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전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김소희(22·한국가스공사)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가게 한편에 작은 소망을 담아 ‘국가대표가 돼 부모님 해외여행 꼭 시켜드리겠다’고 적었다. 키 165㎝의 소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늘어나는 아픔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 그리고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그 약속을 지켰다. 김소희는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치른 티야나 보그다노비치(세르비아)와의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서 7-6으로 승리하며 정상에 올랐다. 리우를 직접 찾은 부모님은 장한 딸 덕분에 처음으로 해외 여행을 나섰고, 그 현장에서 세계 정상에 오른 딸의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스포츠월드는 이들의 감동 스토리를 김소희와 엄마의 일기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엄마의 일기> 코피를 자주 쏟을 만큼 허약했던 소희가 태권도를 하겠다고 도복을 입고 나서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올림픽에 출전한다고 한다. ‘여자가 무슨 태권도냐’라고 말렸는데, 그 힘든 과정을 묵묵히 견디며 여기까지 와준 우리 소희가 너무 장하다. 몇 해전 운영하는 식당에 불에 타 빚더미에 않았을 때가 떠오른다. 힘든 엄마 아빠 생각에 운동을 그만둔다고 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했는데,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이 안쓰러워 눈물이 났다. 덕분에 나와 소희 아빠는 포기하지 않고 더 열심히 살았다. 김밥가게를 열었을 때, 고등학교 1학년이었던 소희가 찾아왔다. 가게 한편에 국가대표가 돼 해외여행을 시켜준다고 적었다.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 소희 몰래 또 눈물을 흘렸다. 뼈가 부러지고, 발가락 인대가 늘어났다는데, 그걸 버티고 발차기를 한다.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소희는 금메달을 땄다고 좋아한다. 세월이 흘러 어느새 나는 소희 아빠와 함께 브라질 리우에 와있다. 우리 딸이 더 큰 무대에 오른다고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벅차다. 가슴이 떨려서 경기를 제대로 못 봤는데, 시상대 맨 위에 우리 장한 딸이 서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엄마다.
<소희의 일기> 브라질에 왔을 텐데 엄마 아빠의 연락이 없다. 먼저 연락을 해보니 부담될까봐 경기에 집중하라고 연락을 안 했다고 한다. 경기장에 와서도 한 번을 안 찾는다. 가슴 졸이고 앉아계실 엄마 아빠 생각에 이 무대가 더 간절해 진다. 참 힘들게 여기까지 왔다. 엄마 아빠는 운동 힘들다고 매일 징징대는 딸을 위로해주랴, 뒷바라지해주랴, 참 바쁘게 산다. 국가대표가 돼서 해외여행시켜드린다고 했는데, 참 오래걸렸다. 그것도 위험한 브라질 리우라니. 내가 효도할 수 있는 일은 태권도밖에 없다. 아파도, 힘들어도 꼭 이겨야겠다. 엄마 아빠가 지켜보고 있으니까. 경기가 끝났다. 내가 금메달이라니. 엄마 아빠가 안 보인다. 분명 울고 있겠지. 조금만 기다려줘. 이 금메달 엄마 아빠 목에 걸어줄게.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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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가 18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의 카리오카 아레나3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태권도 여자 49㎏급 결승에 승리하자, 정광채 코치가 달려와 김소희를 들어올리고 있다. / 리우 = 김용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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