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일 자체 훈련을 지켜보던 류중일 감독은 허탈하게 웃으며 카리대(30·에스마일린 카리다드)의 한국시리즈 엔트리 제외를 확인해줬다.
사실 그간 류중일 감독에게는 우스갯소리로 ‘금기어’가 있었다. 바로 올 초 열린 WBC 대회와 교체용병 카리대였다. 시간이 흐르면서 류중일 감독은 웃으면서 WBC를 회상할 수 있게 됐지만 시즌 초만 해도 취재진은 WBC 얘기를 꺼내기 힘들었다. 이런 가운데 대만의 아픈 기억이 옅어질 즘 이번에는 카리대가 류 감독의 속을 긁어놨다.
카리대는 아네우리 로드리게스의 퇴출 후 영입한 파이어볼러인 줄 알았던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우완투수다. 삼성은 7월말 웨이버공시 마감날에 맞춰 로드리게스를 방출하고, 경산 볼파크에서 입단테스트를 통과한 카리대를 영입했다.
하지만 카리대는 달랑 세 번째 등판(첫 선발)인 지난 8월9일 대구 한화전에서 1과3분의1이닝(61구) 6실점으로 두들겨맞은 뒤 팔꿈치 통증을 호소했다. 그리곤 1군 엔트리에 말소된 뒤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다. 후반기 들어 류 감독에게 카리대를 물으면 “몇 경기 던지고 저렇게 됐는데 뭐가 아쉬워서 자꾸 물어보노”라며 손사래를 치곤 했다.
한국시리즈 엔트리 확정 하루 전인 22일 오후, 류중일 감독은 카리대를 묻자 “알면서 왜 물어보느냐”고 대답했다. 바로 실전무대에서 검증이 안된 투수를 한국시리즈에서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을 에둘러 확언한 것이다.
잠시 미묘한 표정을 짓던 류중일 감독은 “입단테스트 때 150㎞ 이상을 던진다고 해서 뽑았는데 크고 작은 부상으로 이젠 145㎞도 안나온다”며 “어쩌다가 147㎞ 쾅 하나 던지는데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감독은 “그 선수 없이 국내선수가 잘 메워와 우승까지 했는데, 카리대를 쓰면 고생한 선수는 뭐가 되느냐”고 덧붙였다.
다민 카리대는 짐을 꾸리지는 않을 참이다. 류 감독은 “아시아시리즈가 있으니 카리대는 놔둬야한다”며 “계약조건에 아시아시리즈까지 뛰어야한다는 조항이 있다. 그때나 기용해야지”라고 웃을 수 없는 농담을 던졌다. 대구=권기범 기자 polestar174@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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