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제71회 칸 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12일간 펼쳐진 이번 축제에서 초청의 기쁨을 누린 것은 ‘버닝’(이창동 감독)과 ‘공작’(윤종빈 감독)만이 아니었다.
김태헌 감독의 단편 영화 ‘더 매뉴얼’은 단편 비경쟁 부문에 초청되며 상영의 영광을 안았다.
‘더 매뉴얼’은 사고로 기억을 잃은 형사가 기억을 찾는 과정을 미스테리하게 풀어낸 작품. 주인공 태석은 몇 달 동안 의식이 잃고 일어나 딸의 위험을 막기 위해 살인마를 잡으러 나서지만 많은 기억들이 지워져있다. 조금씩 기억을 더듬어 딸을 찾았지만 딸은 그를 보고 뒷걸음만 친다. 개성 있는 연기로 사랑 받았던 아역출신 배우 서현기, 명품조연 이철민, 대학로 실력파 서동갑 등이 출연해 완성도를 더했다.
김태헌 감독은 모두가 안 된다고 할 때 ‘더 매뉴얼’의 칸 초청을 희망적으로 본 인물. 스포츠월드는 김태헌 감독과 만나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첫 영화로 칸 영화제 비경쟁 단편영화 부문에 초청 됐다. 소감은?
“‘너무 잘됐다’ ‘좋겠다’라는 반응이 많다.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외려 더 차분해지고 더 걱정스러운 부분이 생기더라. 이게 끝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작일 뿐이다. 이제 냉정한 평가가 돌아오겠단 생각이 들더라. 앞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펼칠 기회가 있을까 고민스럽기도 하고.”
-의외의 대답이다.
“단편영화는 아시다시피 조금 부족해도 귀엽게 봐주는 시선이 있다. 이제 장편 영화로 들어가면 낱낱이 파헤칠텐데 그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잘 전달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지금 장편 시나리오가 4개 정도 있다. 계속 수정 작업 중이다. 어떻게 하면 더 좋은 그림과 메시지를 줄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칸의 부름을 받을 것이라 확신했나.
“출품할 때 음악 감독님 빼고 모든 스태프가 안 된다고 했다. 저도 안 되는거구나 생각 했는데 결국 초청을 받았고 작품에 대한 확신이 생겼다.”
-‘더 매뉴얼’의 연출 의도는 무엇인가.
“세상에는 이해가 되지 않은 일들 투성이다. 과연 우리가 보고 듣고 알고 있던 기억들이 진실일까. 과연 진실이 있다고 한들 그 진실을 깊숙이 파헤쳐 보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닐까. 기억에 대한 진실을 또 다른 설정으로 이야기해 보고 싶었다.”
-얼마나 준비한 작품인가.
“‘더 매뉴얼’ 이 전에 1년 반 동안 매달린 시나리오가 있다. 그래도 부족하단 이야기를 들었던 시나리오다. 하고싶은 이야기의 방향대로 안 가더라. 그래서 ‘내 멋대로 써보자’라는 마음으로 펜을 잡고 하루 반만에 쓴 글 작품이 ‘더 매뉴얼’이다. 잠도 안 자고 썼다. 저에게 남다르긴 하다. 기획은 전부터 해왔지만 이렇게 빨리 쓴 작품은 처음이다. 거의 수정 없이 처음 느낌 그대로 나온 작품이기도 하고.”
-배우들의 어떤 이미지를 보고 캐스팅 했나.
“서현기 배우는 얼굴의 양면성을 봤다. 악역을 많이 한 친구인데 직접 만나보니 따뜻하고 예의바른 친구더라. 선한 눈빛도 있고 미소도 있. 두 가지 다 소화할 배우라는 확신이 들었다. 서동갑 배우는 연기를 워낙 잘한다. 그동안 무거운 역할을 많이 했는데 만나보면 재밌는 개그 코드가 있다. 제가 개그를 좋아한다. 그래서 캐스팅 했다. 이철민 선배님이야 워낙 자타공인 실력파 배우이니 설명이 필요할까. 어렵게 부탁드렸는데 시나리오 읽어보시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모든 배우들이 차비 정도만 받고 만든 영화다. 심지어 이철민 선배님은 차비도 안 받으셨다. 너무 감사하다고 죽어서라도 보은하겠다고 말씀드렸다.”
-연출을 하면서 특히 더 신경 쓴 부분이 잇다면.
“관객이 예측하지 못하는 흐름으로 흘러가길 원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어?’ 하고 잠시 멍해졌으면 했다. 보고 나서 머리속에 물음표가 생기는, 그런 영화가 되길 소망했다. 그리고 제 시나리오 특징이 템포감이 굉장히 빠르다. 요즘 트렌드가 빠른 템포다. 영화가 굳이 루즈할 필요가 있을까. 재밌어야 하고 보는 사람이 같이 생각하며 볼 수 있음 어떨까 했다.”
-첫 단편 연출작이다.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에 관심이 많았다. 시나리오 작업을 어릴 때부터 했다. 연극 연출도 하고 배우 쪽 일도 많이 했다. 다른 감독님들 작품을 각색, 기획한 게 많다. 연출에 대한 꿈을 품고 있다 ‘더 매뉴얼’을 쓰게 됐고 친한 PD가 이번엔 직접 해보라고 설득을 하더라. 고민 끝에 저만의 색깔로 만들어 보겠단 욕심이 생겨 도전하게 됐다.”
-목표가 있다면.
“하나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거짓도 없고 솔직하게 많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같이 웃을 수 있는 영화, 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마지막으로 제이엠로드 정승호 대표, 어반웍스필름 심상혁 피디, 왕민 실장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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