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과 삼성이 경기를 앞둔 7일 잠실구장에서는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27)의 79㎞ 커브가 화제였다. 전날 경기에서 느린 커브로 인해 자칫 감정싸움이 생길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황은 6일 7회초 삼성 공격에서 발생했다. 두산 투수 유희관이 2사 후 대타로 나선 삼성 진갑용(39)을 상대로 79㎞짜리 초슬로 커브를 던졌다.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은 공은 아니었지만, 이 공을 본 진갑용이 아주 불쾌한 표정을 짓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프로에서 나오기 힘든 79㎞ 스피드의 공을 던졌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타자를 농락하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도 진갑용이라는 대선배를 상대로 공을 던졌으니, 불쾌한 감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튿날 두 팀 감독은 모두 ‘타자를 기만하려는 슬로 커브가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우선 김진욱 두산 감독은 “유희관은 진갑용에게 처음 그 공을 던진 것이 아니다. 종종 70㎞대 슬로 커브로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다”며 “진갑용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심리전을 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타석에서 나이가 한참 어린 유희관의 기를 꺾어보려는 의도로 해석한 것이다.
류중일 삼성 감독도 “유희관이 그런 공을 진갑용에게 처음 던졌다면 문제가 된다. 하지만 한 경기에 2∼3개 정도 던진다고 하니, 선배를 희롱하려고 한 것은 아니다”라고 짐작했다. 다만 류중일 감독은 진갑용이 심리전 때문에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는 것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면 유희관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공을 던졌을까. 유희관은 “선배를 희롱한다거나 하는 공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경기 후 선배들께서 ‘맏형급 선배한테 그런 공을 던지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하시더라”며 진갑용에게 사과의 뜻을 전했다.
잠실=배진환 기자 jbae@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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