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즈너스’, ’에너미’를 연출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신작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가 지난 3일 개봉해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사상 최악의 마약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미국 국경 무법지대에 모인 세 명의 요원들이 서로 다른 목표를 갖고 대립하게 되는 범죄 스릴러.
에밀리 블런트가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 케이트 역을 맡았고, 베니치오 델 토로가 마약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된 스페셜 컨설턴트 알레한드로, 조슈 브롤린이 CIA 소속 마약 조직 소탕 작전의 총 책임자 맷 그레이버로 분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확실한 단서 하나 없이 진행된다. 그저 의문과 의심이 반복될 뿐, 영화 속 주된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막, 먼지, 암흑의 느낌을 시나리오 전반에 짙게 깔았다. 그래서 조금은 불친절한 영화, 관객들에게 배려가 적은 영화로 보여질 수 있지만,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의 진짜 재미는 여기서부터 시작한다.
분명 적은 정해져 있다. ‘답정너’란 말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듯, 그들의 목표는 단 한 명.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것들 모두 분명치 않다. 오히려 멕시코 마약 조직의 우두머리를 제거하는 것보다, 그 과정을 파헤치는 게 더 힘겨워 보일 정도다.
그 중심에는 케이트(에밀리 블런트), 알레한드로(베니치오 델 토로), 맷(조슈 브롤린)이 있었다. 세 사람은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좀처럼 이어지지 않는 저마다 다른 감정선을 보여줬다. 분명 한 팀이고 같은 편인데, 그들 사이에 퍼져있는 원인 모를 긴장감은 영화 전반적으로 극한의 스릴을 부여했다.
그 중 케이트와 알레한드로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종의 심리전은 영화의 또다른 관전포인트. 이름과 출신지역 빼고는 아무 것도 알려진 게 없는 알레한드로, 그리고 그를 향해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는 케이트의 의구심은 영화 후반부까지 달려가는 동안 숨을 멎게 만들 정도로 극강의 스릴을 선사한다. 마치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듯, 그들의 심리전은 여느 치열한 전투신 못지 않다.
무엇보다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는 겉으론 마약 소탕 작전을 다루고 있지만, 그 속을 들여다 보면 ‘악’을 처단하기 위해 저절로 ‘악’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보다 더한 현실을 실랄하게 담았다. 그것도 미국 FBI, CIA, 멕시코 마약 조직이란 매개체를 통해 마치 실존하는 이야기처럼 현실감마저 높였다. 어쩌면 실제 일어났던 실화일지도 모르는 상황. 덕분에 그저 웃고 즐기는 오락영화가 아닌, 영화를 본 다음 더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진중한 영화로 느껴졌다.
2015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으로도 주목받은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 영화다운 영화 한 편을 보고 싶다면, ‘시카리오: 암살자들의 도시’가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12월 3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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