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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야구장 더그아웃에 왠 '카톡'?

입력 : 2013-09-30 08:31:17 수정 : 2013-09-30 14:3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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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재팬 日 프로야구단 지바롯데 공식 후원
홈구장 더그아웃에 ‘무료통화’ 로고 삽입해 주목
경기 실시간 메신저·전화 중계… 카톡 연상효과

 

#더그아웃(dugout)

야구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대기하는 장소. 홈팀과 원정팀 선수, 감독·코치, 트레이너 등 관계자는 경기 참가자를 제외하고는 더그아웃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공격회 시 1루/3루 베이스 코치 불포함).

 지난 9월 18일 도쿄 인근 지바현에 위치한 지바롯데 마린스 홈구장. 이토 롯데 감독이 더그아웃 출입구 간이 펜스에 두 팔을 걸친 채 고개를 떨군다. 원정팀 오릭스와의 경기가 이틀째 잘 풀리지 않은 때문이다. 이토 감독의 이런 표정은 자연스럽게 방송 카메라에 잡혔고, 구장 내 모니터에도 간간이 나타났다. 이날 1회말 4번 타자 이마에가 만루홈런을 날리면서 기선을 잡을 때 이토 감독은 환호했다. 그러나 이후 6회초에 밀어내기와 연타로 일시에 5점을 빼앗기자, 못마땅한 듯 쓴 웃음만 짓는다. 이 역시 카메라에 포착됐고, 팬들은 구장의 반응을 실시간 메신저로 전파한다. 이토 감독의 기분을 여과없이 전송하는 장면에서 그가 마주한 펜스 상단에 짙은 갈색으로 연속 새겨진 문구에도 눈길이 간다. 일본어로 ‘최대 5명 동시 무료통화 카카오톡’이라고 적혀있다. 경기 플레이를 관전하는 게 일차원적 재미라면 팀 수장과 구성원들의 반응을 잡아내는 것 또한 야구 관전의 묘미라는 점에서, 이 문구는 야구 마니아들이 구장에서 벌어지는 시시콜콜한 일들을 주고받는 매개체가 되는 셈이다.

 지난 2011년 일본에 본격 진출한 카카오가 이른바 지역 기반의 소통 전략을 구사해 주목을 끈다. 전국적인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으나,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충성도를 제고한다는 취지다. 메신저나 무료 통화(카카오톡) 등 주요 서비스의 특성상 이용자와 접점을 좁히는 방법으로, 광범위한 대상을 택하는 대신 지역을 거점으로 한 밀착형 프로모션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 연장선에서 도출된 전략이 바로 더그아웃에 로고를 집어넣는 것이었다. 카카오의 일본 법인(카카오 재팬)은 내·외야 펜스와 홈 플레이트 뒤편 등 기존 후원 기업들이 택하는 공간을 잊고, 더그아웃이라는 파격적인 시도를 감행했다. 더그아웃은 야구장을 들르거나 TV로 시청하는 팬들이 은연중에 인지하지만, 그동안 별다른 마케팅 대상으로 활용되지 않았다. 발상의 전환이 이뤄진 것이다. 카카오 재팬은 더그아웃 출입구에 설치된 간이 펜스에 간략한 문구와 로고를 그렸고, 시즌이 진행되면서 점진적인 효력도 발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TV 방송이나 야구장 팬들의 시선은 경기 진척에 따라 자연스럽게 더그아웃과 감독, 선수로 이동하기 마련”이라며 “심리적인 방안도 고려했다”고 했다.

 서비스 본연을 먼저 알린다는 목표와도 맥을 같이한다. 경기 결과나 진행 상황을 지인들에게 알리려는 잠재 수요를 카카오톡으로 연계한다는 의도다. 정량적인 수치 합산을 넘어, NHN ‘라인’이 주도하는 이 시장에서 틈새 공략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앞서 2010년 김태균이 합류하는 것을 계기로 지바롯데와 후원 협약을 맺은 넥슨이 기업 브랜드 알리기에 치중하는 것과도 대조적이다. 카카오 재팬 관계자는 “노출되는 만큼 인지도가 상승하는 것 외에도, 야구 팬들이 소통할 수 있는 구심점이자 창구가 되면서 잠재적인 카카오톡 이용자로 유입될 수도 있다”며 “홈팀뿐만 아니라, 원정팀 팬들도 TV 화면으로 접하니 전국적으로 전파를 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한편, 카카오 재팬은 제한된 공간에 몇몇 단어로 집약해 표현한다는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했다. 특히 아직 일본 내에서 브랜드가 낯설고, ‘라인’이라는 막강한 경쟁자가 버티고 있는 까닭에 부담은 배가 됐다. 회사 측은 “한국에서도 카카오톡이 메신저 서비스를 기반으로 무료 통화와 게임 등 다양한 사업군으로 확장됐듯, 일본에서는 다수(5인)가 실시간 신속하게 접할 수 있는 ‘무료 통화’에 초점을 맞췄다”며 “파급력 있게 짧고 간결한 글자를 간격을 두고 배치한 시각적 효과도 노렸다”고 말했다.

지바(일본)=김수길 기자 sugiru@sportsworldi.com
사진제공=지바롯데 마린스(Chiba Lotte Marin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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