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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스타] '스틸 플라워' 정하담, 부산의 꽃이 되다

입력 : 2015-10-08 14:05:05 수정 : 2015-10-08 14: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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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부산=윤기백 기자] 이쯤되면 괴물 신예라 불러도 될 것 같다. 첫 데뷔작이자 주연작으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초청되더니, 두번째 주연작으로 다시 한 번 부산을 찾게 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신예 정하담이다.

정하담은 지난해 영화 ‘들꽃’으로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부문에 초청됐다. 그것도 첫 장편작이자, 주연작으로 말이다. 이후 정하담은 ‘들꽃’을 연출했던 박석영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고, ‘스틸 플라워’란 작품으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연이어 초청되는 겹경사를 맞았다. 그것도 단독 주연작으로.

배우 정하담의 얼굴을 보면 굉장히 오묘하다. 무표정한 마스크에서 느껴지는 다양한 감정선이 끊임없이 순환된다. 마치 희로애락을 얼굴 곳곳에 숨겨둔 것처럼, 그녀의 작은 숨결 하나도 감정이 된다. 그런 디테일한 감정연기가 배우 정하담의 강점이다. 이는 ‘들꽃’에 이어 ‘스틸 플라워’에서도 마찬가지다. 정하담은 올해 초청작인 ‘스틸 플라워’에서 집없이 떠도는 한 소녀를 열연했다. 그 소녀는 집도 없고, 휴대폰도 없고, 심지어 어른들에게 이용만 당하지만 하소연도 못한다. 그런 복잡한 감정선을 지닌 소녀를 입체감 있게 표현했다.

그럼에도 정하담은 겸손했다. 연기에 대한 칭찬을 건넬 때마다 방긋 웃으며, 손을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저 부산국제영화제에 와 있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며 재차 미소짓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차세대 한국영화계를 이끌 영화인으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처음 부산에 왔을 땐 마냥 좋았어요. 영화제란 곳도 처음이었고, 제 영화가 관객들에게 보여진다는 것도 굉장히 신기했죠. 심지어 부산국제영화제가 이렇게 큰 영화제라고 실감하지 못했을 정도였어요(웃음). 그런데 영화제가 끝난 뒤, 부산국제영화제가 얼마나 크고 의미가 남다른 영화제인지 알게 됐죠. 그래서 ‘올해 또 올 수 있을까’ 고대했는데, ‘스틸 플라워’로 2년 연속 오게 돼 정말 기뻤어요. 그것도 단독 주연작으로 오게 됐는데요, 지난해와는 다르게 얼마나 감사하던지, 그 기쁨은 말로 표현 못해요.”

지난해 정하담은 영화계에 갓 입문한 상태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다. 그래서 뭐든지 새롭고, 신기해 보였을 터. 하지만 올해는 어엿한 영화인으로, 그것도 단독 주연으로 영화제를 찾았다. 그래서 더욱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았다.

“지금도 영화를 막 시작하는 입장이지만, 좀처럼 부담되거나 긴장되진 않아요. 오히려 고향에 온 것처럼 굉장히 마음이 편하고, 모든 게 소중하게 느껴지죠. 특히 해운대 그랜드호텔 앞에 ‘스틸 플라워’ 대형 포스터가 걸려 있는데, 제 얼굴이 엄청 크게 나왔거든요(웃음). 볼 때마다 뿌듯하고요,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아요. 부산국제영화제서 보낸 시간이 너무 빨리 지나가고 있고요, 20대에 두 번이나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것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아요.”

이번에 초청된 작품인 ‘스틸 플라워‘에 대한 소개를 부탁했다. 지난해 초청된 ‘들꽃’에 연장선 같은 작품이냐고 묻자, 정하담은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작품에 대한 이야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스틸 플라워’의 소녀는 영화 속에서 구체적으로 설명된 캐릭터는 아니에요. 이 소녀는 집이 없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남의 힘을 빌리거나 몸을 팔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고 싶어 하는 인물이에요. 물론 세상은 그 소녀에게 관대하지 않아요. 그래서 계속 좌절하고 또 좌절하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그 소녀는 결코 약한 인물이 아니거든요. 긍지가 있고, 뼈대가 있는 인물이에요. 그런 그 소녀의 감정선을 따라가보시면, 분명 작품에서 뭔가를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어떻게 보면 ‘들꽃’의 하담이가 커서 ‘스틸 플라워’의 소녀가 됐다고도 볼 수도 있는데요, 사실상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니 그 판단은 관객분들께 맡길게요.”

올해 만난 정하담은 외모가 한층 물이 올랐다. 긴 생머리에 뽀얀 피부가 연신 눈길을 끈다. 하지만 영화 속에선 가혹하다고 할 정도로 험한 역할을 도맡았다. 한창 예쁘고 싶을 나이인데, 유독 영화 속에선 몸고생을 자처한다.

“물론 예쁜 역할도 하고 싶죠(웃음). 하지만 ‘스틸 플라워’란 작품을 보고 제 마음이 끌렸어요. 정말 하고 싶었던 작품이고, 고민도 정말 많이 했거든요. ‘들꽃’부터 ‘스틸 플라워’까지 굉장히 힘들어 보이지만, 실제 촬영은 감독님께서 배려를 많이 해주셔서 편했고요. 오히려 감독님께서 정말 아름답게 찍어주셔서, 좋은 작품이 나온 것 같아 만족스러워요.”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까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영화제에서 가장 해보고 싶은 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그저 부산에 있는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요(웃음). 평소에 볼 수 없었던 영화인들을 계속 만나 신나고요. 특히 인터뷰도 하고, 관객과의 대화(GV)도 하고, 특별한 일들이 많이 펼쳐지고 있잖아요. 이 모든 순간이 제겐 너무 특별하게 다가와요. 참! 저는 술을 잘 못마시는데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먹은 술은 잘 취하지도 않고, 숙취도 없어요. 좋은 기운을 많이 받아서 그런가봐요(웃음).”

배우 정하담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어쩌면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또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혹시 다음 부산국제영화제에 온다면 어떤 작품, 어떤 연기로 오고 싶을까.

“음, 일단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서면서 감독님이 제게 하신 말씀이 있어요. ‘하담아, 우리 부산 또 왔다’. 이 말이 정말 가슴 속에 콕콕 박혔거든요. 사실 부산국제영화제를 제가 오고 싶다고 해서 올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그만큼 더욱 연기도 발전해야 하고요.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다시 초청받고 싶지만, 그 전에 영화에 더 집중해야 할 것 같고요. ‘들꽃’과 ‘스틸 플라워’처럼 푹 빠져들 수 있는 작품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역할이 힘들고 거칠어도 제가 노력해서 이뤄낼 수 있는 캐릭터라면, 뭐든지 도전하고 싶어요.”

giback@sportsworldi.com

사진=BIFF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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