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축구(MLS) 벤쿠버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영표가 2일 서울과 부산의 K리그 최종전이 펼쳐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찾았다. 올 시즌 K리그 정상을 차지한 FC서울을 축하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이영표는 안양LG(FC서울 전신)와 월드컵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최용수 서울 감독을 찾아와 반갑게 인사했다.
이영표는 2000년 안양LG 유니폼을 입으며 K리그 무대를 밟았고, 입단 첫 해 최용수 서울 감독과 함께 정규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이후 이영표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맹활약을 펼쳤고, 이후 히딩크와 함께 PSV아인트호벤(네덜란드)에 입단해 축구인생의 절정기를 맞았다. 이영표는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을 거쳤고, 올 시즌은 미국으로 건너가 벤쿠버에서 한 시즌을 보냈다.
해맑은 웃음으로 라커룸을 찾은 이영표를 반갑게 맞이한 최 감독은 “이영표는 우승의 기질을 타고났다”며 “입단 첫 해 나와 함께 우승을 일궈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갑자기 “이영표는 2002년 월드컵 때 등번호 10번을 달고 출전했다”며 “내가 달았어야하는 등번호인데, 니가 왜 10번을 달았느냐”라고 물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축구에서 등번호 10번은 통상 최고의 공격수들이 차지하는 경우가 많다. 세계 최고의 공격수 리오넬 메시가 고국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등번호 10번을 달고 있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도 역시 10번을 등에 달고 그라운드를 누비고 있다. 최 감독 역시 선수시절 줄곧 10번을 달고 뛰었다.
최 감독의 얘기를 들은 이영표는 “당시 모든 선수들이 부담스러워서 미뤘고, 결국 나에게 왔다”며 “어쩔 수 없이 달았던 번호다”고 설명했다. 이어 “측면 수비수인 내가 10번을 달고 경기장에 나가니 상대 선수들이 깜짝 놀라 했던 경험이 있다”고 말해 다시 한번 현장을 폭소케 했다. 10년 만에 밝혀진 비화에 모두가 활짝 웃었다.
한편 이영표는 국내에서 휴식을 취하며 선수 생활을 이어갈지, 은퇴를 결정할지 결론을 내릴 전망이다.
서울월드컵=권영준 기자young0708@sportsworldi.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portsworldi.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