해 스포츠월드를 만난 여진구는 시종일관 “연기 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라며 웃음꽃을 피웠다. 아직은 끝없이 도전하고 싶다고 밝힌 배우 여진구. 그와 나눈 훈훈한 대화를 공개한다.

-종영 소감은. 

 

“끝난 게 실감나지 않을 정도로 애정하는 작품이다. 나에게 큰 변화를 일으킨 작품이고, 많은 분들에게 새로운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촬영하면서 큰 힘을 받았다. 감사한 작품, 잊지 못할 작품으로 기억될 거다.”

 

-‘왕이 된 남자’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처음 시놉시스와 대본을 받고 나서는 ‘이걸 드라마로 만든다고?’하는 생각을 했다. 이름도 ‘왕이 된 남자’로 같았고, 내가 할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섰다. 그런데 대본을 읽자마자 아예 다른 작품을 만드는 거구나 생각이 들더라. 감독님을 처음 뵀을 때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리메이크라는 이름을 달고 있지만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원작의 빛을 지우고 재창조하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도 원작을 봤지만, 원작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정반대의 두 인물이었다. 표현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나. 

 

“1인 2역 자체가 힘들거라 예상했지만 그래도 너무 힘들더라. 걱정도 많이 들었다. 첫 방송 전까지만 해도 많이 떨었다. 이헌 캐릭터는 이전에 해본 적은 없고 해보고 싶은 마음만 굴뚝 같은 역할이었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일찍 찾아올 지도 몰랐고, 막상 촬영하면서도 내가 잘 하고 있는지 확신도 없었다. 주변에서는 잘 하고 있다고 말해줬지만 시청자의 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두려움이 있었다. 특히 실체가 없는 곳에서 혼자 연기해야 한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독백이나 감정신도 어려운데 이번에는 실체 없이 대사가 오가고 위협도 하고 서로 호흡도 맞춰야 했다. 마음 먹긴 했지만 생각보다 힘들더라. 거기다 이헌같은 역할은 처음 해봐서 너무 헷갈렸다. 시선도 다를 것 같고 ‘이게 괜찮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감이 안 오더라. 사실 지금의 나라면 더 새로운 모습으로 잘 해낼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두려움이 확신으로 바뀌게 된 장면이 있나.

 

“한 명의 시청자로서 지켜본 작품이다. 1화 엔딩을 보면서 ‘아, 그림이 잡히는구나’ 싶었다. 중반부까지는 이헌과 하선이 만나는 신이 없었다. 둘이 붙었을 때가 무섭기도 하고 큰 문제였다. 1화를 시청한 다음날 7-8화 촬영을 했는데, 두 인물의 얼굴이 달라 보인다는 확신이 들고나니 그제서야 분리가 되더라. 그전까지는 이헌이 놀라는 표정과 하선이 놀라는 표정이 별로 다르지 않게 느껴졌다. 그렇다해도 확인할 수 없으니 막막하게 느껴졌다. 시청하고 나니 확신을 갖고 연기할 수 있었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찾아봤나.

 

“한동안은 못 봤다. 주변분들이 잘한다고 이야기 해주시니까 그런가보다 생각했다. 사실 그러면 안되지만 시청률을 보면서 ‘1화보다 2화 시청률이 올라가서 다행이다’ 싶었다. 생각보다 훨씬 좋아해주셔서 얼떨떨하긴 했다. 이전에 사랑받던 작품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감회가 새로웠다. 상경 선배님께서는 내 연기를 보지 않고 대본만 읽으시고도 ‘너의 인생작이 될 거다’라고 말씀하시더라. 처음엔 왜 저러실까 생각했는데, 나중엔 역시 선배님이신 이유가 있구나 생각했다. 선배님의 말처럼 반응이 오니까 신기했다.”

 

-소운(이세영)과의 케미스트리가 호평을 얻었다. 둘의 호흡은 어땠나. 

 

“오랜 배우 활동을 하면서 작품을 통해 만난 건 처음이었다. 세영 선배님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싶다. 정말 성실하고 엄청난 노력을 하시는 분이다. 밝고, 에너지 넘치고 주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배우다. 내가 이만큼 노력하면 선배님은 더 크게 노력하시더라. 이렇게 작업한 작품은 처음이다. 잊지 못할 것 같다. 선배님은 처음 만남 때부터 믿음직스러웠다. 호흡이 안 좋을 수가 없었다. 소운이라는 역할 자체가 파격적인 부분도 많았지만, 하선이나 이헌에게 하는 리액션이나 삼키고 누르는 신들이 많았다. 나를 받아주고 버텨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극 중에서 김상경, 윤종석의 죽음을 지켜봤는데.

 

“8화 엔딩에서 상경 선배를 떠나보냈다. 그 신을 촬영할 때 선배님께서 조용하게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씀하셨다. 나는 내 칭찬을 하는 줄 알고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잊고 있었는데(웃음), 이규(김상경)가 죽을 때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게 붙어있는 무언가가 떨어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15화 엔딩에서는 내 연기를 보면서도 울컥했다. 가장 애정하는 장면이다. 그리고 장무관(윤종석)에게도 되게 미안했다.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인데 지켜주지 못했다. 마지막 촬영 때도 등지고 있어서 잘못봤는데, 방송으로 보니까 가슴이 너무 아프더라. 사람을 떠나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대비(장영남)과의 신도 인상적이었다. 촬영은 어땟나.

 

“(대비가) 불쌍해보였다. 결국 죽음 앞에선 다 이렇게 되는구나. 처절해지고 안타까운 생각에 눈물이 나기도 했다. 그 역할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쁜 사람이니까..많은 분들이 ‘왕이 된 남자’를 칭찬해 주시는 것 중에 악역에게도 이유가 있다는 부분에 공감이 많이 됐다. 물론 신치수(권해효) 부자(父子)는 빼고 말이다.(웃음) 악역에게도 이해되는 부분들이 있어서 과연 나라면 이런 것들을 용서하고 착하게 살 수 있을까 생각도 해봤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없더라. 그래도 하선의 입장에선 내가 살아야하고, 소중한 사람을 지켜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의 죄는 내가 감당하고, 대비의 죄는 대비가 감당하라’는 대사는 하선이 대비에게 마지막으로 해줄 수 있는 따뜻한 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대사를 할 때 기분이 오묘했다.”

 

-하선과 소운이 재회하기까지 2년 동안의 이야기를 상상해봤나.

 

“누군가는 치료해주지 않았을까. 약초 캐는 할아버지였을 수도 있고..인연이 있었을거라 생각한다. 하선이니까, 치료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았을 거다. 소운을 봐야한다는 생각 속에 어떻게든 버티고, 늘 그렇듯 남들보다 빠르게 극복했을 것 같다. 그리고 2년이라는 시간동안 자신과 소운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기를  계속 기다렸을 거다. 누가 보낸지도 모르는 자객의 습격으로 위험에 처했고, 아마 조정이 자신을 잊고 조금 더 바빠질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재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결말은 만족하나.

 

“결말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다. 다들 원하시는 해피엔딩을 나도 바랐다. 하선과 소운 두 인물이 행복하게 꽃길을 걸었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시대적 배경이 있고, 픽션이지만 장르와의 타협점도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모두가 했던 것 같다. 다들 두 캐릭터를 사랑해주셔서 가장 현실적으로 두 사람이 행복하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취해야 했다. 둘이 행복하게 오래도록 잘 살았을 거다. 나름대로 바람이 있다면 아이도 좀 낳으면 좋을 것 같다.(웃음)”(인터뷰 ②에서 계속)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JANUS EN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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