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 킹’도 마찬가지. ‘대한민국의 왕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이 영화에서 정우성은 권력의 설계자 한강식 역을 맡았다. 한강식은 권력자의 빛과 어둠을 상징하는 인물. “정우성을 캐스팅 후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다”는 한재림 감독의 말처럼 그는 ‘더 킹’에서 대체불가 존재감을 온 몸으로 뿜어냈다.
-한강식은 박태수(조인성)이 우러러보는 존재다. 실제 정우성도 후배들에게 우상으로 불린다.
“부담스럽다. 하지만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더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한강식은 혼자 우아하게 식사를 한다. 실제 정우성도 혼술 혼밥을 하나.
“한강식이 우아를 떨면서 스테이크를 먹는 건 얼마나 자기 생각만 하는 이기주의자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정말 맛있는 것은 나누고 싶은게 당연한데 얘는 혼자서만 그 시간과 음식을 즐긴다. 스스로에게 도취된 거다. 실상은 얼마나 외롭고 초라한가. 실제로 혼밥은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가야할 때 먹는다. 밥은 같이 먹는 게 즐겁고 좋다.”
-흔히 말하는 ‘남자 영화’를 이어 하고 있다. 멜로보다 편한가.
“마음에 드는 멜로를 찾기가 힘들다. 얼마전에 ‘라라랜드’를 봤는데 멜로 영화가 하고 싶단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영화 속 권력을 쥔 한강식만큼 욕심을 낸 적이 있나.
“바람직한 욕심은 중요하다. 영화를 선택할 때나 어떤 선배가 되어야지 하는 제 마음도 어찌보면 욕심이다. 이런 욕심을 어떻게 바람직하게 펼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 건강한 욕심은 에너지가 된다. 선을 넘으면 야욕이 되고.”
-배우 정우성의 초심은 무엇이었나.
“‘좋은 선배가 되어야지’ ‘나이를 잘 먹어야지’라는 목표가 있었다.”

-영화는 선택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배우로서 인간으로서 자신이 해온 선택에 만족하나.
“저 개인으로는 어리석고 잘못된 선택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 어떤 의미부여를 하느냐가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람이 성숙해지니까. 길을 걸으면 지나가는 사람한테도 깨우침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나. 나쁜 일도 무엇인가를 배웠다는 의미 부여를 하면 된다.”
-내가 제일 잘했다 싶은 선택이 있나.
“아직은 모르겠다. 내 인생을 평가할 시점은 아닌거 같다. 이제 절반쯤 왔다. 지금은 ‘더 킹’을 만난 게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감시자들’ 이후 악한 느낌의 캐릭터를 선택하고 있다.
“의도하진 않았다. 그런데 연기의 폭을 넓히고자 하는 생각이 동반돼서 그런 것 같다. 이미 만들어진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보다는 내가 들어가서 만들어지는 캐릭터가 좋다.”
-시국에 대해 거침 없는 발언을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고 있다. 저의 뒤에서 응원하고 지켜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 이것이 배우 정우성의 힘이자 권력이다. 상식을 이야기하는 건데 이게 문제가 될 수 있을까. 나이가 들면서 바람직하지 않은 타협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것에 옳은 소리를 냈을 때, 함께 하지 않을 때 누군가는 ‘세상의 쓴 맛을 봐야해’라고 말한다. 누군가는 정당한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믿는다.”
-정치에 관심이 있나. 출마하는 것 아닌가.
“출마는 저보다 더 순수한 사람이 해야 한다. 저는 동료들과의 술자리도 좋아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웃음).”
-술자리를 즐기는 편인가.
“촬영장에서 촬영 끝나고 같이 시간을 가지면서 영화의 세계관에 대한 긴장과 교감을 유지하는 자리라 중요하다. 나이를 먹으니 술자리에 대한 체력적 부담감은 생긴다.”
-결말은 어떻게 생각하나.
“시나리오상에서는 조금 더 계몽 가요 같은 느낌이었다. 그걸 최대한 배제해서 해보자고 해서 지금의 결말이 된거다. 영화를 통해 판타지를 맛보며 저런 세상이 될거야 하는 건 막연한 희망고문이다. 현실을 직시할 메시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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