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일주는 얼마 전 종영한 JTBC 드라마 '청춘시대'에서 세상 그 어디에도 없는 나쁜남자 고두영 역을 소화했다. 단순히 나쁜남자라고 소개하는 것도 부족할 만큼, 악랄한 짓만 골라하는 '리얼' 나쁜남자 고두영을 완성했다. 방송 내내 욕도 많이 먹었다. 시청자들은 방송 직후 입에 차마 담을 수 없는 욕설을 섞어가며 지일주의 고두영을 비난했고, 방송 횟수가 점점 거듭할수록 덩달아 지일주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지일주는 그동안 여러 작품을 통해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될성부른 연기자다. TV소설 '삼생이'를 통해 아침드라마의 아이돌로 주목받은 것은 물론, '힐러'에선 지창욱의 아버지 역할로 등장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최근엔 드라마 '여자를 울려', '동네의 영웅', '대박'에서 활약했고, 연극 무대에서도 꾸준히 연기 경력을 쌓고 있다.
그동안 착하고 선한 캐릭터로 시청자들을 계속해서 만나왔던 지일주. 어떻게 그가 나쁜남자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었는지 '청춘시대'의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청춘시대' 고두영의 첫 느낌은 어땠나.
"사실 '나쁜남자' 캐릭터인건 드라마를 시작하기 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청춘시대'는 12부작까지 대본이 다 나와 있는 상태로 진행됐었거든요. 고두영을 처음 접했을 땐 '진짜 나쁜놈이다'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저는 고두영을 이해해야 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에, 고두영의 행동이나 대사를 보며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초점을 맞추고 몰입했던 것 같아요."
- 지금껏 보여준 악역 퍼레이드가 상당한데. 되돌아보면 어떤가.
"고두영의 악행 중 가장 나쁜 행동이 어떤 것이었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제가 생각했을 땐 전부 다 나빴어요. 향수 샘플을 선물한 것부터, 차에서 끌어내리거나, 납치한 것 모두 빼놓을 수가 없죠. 그리고 고두영의 시선에서 보자면, 정예은(한승연)을 진심으로 좋아한 것 같진 않아요.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요. 그래서인지 보면 볼수록 참 나쁘고, 나쁜놈인 것 같습니다. 하하."
- 평소 성격과는 정반대인걸로 알고 있는데. 캐릭터에 몰입은 잘 됐나.
"사실 굉장히 힘들었어요. 성격이 정반대거든요. 그래서 고두영에 몰입할 때 많은 생각을 하고 접근하진 않았어요. 고두영은 1차원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숨김없이 표현하는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많은 생각을 거치지 않고 감정에 충실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아요. 가끔 캐릭터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더러 듣는데, 실제로 전 고두영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웃음). 단지 '청춘시대'가 끝나고 촬영현장, 스태프들, 동료들과의 헤어짐이 아쉬웠을 뿐이죠."
- 각기 다른 청춘을 그렸다. 어떤 부분이 공감이 잘 됐나.
"윤진명(한예리)이요. 저는 윤진명의 부분이 나올 때마다 저의 지난 모습이 떠오르기도 해서 울컥했어요. 물론 윤진명이 처한 상황만큼 열악한 환경은 아니었지만, 저 나름대로 치열한 청춘을 보냈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르바이트도 많이 했고요. 활동은 하고 있었지만 재작년, 작년까지도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이 있고요. 그리고 학창시절엔 배우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수업 외 청강까지 신청해서 들었어요. 밥 먹을 시간이 없어 이동하면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우기도 했었죠. 그런 경험들이 윤진명을 보면서 새록새록 생각도 나고, 공감도 많이 됐어요."
- '청춘시대'를 통해 얻은 점도 많고, 또 큰 사랑을 받은 만큼 감회도 남다르겠다.
"일단 '청춘시대'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감사하단 생각이 들고요. 작가님과 감독님도 원래부터 너무 좋아했던 분들이라 함께 작품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저에겐 큰 배움이 된 것 같아요. 그분들의 여유와 그럼에도 놓치지 않는 디테일들을 보고 많이 배웠고요. 제가 참여한 작품이란 점을 떠나서 '청춘시대'의 시청자로서도 너무나 큰 팬이기 때문에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 올해로 배우 9년 차다. 연기 경력도 상당한데, 어떤 배우로 남고 싶나.
"전 '믿음이 가는 배우'로 기억되고 싶어요. 많은 배우들의 꿈이겠지만, 저 역사도 믿고 보는 배우가 되고 싶고요. '저 사람과는 믿고 작업해도 되겠다', '작품이 아쉬워도 이 사람 연기는 볼만 했다' 등 반응을 이끌어내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 끝으로 고두영과 달리 지일주는 어떤 남자인가. 정말 착한가?
"저는 고두영과는 거리가 굉~장히 먼 다정다감한 남자입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요, 늘 배려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저한테 있어선 '소통'이란 것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요. 평소에도 대화를 나누는 걸 좋아하는 편이에요. 고두영과 가장 다른 점은 소통할 줄 안다는 것 그리고 착하다는 거겠죠? 정말 착한 남자입니다.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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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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