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벌써 두산의 응원을 맡은 지도 3년이 됐네요. 두산은 제가 꼭 맡아보고 싶던 팀이었습니다. 야구팬인 아버지를 따라서 어렸을 때부터 OB베어스를 좋아했거든요. 어린이 회원으로 캠프를 참가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은 포기 상태였습니다. 두산의 응원단장 자리가 공석이 잘 나지도 않을 뿐더러, 당시에 제가 35살이었거든요. 사실 저 정도 나이의 응원단장들은 보통 은퇴를 고려하는 시기죠. 제가 잘생긴 것도 아니고 젊은 것도 아닌데, 목소리 크다는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아요. 하하.
1등팀의 응원단장이 된 기분이 어떻냐고요? 두산이 야구에서 1등을 하고 있는 만큼 저는 응원에서 1등을 하고 싶습니다. 팬들의 성원이 선수들의 원동력이니까요. 팬들이 응원을 더 재밌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역할이죠.
그래서 제가 매 경기 꼭 하는 일이 있습니다. 한 분 한 분과 더 친해지려고 매 경기마다 3회가 끝나면 전 구장을 돌아다녀요. 제가 혼자 앞에 나와서 아무리 서있어도 저를 모르시는 분은 신경을 안 쓰거든요. 제가 직접 돌아다니면서 한 번이라도 얼굴을 비추고 대화를 하면 확실히 호응도가 달라져요. 혼자 신나는 게 아닌 같이 즐길 수 있으려면 제가 먼저 다가가야 해요.
가장 애착이 가는 응원가는 ‘승리를 위하여’ 입니다. 작년에 만들었는데 벌써 2년째 많이 사랑받고 있어요. 이전까지는 경기장에서 전체적으로 함께 부를 수 있는 두산의 응원가가 없었거든요. 만들기도 정말 힘들었어요. 두산은 특히 여성팬분들이 많거든요. 남녀가 모두 쉽게 부를 수 있는 음역대를 잡기가 어려웠어요. 9개월 동안 고생을 했는데, 이제는 뿌듯합니다.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했을 때는 응원단장으로서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2만명의 팬분들이 한 목소리로 제 이름을 모두 외쳐주셨거든요. 정말 행복했어요. 언젠가는 내야부터 외야까지 모두가 일어나 함께 할수있는 응원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카드섹션도 한 번은 꼭 해보고 싶습니다. 곰 모양을 만든다면 정말 멋있지 않을까요?
정리=이지은 기자 number3togo@sportsworldi.com
사진=두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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