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F 액션 스릴러 ‘셀프/리스’가 지난 1일 서울 CGV 왕십리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셀프/리스’는 돈만 있으면 원하는 몸에 기억을 이식해 영원한 삶을 살 수 있는 미래, 수술을 통해 새로운 몸을 갖게 된 뉴욕 최고의 재벌 데미안을 둘러싼 음모와 숨막히는 추적을 그린 영화. 벤 킹슬리, 라이언 레이놀즈가 각각 늙은 데미안, 젊은 데미안을 맡아 2인 1역을 소화했다.
영화 ‘셀프/리스’는 티저 포스터 공개부터 심상치 않았다. ‘당신이 훔치고 싶은 인생은 누구입니까’란 질문을 던지며, 손연재, 김연아, 전지현, 유재석, G-지드래곤 등 이름을 나열해 예비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베일 벗은 ‘셀프/리스’는 더욱 흥미로웠다. 타인의 몸을 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실제로 그 몸 속에 들어간 뒤 일어나는 일들이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들어냈다.
혹자들은 ‘셀프/리스’를 ‘호스트’와 비슷하다며 비교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호스트’는 한 몸에 두 개의 자아를 갖고 있는 한 인물을 통해 외계 문명과 인간과의 싸움을 그린 SF영화고, ‘셀프/리스’는 돈 많은 부호들이 실제로 하고 있을 법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타인의 몸에 정신이 들어가는 것까지는 비슷하지만, 그 이후 이야기 전개와 설정은 달라도 많이 다르다.
현실적인 느낌은 ‘셀프/리스’가 더 강하다. 타인의 몸을 통해 삶을 유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열망을 잘 다뤘고, 수술 후 겪는 후유증 같은 부분도 디테일하게 그려졌다. 특히 몸이 바뀐 이후 겪게 되는 에피소드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로웠다. 또 그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관점도 함께 다뤄, 계속해서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정도. 탄탄한 시나리오에 군더더기 없는 발빠른 전개가 돋보였다.
2인 1역에 도전한 벤 킹슬리와 라이언 레이놀즈의 열연도 돋보였다. 먼저 늙은 레미안 역할을 맡은 벤 킹슬리는 실제 대부호들이 겪을 법한 상황들을 현실감있게 재현했고,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극의 중심을 잘 잡았다. 만약 벤 킹슬리가 굉장히 가볍고 사치스러운 인물로 그려졌다면, 영화가 볼품없게 그려졌을 터. 존재감만으로 빛나는 벤 킹슬리의 짧고 굵은 열연이 돋보였다.
라이언 레이놀즈의 연기는 그야말로 다채로웠다. 젊은 레미안이 된 이후로 겪는 혼란스러움을 입체감있게 소화했다. 또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며 변화하는 과정을 변화무쌍하게 연기했고, 예기치 않게 쫓기는 상황이 되면서 벌어지는 액션신과 카체이싱은 영화적 재미를 극대화시켰다. 그렇게 라이언 레이놀즈는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점점 강렬한 존재감을 발산, 이전의 레미안 역할이었던 벤 킹슬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명연기를 펼쳤다.
끝으로 ‘셀프/리스’는 관객들이 생각하는, 원하는 결말로 자연스럽게 전개할 법도 한데, 마지막 장면까지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든다. 그렇다고 그 결말이 당혹스럽거나 황당한 건 아니다. 어쩌면 그런 결말이 있기에, ‘셀프/리스’가 가장 현실적인 SF 액션 스릴러란 수식어가 잘 어울리지 않나 싶다. 9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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