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스포츠 분야에서 탁월한 선수를 기리기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KBO리그에서는 36년 동안 모두 14명의 영구결번 선수를 배출했는데, 한화에는 단 3명만이 영구결번의 영광을 안았다. 1990년대 홈런왕 장종훈(등번호 35)과 개인 통산 210승으로 KBO 역대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는 송진우(등번호 21), 역대 우완 다승 1위(161승) 정민철(등번호 23)이다.
지난달 29일 한화 선수단 포토데이가 열린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이날 장종훈 수석코치와 송진우 투수코치가 수많은 카메라의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마운드 위에 올랐다. 장 수석과 송 코치의 등에는 구단에서 영구 결번으로 지정한 ‘35번’과 ‘21번’이 각각 새겨져 있었다. 지난 3년간 각기 다른 이유로 한화를 떠난 두 코치는 지난 시즌 후 한용덕 신임 감독 부름을 받고 한화 코칭스태프에 합류했고, 1월25일 구단의 제안으로 영구결번을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이날 스포츠월드를 만난 두 코치의 얼굴에는 밝은 미소가 멈추지 않았다. 장 수석은 “전 세계적으로 다시 영구결번을 다는 코치는 없을 것”이라면서 “15년 만에 35번이 적힌 유니폼을 손에 들었는데, 반가운 마음부터 들더라. 후배들도 이런 모습을 꿈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송 코치는 “사실 코치들은 남아 있는 등번호를 고른다. 코치의 등번호는 사실 의미가 없었다. ‘달아라’고 하니 달았던 것인데, 선수 때 다시 단 번호를 다시 달게 돼 책임감이 더 생겼다. 열정이 더 생긴다”고 힘줘 말했다.
두 코치는 현역 시절, 각자의 등번호를 왜 선택했는지 궁금했다. 장 수석은 “처음에는 현재 (김)태균이가 달고 있는 52번을 달았다. 이듬해 룸메이트가 나갔는데 그 선배의 등번호가 35번이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20번 밖의 등번호는 비주전 선수들이 다는 번호였다. 그때 가장 빠른 등번호가 35번이었고 35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송 코치는 “어려서부터 21번을 좋아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OB 박철순 선배의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사실 투수들은 끝자리 1번을 선호하는 데, 고등학교 때 21번을 달고 우승을 했고 대학 때도 31번과 21번을 달았다. 처음 프로에 왔을 때는 등번호가 1이었다. 21번이 달고 싶었는데 1년 뒤 21번을 달던 선배가 그만둬 번호가 비었다”고 말했다.
이때 장 수석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는 “우리 때는 11번 하면 최동원, 18번은 선동열, 21번은 박철순이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21번은 좌완 투수 송진우라는 것을 송 코치가 만들었다”고 칭찬했다. 이에 송 코치는 “일본 요미우리의 경우, 21번은 좌완 에이스에게 주는 번호다. 이 번호가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다”라며 웃었다.
훈훈했던 등번호 이야기가 끝나고, 팀 이야기가 나오자 두 코치의 표정은 이내 진지해졌다. 장 수석은 “지난 두 달 동안 잘 쉰 것 같다. 하루 빨리 유니폼을 입고 싶었다. 최고의 역량을 발휘해 좋은 팀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송 코치는 “섬세하게 정리할 부분이 많다. 한 감독님과 대화가 잘 되고 있다. 기존 마운드 운영은 보직없이 피동적으로 움직인 경우가 많았다. 결국은 선발투수 후보가 10명 정도인데, 경쟁을 통해 정예 요원을 찾겠다. 중간 투수들은 확실하게 보직을 정해줄 것”이라고 전했다.
한화의 올 시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지난해 5강 진입에 실패한 구단 중, 유일하게 외부 보강이 없다. 하지만 장 수석은 “외국인 투수가 관건이다. 중간과 마무리가 좋다. 선발진만 잘 꾸려지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송 코치는 “수치상으로 목표를 밝히긴 곤란하지만 선수들이 능력을 스스로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중요하다. 자기 능력만 발휘한다면 모든 스탯이 좋아질 것이다. 좋은 분위기를 잘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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