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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속도 모르면서' 표지 |
‘남의 속도 모르면서’는 섹스에 대해 젊은 작가 8명이 어떻게 사유하고 명상하고 있는지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준다. 주제는 같지만 내용은 판이하다. 김종광의 ‘섹스낙서상 -낙서나라 탐방기 4’는 우화 소설이다. 율려국 최고의 문학상 ‘섹스낙서상’의 이면과 종신심사위원들의 위악적인 삶에 조롱과 야유를 보내고, 섹스(혹은 낙서나 문학)의 진정성을 묻는 소설이다. 조헌용의 ‘꼴랑’은 노인 부부의 애틋한 삶 을 통해 ‘몸과 마음의 소통’이라는 의미에서 섹스를 조망한 정통 소설이다. 전라도 사투리와 남녀 주인공의 위악적 태도가 불러오는 재미가 쏠쏠하다.
김도언의 ‘의자야, 넌 어디를 만져주면 좋으니’는 유년 시절에 성폭행을 당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양성애자로 살 수밖에 없었던 화가가 결국 더 깊은 상처를 입고 섹스의 상대를 ‘의자’라는 사물에 전이함으로써 현실 속에서 몰락해가는 인물상을 그리고 있다. 김종은의 ‘흡혈귀’는 평범하고 서민적인 한 인물이 구조조정을 당하는 과정에서 섹스와 청소년 시절에 겪은 기억을 통해 물신주의의 비뚤어진 세태인 ‘흡혈귀’라는 존재를 격퇴함으로써 희망을 찾는다는 내용의 소설이다.
류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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