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무는 사절단을 따라 청나라에 갔을 때 당대의 학자들과 교류하였고, 귀국한 후에는 박지원, 박제가 등과 함께 북학파(北學派)의 일원이 되었다. 서얼이었기 때문에 벼슬길로 나아가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으나 정조 때 규장각에 발탁되어, 책들을 정리하고 오류를 잡아내고 새로 편찬하는 일을 했다.
'책, 읽거나 먹거나' 속 이야기는 이덕무가 남긴 수필에서 따온 것이다. 어느 날 이덕무는 좀 벌레가 책을 파먹은 것을 보고, 화가 나 찾아 죽이려고 한다. 그러나 파먹힌 글자들을 보니, 추국(秋菊), 목란(木蘭) 등 향기로운 풀을 뜻하는 글자들뿐이었다. 그래서 이덕무는 벌레를 죽이려는 것보다 대체 무슨 신기한 벌레인지 잡아 살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생겨 아이를 시켜 책장을 수색하게 했다. 마침내 문제의 그 벌레가 기어 나오는 것을 보았으나 순식간에 달아나 놓치고 말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책, 읽거나 먹거나'는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은 이덕무와 책벌레의 만남이 정말 일어났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해 본 동화이다. 사람 책벌레와 진짜 책벌레의 기묘한 우정을 소재로, 아이들로 하여금 책 읽기의 즐거움을 자연스럽게 알게 하고, 친구와 만나고 헤어지는 것의 의미를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깊은 울림이 있는 이야기이다. 김주현 지음. 문종훈 그림. 학고재. 88쪽. 1만2000원.
김원희 기자 kwh0731@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