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응팔’의 신원호)감독님께서는 제가 나온 드라마를 우연히 보시고 ‘저 일반인이 누구냐’고 물어봤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러다 영화 ‘국제시장’ 보시다가 ‘또 나왔네’ 하시면서 절 좋게 봐주신 거죠. 전 처음에 회사에서 노력해서 캐스팅 됐나 했는데 아니었던 거죠. (‘응팔’의 이우정)작가 언니도 마찬가지로 절 좋게 봐주셨어요.”
이미 제작진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김선영은 그렇게 ‘응팔’의 주역이 됐다. 극중 다섯살 진주(김설)와 고교생 아들 선우의 엄마로 나오는데 실제 다섯살배기 딸이 있다고. 더구나 김선영은 그동안 여러 작품에서 어머니 역할을 자주 맡았다. 여전히 젊고 미모도 갖춘 여배우로서는 속상할 법도 한데 그런 걸 전혀 의식하지 않았다. 선우 엄마와 자신을 비교하면 어떠냐는 질문에도 흥미로운 대답을 내놨다.
“처음에 캐릭터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시고 제 모습에서 소스를 많이 갖고 반영하시더라고요. 저를 관찰하시고요. 그래서 초반에만 해도 헷갈렸어요. 이 인물을 어떻게 해야 하나 하고 말이죠. 왜 헷갈린가 했더니 저랑 닮아서였어요. 이거 연기하는 게 맞나 싶었죠. 선우 엄마에 제 모습이 거의 다 들어가 있어요. 아주 잘 웃고 잘 울거든요. (웃음)”

김선영은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고 연극 동아리에서 시작해 처음 연출가를 꿈꿨다. 그러다 연기를 시작했고 차츰 연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물론, 연극판은 예나 지금이나 배고프다. 부모님 집에 얹혀살기도 했다. 그래도 연기에 대한 주관 하나는 뚜렷했다.
“전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그 연기는 별로라고 생각해요. 옛날에는 그런 연기는 볼 가치가 없다고 생각했죠. 그램 수로 따질 순 없지만 전 진짜 내 마음 속에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다고 봐요. 연기자에게는 연민이 있어야 하는 거죠. 그게 눈으로 보인다고 생각해요. 그건 관객이 더 잘알아요. 지금 드라마와 영화는 아직 그 메카니즘을 몰라요. 그 비밀을 찾고 있거든요. 하지만 무대에서는 정말 그렇거든요. 여기에 내 욕심이랑 늘 싸워야 하니까요. 내가 더 잘 보여지고 이런 욕심 말이에요.”

수많은 배우를 만났지만 진심을 이야기한 배우는 김선영이 거의 처음이었다. 이미 보석이었던 김선영을 ‘응팔’ 제작진은 용케 찾아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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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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