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심사위원 주목 부담… 앨범 완성도에 집중
보아(BoA)는 올해 나이 스물여섯 살에 불과하다. 그런데 벌써 데뷔 13년차 중견가수다. 음악 방송 대기실에 들어서면 웬만한 가수들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인사를 해야 하는 위치가 됐다.
2000년 만 열 세 살의 나이로 데뷔해 ‘추카추카추!’를 외치던 귀여운 소녀는 일본과 미국 음악까지 경험한 K-POP 한류의 기반을 닦은 한국 아이돌의 ‘원로’가 됐다. 최근 발표한 7집 앨범 ‘온니 원’(Only One)의 동명 타이틀곡은 보아가 직접 만들었다. 이제 보아는 자신의 음악색깔을 직접 결정한다. “일렉트로닉 음악이 몇 년 동안 강세였는데 개인적으로 그런 음악을 좋아하지만 이제는 보컬이 앞으로 나오는 노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며 “전반적으로 어깨의 힘을 좀 빼고 하는 음악을 하고 싶었습니다”라고 강조했다. 일본에서의 대성공 이후 보아는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에서 한동안 방황했다. 2006년 후지TV 음악 프로그램 ‘보쿠라노온가쿠2’에 출연한 보아는 절친 마츠우라 아야로부터 “보아는 아이돌인가, 아티스트인가?”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때 보아는 “어느 쪽이건 상관없다”고 대답했다. 그로부터 6년 후 같은 질문을 받은 보아는 “이제는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아이돌이라고 불러주면 기분 좋아요”라고 대답했다. 이어 “이제는 그것을 고민할 필요는 없어요. 단정할 수 있는 부분이 뚜렷하지 않아서 여러 가지 음악을 할 수 있습니다”라고 생각을 덧붙였다.
그러나 이제 보아는 아티스트로 확고한 전환을 고민해야할 시기다. 그 계기가 될 수 있는 것이 SBS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에 심사위원으로 나선 것이다. 최고의 프로듀서로 손꼽히는 양현석과 박진영 틈에서 보아는 기죽지 않는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런데 음악으로 대중에게 심사를 받아야 한다. 심사위원 보아의 첫 앨범은 그래서 의미가 더욱 크다. 이런 지적에 보아는 “부담은 됐지만 굳이 생각을 안 하려고 했어요. 음악이야 내가 해왔던 것이고 ‘케이팝스타’ 때문에 앨범을 내놓는 것은 아니니까 항상 해오던 대로 하자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대답했다. 보아는 앨범 전체의 완성도를 신경 썼다. “곡수를 채워 넣기 위한 중간 레벨의 노래를 앨범에 넣고 싶지는 않았어요. 퀼리티를 높여 중요한 노래만 모아서 넣었습니다”라고 자신했다.
인터뷰 내내 보아는 자신만만한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굉장히 예뻐졌다’는 칭찬에 “저는 원래 이렇게 생겼어요”라며 웃었다. ‘아이돌 중 춤 좀 춘다는 소녀시대 효연, 포미닛 현아 등과 비교해도 춤 실력이 월등하다’고 하니 “경력이 틀린데요”라고 일축했다. ‘보아가 SM엔터테인먼트를 살렸다’라는 세간의 이야기를 전달해주니 역시 “틀린 말은 아니죠”라고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대중성과 음악성 사이를 조절해야 한다. 이런 지적에 보아는 “트렌드에 따라서 애매해지는 것 같아요. 10대의 보아를 좋아해주시는 분이 있다면 보아의 20대 음악 좋아하시는 분도 있죠. 무조건 대중이 원하는 음악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무모해보이더라도 도전이 필요하고 익숙한 음악을 할 필요도 있어요. 앨범을 내면 너무 타이틀 곡에만 집중이 되는데 타이틀 곡 아닌 수록곡에서 중용, 밸런스를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라고 생각을 덧붙였다.
미국 진출 이후 겪은 슬럼프도 극복했다. “그때 아이덴티티가 흔들렸다고나 할까요. 그냥 저를 내려 놓았죠”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음악은 나라에 따라서 바뀌는 것이 아니에요. 음악성에 대한 아이덴티티는 흔들리지 않아요”라고 믿음을 강조했다.
보아는 스스로의 장단점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저는 어리지도 않고 (걸그룹) 친구들이 훨씬 예쁘고”라며 자신의 단점을 나열하더니 “음악적인 부분에서 저 스스로 만족할 수 있도록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요”라고 장점을 강조했다. 이런 보아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인다. 스스로도 “실제로는 허당이에요”라고 하면서도 “제 이름을 걸고 나오는 것에 대해서는 사사건건 신경 쓰려고 해요. 신경을 안 쓰면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 후회가 되요. 조금 힘들더라도 더 많이 신경을 쓰려고 합니다. 일에 대해서는 꼼꼼한 편입니다”라고 인정했다.
28일 방송된 SBS ‘컴백쇼 보아4354’에서 보아는 넘치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했다. 그리고 ‘온니원’ 앨범 전체를 들어보니 역시 보아 스스로 만족할 만한 퀼리티다. 보아는 과거 자신을 ‘악기’에 비유한 적이 있다. 이제는 스스로 자신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보아의 새로운 음악 인생은 지금부터 시작일수도 있다. 보아는 아직도 겨우 스물여섯 살이다.
김용호 기자 cassel@sportsworldi.com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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