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양강 체제’를 구축한 두산과 SK는 다가올 겨울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하다. 다름 아닌 시즌 초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예비 FA’ 양의지(31·두산)와 최정(31·SK)의 몸값 때문이다.
시즌 초반이지만, 두 선수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홈런왕 3연패에 도전하는 최정은 올해도 여전한 ‘거포 본능’을 발산 중이다. 1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또 한번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1회 선제 솔로 아치를 그려내는 등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활약해 SK의 12-3 대승을 이끌었다. 1일 현재 타율 0.271(118타수 32안타) 14홈런 31타점 31득점이다. 홈런과 득점은 리그 전체 1위의 기록. 31타점은 팀 동료 제이미 로맥(32개)에 이어 리그 전체 2위다.
양의지도 이날 잠실 KT전에서 1회 선제 결승타점을 올리며 두산의 4-2 승리에 발판을 마련했다. 시즌 타율 0.398(98타수 39안타)로 리그 전체 2위다. 여기에 4홈런 18타점 20득점을 곁들였다. 극심한 체력 소모가 따르는 포수지만 매 경기 알토란 같은 방망이 활약이다. 지금 페이스면 역대 한 시즌 포수 최고 타율인 1987년 삼성 이만수가 기록한 0.344도 충분히 깰 수 있다는 평가다.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두 선수의 방망이는 영양가도 만점이다. 양의지의 시즌 득점권 타율은 무려 0.393. SK는 최정이 홈런을 날린 10경기에서 8승을 쓸어담았다.
부상 등 큰 변수가 없다면 양의지와 최정은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다. 대형 계약은 이미 예약됐다. 두 선수는 이미 해당 포지션에서 ‘리그 최고’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양의지의 진짜 가치는 방망이보다 수비에 있다는 평가다. 노련한 볼 배합과 리드는 국내에서 따라올 자가 없다. 그래서 붙은 별명도 ‘곰 같은 여우’다. 최정은 최근 3년 동안 99개의 홈런을 폭발시켰다. 홈런생산능력은 발군이다. 올해는 개인 첫 50홈런 달성에 도전한다. 역대 KBO리그에서 50홈런을 친 선수는 이승엽, 심정수, 박병호(넥센) 뿐이다.
야구계는 두 선수가 올 겨울 최소 100억 이상의 돈방석에 앉을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 두산과 SK 내부의 시선은 세자릿수 금액(100억)을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SK는 “섭섭지 않은 금액을 안길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구단 내부에서는 공헌도와 기량을 감안, 최대 120억 이상을 줘도 아깝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두산 역시 양의지를 두고 세자릿수 금액에 대한 내부공감대가 형성된 상황이다. 단 양의지와 같은 초거물급 FA는 모그룹의 결정이 있어야 한다는 변수가 있다.
포수와 핫코너가 고민인 몇몇 구단은 둘의 몸 상태를 예의주시 중이다. 최근 겨울 FA 이적시장에서 최형우와 김현수를 영입한 KIA와 LG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는 점은 이들의 시장 가치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정은 해외진출의 변수가 있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전문 일본인 에이전트를 선임해 해외진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어찌됐든 최고의 시즌을 조준하고 있는 양의지와 최정의 FA 대박은 시간문제다. 하루하루 돈다발을 쌓아올리는 기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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