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 수상작 ‘택시’가 오는 11월 5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택시’는 자파르 파나히 감독이 택시 운전 기사로 변신해 테헤란 도시를 돌며 다양한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담은 로드멘터리. 3대의 소형 모바일 카메라, 15일간의 짧은 촬영, 전문 스탭과 배우 없이 완성된 영화로 전세계적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20년간의 영화 연출과 해외 출국 금지, 언론과의 인터뷰 금지라는 중형을 받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제작에 대한 열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우연히 탄 택시 안에서 ‘만약 감독이 아니라 택시 운전기사가 되어 승객들의 이야기를 담는다면 자유롭게 다큐멘터리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테헤란 시내를 돌며 승객들의 이야기를 자유롭게 촬영하는 것으로 영화를 제작하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택시를 탄 승객 중 몇몇은 그가 영화감독인지 알아 보고 마음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카메라를 꺼주길 원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혹여나 영화가 제작된 후에 출연한 승객들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이후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새롭게 시나리오를 구성했고, 전문 배우들이 아닌 지인들과 지인의 지인을 섭외했다. 또 택시 안에 한 손으로도 들 수 있고 계기판 옆 티슈통에 감출 수 있는 초소형 크기의 블랙매직 카메라 세 대를 설치했다. 그렇게 자파르 파나히 감독의 프로젝트가 시작됐고, ‘택시’란 작품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영화는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배경으로 한다. 스펙터클한 영상미를 자랑하지 않지만, 영화 ‘택시’는 창문 밖으로 보이는 테헤란 사람들의 일상에 집중한다. 택시에 탑승하는 승객들도 굉장히 서민적이다. 불법 DVD를 파는 키 작은 청년부터 배급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어린 조카, 알리의 샘에 정시에 물고기를 놓아줘야 한다는 고집스런 할머니들, 그의 계획을 응원하는 인권 변호사까지 소소함 그 자체다.
겉으로 봤을 땐 크게 대단해 보이지 않지만, 영화의 진면목은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승객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느낄 수 있다. 소소하게 오고가는 대화에서 위트와 재미를 끊임없이 선사하는 것. 그러면서 ‘택시’는 이란의 차가운 현실에 대해서도 다루고,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어떤 생각으로 하루를 살아가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또 감독 스스로는 각종 억압과 제약에도 영화를 향한 뜨거운 열정을 몸소 보여줄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물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처럼 화려한 특수효과나 거대한 스케일은 없다. 하지만 영화 ‘택시’는 가짜가 아닌, 진짜 사람, 진짜 삶이 등장한다는 게 가장 큰 재미와 강점이 아닐까. 11월 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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