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는 두 가지가 있었어요. 제가 해왔던 작품들이 뭔가 어른스러운 영화를 의식적으로 해왔다고 생각해요. 요즘 젊은 친구들이 어려우니까요. 젊은이들을 위한 영화 아니면, 젊은이들과 호흡할 수 있는 영화를 찍고 싶다가 첫 번째에요. 그 다음으로는 감독으로서는 도전 같은 건데요. 한시도 지루할 수 없게 몰입도 있는 장르 영화를 해보겠다는 거였죠. 그런 두 가지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작품이에요.”
25일 개봉하는 임상수 감독의 새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인턴 사원 지누(류승범)가 어느날 바로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가 돈가방을 접하고 이것을 가지고 철거가 중단된 곳에서 불법 점거한 채 견인차를 끌며 살아가는 멋진 여자 나미(고준희)와 함께 도망다니는 이야기다. 돈가방은 너무나 흔한 소재다. 하지만 이 영화는 돈가방을 얻게 되는 사건부터 시작해 지누와 두 여자, 그리고 한 사람의 흑인이 엮이고 그 속에서 대한민국의 기득권 세대에 분노의 복수를 감행하는 내용이다. 통쾌하기 그지 없다.

그런 자신감이 영화 속에서 제대로 구현된다. 도저히 임상수 감독답지 않은 발랄하면서도 통통 튀는 이야기는 엄청난 몰입도와 함께 폭풍 웃음도 선사한다. 특히 만나자마자 하룻밤을 함께 보내는 지누와 나미의 러브신은 기존 그 어떤 작품들에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함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만 하다. 여성 주도에 남성이 서비스를 하는 듯한 두 남녀 주인공의 반복되는 러브신이 바로 그렇다.
“남녀 주인공 두 명의 캐릭터에 집중했고 폭력도 있고 그렇지만 귀엽고 명량하게 그리고 싶었어요. 돈을 갖고 튀는 악당들일 수도 있지만, 끝끝내 악당들을 포함해서 귀엽고 명랑하게 그리고 싶었는어요. 제가 나이 들어서 젊은 세대들을 그렇게 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저도 그 섹스신도 귀엽고 명랑하게 찍고 싶었기 때문에 사실성 있기보다는 귀엽고 명랑한 섹스신을 추구했죠. 그러니까 노출 없이도 가능한 장면이요. (남자의)머리를 치고 (끝난 후에)엄지손가락 치켜세우는 게 고준희의 애드리브였던 건 아세요?(웃음)”
이 작품에서 류승범보다 훨씬 더 센 캐릭터를 연기한 고준희의 연기는 빛이 난다. 그저 청순한 여배우에 불과한 줄로만 알았던 고준희의 명백한 변신이자 발견이다. 류승범 역시 기존과 달리 누군가를 떠받치고 자신을 낮추는 모습을 보여줘 놀라움을 준다.
“여배우가 누가 됐든 (이 작품에)들어와서 아주 잘했다고 하지 못하면 영화 전체가 힘들어져요. 어느 영화나 마찬가지이긴 하죠. 영화 찍으면서 알게 됐지만 준희 씨는 뭐랄까 욕심을 표현하는 배우들이 많잖아요. 그런 스타일은 아닌데 자기 안에 헝그리 정신은 있었던 것 같아요. 승부수를 던진 것 같아요. 류승범 씨 같은 경우는 섬세한 가닥이 있어요. 영화가 사실은 남자 캐스팅이 난항이 좀 있었는데 그게 고준희 캐릭터가 좀 세지 않냐 했던 거죠. 그게 불만이어서 남자 배우들이 고개를 갸웃거렸어요. 류승범 씨에게 시나리오 주고 이야기한 게 여자주인공이 주도하는 것처럼 보이고 남자가 뒤에서 안보이는 척하고 싹 서포트하고 그런 멋진 역할이라고 했죠. 승범 씨야 내가 얼마나 나오냐, 주도하느냐 이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걸 아는 배우니까요. 승범 씨가 준희 씨 많이 도와줬죠. 같은 배우로서는 쉽지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임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은 젊은이들을 위한 작품이다. 감독의 메시지도 분명하고 강렬하다. 한 마디로 ‘쫄지 마’라는 것이다.
“젊은 친구들은 결국은 기성세대가 키운데로 쫓아오는 게 아닌가 생각돼요. 저만 해도 소위 말하는 80년대에 20대를 보냈는데 우리가 기성 세대가 돼서 애들을 너무 복종적으로 옥죄면서 키워놓은 건 아닌가 싶어요. 그렇게 해놓고서 ‘니네들이 기백이 없어’ 이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죠. 뒤집어 놓고 이야기를 하면, 젊은 친구들의 주체적 입장에서 보면, 기성 세대들 잘못이 있지만 그걸 뚫고 패기 있게 사는 것도 그 친구들 몫이라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가 위로가 됐으면 좋겠어요.”
재밌는 영화를 만들었지만 그보다 더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임상수 감독의 이번 영화는 쿨하다. 그래서 더 기대감을 가질 수밖에 없다.
tongil77@sportsworldi.com, 사진=김두홍 기자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