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학 조교사 "우승 없지만 경주 무사히 마쳐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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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엔젤 |
KRA 부산경남경마공원의 일명 ‘돌쇠마’가 화제다. ‘글로리엔젤’(5세, 암, 한국, 7조 김병학 조교사)이 그 주인공.
경주마들은 보통 한 달에 한번 경주에 나서는데, ‘글로리엔젤’은 한 달에 두 번 정도 경주에 출전한다.
보통의 경주마들은 경주 출전 후 3주 정도 지나야 경주에 나설 수 있는 컨디션이 되지만, ‘글로리엔젤’은 피로회복 능력이 타 마필보다 뛰어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비록, 성적은 하위권이지만 체력으로만 따지면 부경경마공원 930여 마리의 경주마 중 최고수준이다. 일명 ‘돌쇠마’라는 별명도 여기서 파생됐다.
‘글로리엔젤’의 역대 35전 중 최고의 성적은 2위 2회가 전부다. 지난해에는 총 20회 경주에 나섰지만 우승 기록은 없다. 그나마 3위 기록이 2회 있는 것이 위안거리다.
경마 관계자들 사이에서 ‘똥말’이라고 낮춰 불리지만, 늘 천대만 받는 것은 아니다. 모든 경주마들은 각 마방의 체계화된 시스템 하에 움직이기 때문에 모든 마필들은 동일한 수준의 대우를 받는다고 전해진다. 동일한 시간에 청소하고, 사료를 먹이고, 운동을 시키기 때문에 성적을 올리지 못하는 마필이라 할지라도 그 시스템 하에서 같은 대접을 받는다는 것이 경마 관계자들의 설명.
‘글로리엔젤’을 관리하는 김병학 조교사는 “우승 못하는 마필이지만, 우리 마방의 모든 마필이 다 내 자식처럼 사랑스럽다”며 “우승 기록은 없지만 경주에 나서서 위탁관리비 정도는 벌고 있으니 나름 자기 밥벌이는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또 “매번 출전할 때마다 우승을 원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보다 탈 없이 경주를 무사히 마치고 오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경마 속성상 어떤 마필이 우승을 차지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하지만, 우승마가 있음은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꼴찌마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이에 그 우승이 더 빛나는 것이다.
우승마를 위한 환호를 조금 아꼈다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 준’ 나머지 마필들에게도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내는 것은 어떨까.
정정욱 기자 jjay@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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