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9일 방송된 O tvN ‘어쩌다 어른’에서는 ‘어른들의 인문학, 조선 미술을 만나다’라는 주제의 특강이 진행됐다. 이날 강의를 통해 최진기 강사는 조선시대 미술과 관련된 비화와 월등함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방송 이후 미술 전문가들이 최진기의 강의와 관련, 그가 예로 활용한 그림과 용어의 오용 등을 지적하면서 불거졌다. 한 한국 미술사 연구자는 한국미술정보개발원 홈페이지를 통해 방송에서 오원 장승업의 작품이라고 소개된 ‘군마도’와 ‘파초’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라고 밝혔다. 해당 글에는 최 강사가 ‘이중섭의 소를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난 필력을 드러내는 장승업의 말 그림이야말로 진짜 조선화’라고 소개하며 ‘군마도’라고 공개한 그림은 장승업의 그림이 아닌 이양원 전 동덕여대 회화과 교수의 그림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파초’로 소개된 그림에 대해서도 “‘취화선’에서 소품으로 쓰인 정체불명의 그림을 장승업의 그림이라고 보여 주면서 ‘부분만 자른 파격적인 구도의 천재적인 그림’이라고 설명했다”고 지적했다.
이후 논란이 커지자 ‘어쩌다 어른’ 측은 “장승업이 ‘군마도’와 ‘파초’는 개인 소장품으로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다. 검수 과정에서 온라인으로 정보를 찾다 보니 간과한 부분”이라고 실수를 인정했다. 이어 “강사 및 제작진 모두 사전 검증 과정에서 보다 정확하게 확인하지 못하여 잘못된 정보를 노출, 시청자 여러분께 혼란을 드린 것에 대해 사과드린다. ‘파초’의 경우 현재 개인 소장 중인 작품과 대조 확인이 어려워 논란이 될 수 있는 점을 감안, 본방송 이후 편집을 통해 삭제된 부분이며, ‘군마도’ 역시 잘못된 정보를 수정하여 바로잡을 계획”이라고 사과를 전했다.
그러나 대중들은 여전히 이번 논란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무리 최 강사가 전문가의 자문을 받았다고 해도, 지식의 전달이 이뤄지는 강연을 제대로 된 검증 없이 ‘온라인 검수’를 거쳐 방송으로 내보낸 제작진의 안일한 태도를 납득할 수 없다는 것. 이는 실수나 오류가 아닌 ‘잘못’이며, ‘어쩌다 어른’ 측이 표방하는 ‘프리미엄 특강’이 아닌 ‘인터넷검색 짜깁기’에 가깝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 강사의 강의 내용 자체에 대한 반발도 뜨겁다. 전문가들은 애초에 미술 전공자가 아닌 최 강사가 미술 작품에 대해 논하는 것을 ‘전문 지식’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 맞는 내용이라는 식으로 강의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강의 내용의 오류들을 지적하며 ‘잘못임이 명백해 공식적으로 수정이 가능한 그림 관련 실수는 차라리 나은 편’이라는 의견까지 보이고 있다.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린 성인들의 지적 공백을 채워주기 위해 나선 이들 역시 어쩌다 어른이 되어버렸던 걸까. 매회 특강을 선보이는 포맷의 특성상, 한참 미숙했던 이번 강의로 인해 신뢰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그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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