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체험형 산업관광 테마…안전요원도 대거 동행
변추석 사장 "현장에 귀 기울여 수요자 눈높이 맞출 것"

경기관광고 남녀 학생 100명의 해맑은 웃음소리가 부산의 하늘로 울려퍼졌다.
경기관광고 2학년 학생들은 15일 오전 네 대의 관광버스에 분승해 경기도 여주를 출발했다. 고등학교 시절 최대의 추억으로 남을 부산·통영 2박3일 일정의 수학여행이 시작된 것이다. 수학여행 당사자인 이들은 세월호 참사를 TV를 통해 지켜보며 누구보다 눈물 흘리고 가슴 아파했을 것이다. 이번에 수학여행을 가야하느냐 말아야 하느냐 하는 고민도 했을 법도 하다. 그런데 이번 수학여행은 기존 수학여행과는 달리 진로체험형 산업관광 테마로 진행된다고 하니 호기심과 설레임이 더욱 배가됐을 터.
경기관광고 2학년 전체 인원은 142명. 이들은 창명여자고등학교가 경기관광고라는 특성화 고등학교가 된 후 첫 입학한 학생들이다. 이들 중 축구부 학생과 수학여행을 신청하지 않은 인원을 제외하고 2학년 거의 모두가 수학여행에 참가했다. 경기교육청은 경기관광고가 수학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 수학여행 규모를 100명으로 한정하는 지침을 각급 학교에 전달했다. 학년 규모가 작아서 다행이지 만일 이삼백명 규모였다면 수학여행을 취소하고 다시 일정을 짜야하는 번거로움을 겪을 뻔 했다.

머지않아 한국 관광업계의 당당한 일원이 될 경기관광고 학생들을 태운 버스는 거침없이 고속도로를 달려 부산에 도착했다. 대형 관광식당 녹우원에 마련된 점심 메뉴는 산나물 비빔밥과 갈비찜. 앉자마자 곧 바로 숟가락을 들 순 없었다.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의 환영사와 신용옥 경기관광고 교장 선생님의 인사말이 이어졌다. 유익하고 안전한 현장체험학습과 안전여행 전환의 계기로 삼자는 데서 두 사람의 목소리가 일치했다.
변추석 사장은 “안전여행에 대한 국민 의식을 강화하고 여행경험으로 구현하려면 정부 및 업계를 포함한 이해관계자들이 칸막이 영역을 제거하고 중장기적으로 함께 개선해 가야만 한다”며 “현장의 소리를 듣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수요자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계속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점심 후 오후 일정으로 부산 아쿠아리움 관람에 이어 롯데호텔부산과 롯데면세점을 답사했다. 호텔 측 직원들이 나와 호텔 구석구석을 안내하고 설명했다. 면세점에선 다양한 상품들과 함께 고객 상대 요령도 익혔다.
수학여행 둘째날에는 부산 벡스코에 들러 벡스코 역사와 현황을 소개받았으며 해운대 동백섬 누리마루 APEC하우스와 낙동강하구에코센터를 견학했다. 이날 오후에는 통영으로 이동, 충렬사에서 인문학적 해설이 가미된 가이드를 받았다. 마지막날엔 이순신장군의 얼이 서린 삼도수군통제영과 이순신공원을 들르는 것을 끝으로 산업과 인문학을 탐구하는 체험여행을 마쳤다.

경기관광고의 이번 수학여행이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중단된 고교 수학여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마중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번 수학여행은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산업과 인문학을 탐구하는 체험여행’으로 진행됐다. 교고 수학여행이 세월호 이후 체험학습 위주로 바뀌고 안전교육이 강화된 것을 감안한 일정이었다.
이번 수학여행에 교육부 지침에 따른 안전지도 교육을 받은 안전요원들이 대거 동행(13명)해 안전여행을 이끈 것도, 수학여행기간 중 ‘수학여행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가 열린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15일 오후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과 임직원, 여행사 대표, 부산시 교육청 주무관, 부산시 관광과 주무관 등이 참석해 학교가 원하는 학습형 여행의 내용과 안전을 담보하기 위한 대책 등을 논의했다. 간담회는 임상택 동아대 교수(국제관광학과)의 사회로 김응상 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 국민관광실장이 ‘한국 수학여행의 새로운 미래와 변화를 이끌기 위한 정부 3.0 기반 관광서비스 디자인 전개’를 발표했다. 김 실장은 “관광지 답사 위주에서 관광고 특성에 맞는 관광산업 현장 답사, 다양한 이벤트 등 맞춤형 수학여행으로 학습효과를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수학여행에선 체험학습 교사의 단체 관리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스마트한 소통’ 방법도 소개됐다. 학생, 교사, 안전관리 요원간 상호 소통 메신저, 안전 SOS 서비스, 위치확인 서비스가 제공되는 앱이 최초로 운영된 것. 또한 ‘SNS Care Service’ 개념으로 버스 기사님 안심메시지(예: ‘학부모님 안심하십시오. 과속 운전하지 않겠습니다’), 목적지 도착, 식단, 진행 이벤트 정보 등이 실시간으로 학교 SNS를 통해 학부모에게 전달됐다.
경기관광고 2학년 김 에스라 양은 “세월호 참사를 지켜보면서 가슴이 많이 아팠는데 이번에 체험수학여행을 오게 돼 너무 기뻤다”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만한 내용을 얻은 호텔 소개가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며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어서 방학 때면 필리핀에 가서 영어를 공부했다. 앞으로 더욱 공부해 관광통역사가 되는 게 꿈”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부산=글·사진 강민영 선임기자 mykang@sportsworldi.com
15일 험체수학여행 첫 일정지인 부산에 도착한 경기관광고 학생들이 버스에 오른 변추석 사장과 함께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15일 오후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수학여행 활성화 간담회’ 전경.
변추석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간담회 후 논평을 하고 있다.
15일 오후 롯데호텔부산에서 열린 산업산업 설명회(롯데호텔부산, GKL부산)에 참석한 경기관광고 학생들.
변추석 사장과 경기관광고 학생들이 15일 오후 부산 벡스코 견학을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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