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사직 kt전, 이대호(36·롯데)의 도루가 나왔다. 0-0으로 맞서던 1회말 무사 1, 3루에서 최준석의 내야땅볼로 3루주자 전준우의 홈인, 곧바로 4번 이대호의 우전 1타점 적시타로 롯데가 2점을 선취했다. 이후 김문호의 볼넷으로 1사 1, 2루가 됐다.
그리고 풀카운트를 맞이한 강민호의 타석에서 2루주자 이대호와 1루주자 김문호가 다음 베이스를 향해 출발했고 류희운의 몸쪽 높은 볼에 강민호는 헛스윙했다. 장성우는 재빨리 3루로 송구했지만 이대호의 발이 훨씬 빨랐다. ‘더블스틸(이중도루)’ 성공.
상황을 보면 야구의 매력이 보인다. 시즌 내내 병살타 악몽에 시달린 롯데였고 1회 대량득점의 기회를 살리기 위한 선택이었다. 강민호가 내야땅볼을 친다면 100% 병살타로 연결될 게 자명했다.
조원우 감독은 강민호의 타석을 지켜보다 풀카운트까지 치닫자 런앤히트 사인을 냈다. 런앤히트는 주자에 뛸 것을 지시하고 타자에 스윙 선택권을 주는 전술이다. 3B 상황이다 보니 좋은 공이 오면 스윙을 하고, 참으면 볼넷을 골라낼 수 있다. 주자의 발이 느려도 타구 판단 전에 먼저 출발해 삼진 혹은 내야땅볼 때도 병살타를 방지할 수 있다. 이 상황에선 강민호가 헛스윙 삼진을 당하면서 도루시도가 됐고 더블스틸의 성공으로 기록됐다.
이대호의 올 시즌 1호이자 통산 10호의 진귀한 장면이었다. 2011년 10월4일 사직 한화전 이후 2136일 만이다. 게다가 3루 베이스를 훔친 것은 세 번째로 2004년 6월25일 사직 삼성전 이후 무려 4793일 만이다. 이어진 결과도 성공적이다. 번즈가 우전 안타로 이대호를 불러들였고 흔들린 류희운의 실책으로 김문호마저 홈을 밟아 첫 이닝에 4점을 뽑아냈다.
어느새 1승1패의 무게감이 달라진 시기다. KIA, NC, 두산의 3강 구도가 형성된 가운데 4∼5위 자리를 놓고 네 팀이 경쟁 중이다. 롯데는 그 중에서도 불리한 위치다. 프로필상 체중만 100㎏, 실제론 0.1톤이 넘는 이대호가 최선을 다해 3루로 뛰는 장면, 롯데는 그만큼 절박했다. polestar174@sportsworldi.com 사진 OSEN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